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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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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여전"

정동영-김영남 단독 면담에 관심 집중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공동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남측 정부 대표단이 16일 저녁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바로 단독 면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어떤 의견이 오고갈지 주목되고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남측 민간 대표단과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갖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판해, 6자회담 재개 여부를 불투명하게 했다.

***정동영-김영남 단독 면담, 갑작스런 일정 변경**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남측 정부 대표단은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40분간 김영남 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날 면담은 평양 체육관 인근 음식점인 목란관에서 진행되며 당국대표단 40명 가운데 단장인 정동영 장관을 비롯해 정부측 대표 9명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당초 이날 김 위원장 면담은 오전 중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정 장관과의 단독 면담도 추가됐으며 시간도 30분에서 40분 정도로 늘어났다. 아울러 정동영 장관 주최의 마지막 만찬도 김 위원장 주최 환송 만찬으로 변경돼 이날 저녁 8시부터 진행된다.

정부 관계자는 갑작스런 일정 변경에 대해 당초 남측 당국이 제공키로 한 마지막 만찬을 북측 김 위원장이 주최할 것을 희망해와 시간도 오후로 갑작스럽게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장소도 이에 따라 당초 만수대의사당에서 만찬까지 할 것을 감안해 목란관으로 수정됐다. 목란관은 북측 고위층들의 전영 연회장으로 2000년도에는 김대중 대통령, 메들린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2001년 강택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 등이 연회장으로 이용한 바 있다.

***오갈 환담 내용 주목,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 여전히 관심 **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정 장관과의 단독 면담까지 포함되자 어떤 내용이 오갈지 주목되고 있다.

정 장관은 우선 이 자리에서 6자회담에의 조속한 복귀와 북핵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 장관은 아울러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있던 한미정상회담의 공개-비공개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면서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미국측이 보다 정상적인 관계 수립을 통해 궁극적으로 관계정상화까지 갈 수 있음을 시사한 배경과 북한이 핵포기시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한 설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밝힌 ‘북측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의 중요한 제안’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남측은 그러나 이번 회동이 남북간 본격적인 협상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협상은 뒤로 미루고 남북관계 및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보다 높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남 위원장과의 면담이 예정된 가운데 여전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는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은 과거 사례를 보면 예정에 없이 불시에 이뤄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남 위원장의 면담 비중이 보다 높아짐에 따라 그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측이 김영남 위원장을 통해 정 장관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함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불발 부담을 덜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영남,“美 대북 적대 정책 여전”**

한편 남측 민간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만수대의사당을 찾아 김영남 위원장을 예방하고 환담을 나눴다. 이번 예방은 당초 예정에 없던 것으로 전날 밤 늦게 북측이 남측준비위원회에 전격 통보하면서 이뤄졌다.

예방 대표단은 백낙청 남측준비위 상임대표와 박용길, 법장 명예대표를 포함해 이애자 이종린 오종렬 박순경 상임고문, 강만길 김민하 고문, 은방희 공동대표, 한명숙 장영달(열린우리당), 원희룡(한나라당) 의원 및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윤재철 대한민국상이군경회 고문, 조규만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 등 주석단 16명과 집행위원장단 4명 등이다.

김 위원장은 남측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일이 대표단의 손을 잡고 환영의 뜻을 표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접견실로 이동, 남측 대표단과 20여분동안 환담을 나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고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험담을 퍼붓고 있으며 정치경제군사 여러 분야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민족끼리를 반대 거세하려는 시도가 있게 되면 단호히 반대하고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낙청 대표는 이에 “우리도 북측 동포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생활을 곤궁하게 만드는 고립화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6.15 공동선언 1항에 외세간섭없이 우리민족끼리 통일하자는 대목이 있는데 이를 남쪽 사정에 맞춰서 적용시킬 방법에 대해 계속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고 문익환 목사의 미망인인 박용길 장로를 보자 박 장로의 키에 맞춰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이렇게 와주셔서 반갑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헌신하고 계시니...”라며 극진히 맞았다. 그는 또 한명숙 의원에게는 “통일을 위해 많은 헌신 부탁한다”고 말했고, 김혜경 대표에게는 “남쪽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소식 자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영달 의원의 “정당대표간 회담을 조속히 이뤄냈으면 좋겠다”는 말과 원희룡 의원의 “앞으로 한나라당도 평양을 자주 올 수 있게 해달라. 의원들도 교류협력을 넓힐 수 있도록 하자”는 말에는 명확한 답은 하지 않은 채 웃으며 고개만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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