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발 아파트값' 폭등이 분당-과천-용인을 넘어 서울 강남을 거쳐 전국 주요도시로 급속히 확산되며 사상최악의 투기광풍이 재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권은 이를 '수도권의 국지적 현상'으로 규정한 뒤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 또다시 '탁상행정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2년만에 창원서 재연된 '전국적 주상복합 투기 광풍'**
지금부터 2년여 전인 지난 2003년 5월, 정부가 투기대책의 일환으로 앞으로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마지막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인 서울 광진구의 '스타시티' 청약에 9만4천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투기광풍'이 불어, 보는이들을 경악케 한 적이 있다.
포스코건설이 분양하는 스타시티의 5월26∼28일 사흘간 분양청약에 청약자는 무려 9만4천2백53명, 청약증거금만 2조7천여억원에 달해, 청약인원 및 청약증거금에서 주상복합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쟁률도 75.8대1로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스타시티' 파동을 계기로 그후 각종 부동산대책이 쏟아지면서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14일 서울도 아닌 경남 창원에서 이 못지 않은 '투기광풍'이 재현됐다.
15일 <경남일보> 등 지역신문에 따르면, 43층과 32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더 시티 7 자이'에는 13~14일에만 5만여명의 분양신청자와, 1조5천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려들었다. <경남일보>는 이를 "창원을 국내 최대의 투기지역으로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분양되는 아파트 숫자는 1천60실이어서, 경쟁률은 50대1에 달했다.
이 아파트의 90평형과 103평형의 분양가는 각각 평당 9백95만원, 9백99만원으로 사실상 1천만원선. 기존의 이 지역 최고가로 작년 9월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한 반송주공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가가 평당 6백만-7백만원. 몇달새 분양가 최고 40%나 폭등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피스텔 청약 마지막날인 14일 청약 현장은 한마디로 '투기 복마전'이었다.
창원시 상남동 분양사무실을 비롯해 인근 3개 은행지점 청약장소에는 전날에 이어 1㎞ 가량 길게 줄지은 청약자 2만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 저녁부터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 기다리는 이들도 적잖았고, 일당 10만원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알바'도 사람을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떳다방'도 곳곳에서 목격됐으나 단속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이날 뒤늦게 줄을 선 청약신청자 1천여명은 사업자측이 오후 4시30분까지만 은행창구에서 분양신청 접수를 받은 뒤 마감하자 "왜 계속 청약신청을 받아주지 않느냐"며 강력항의하며, 일부는 심한 욕설과 함께 물병과 집기 등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분양 현장주변에 동원된 전경 5개 중대, 5백여명은 폭동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서울 복부인, "돈만 된다면 창원 아니라 무인도라도 가겠다"**
<경남일보> 등 지역언론에 따르면, 이번 분양신청자들중 절반은 외지인이었다. 외지인들은 주로 서울과 인천등지의 수도권에서 대거 몰렸으며 부산,대구,진주 등 도내에서도 몰려 들었다.
청약을 받은 은행들이 자체 분석한 결과, 청약자는 외지인이 50%정도, 창원, 마산, 진해, 김해 등 현지인들이 50%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과 수도권 등 외지인들이 관광차와 개인승용차를 이용해 싸들고 온 돈이 무려 7천5백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서울 등에서 온 관광차들이 무더기로 목격되기도 했다.
지역 금융권간 돈의 이동도 극심했다. 청약을 받았던 농협창원시지부는 이틀동안 청약을 마감결과 2천억원의 수신고를 올린 반면, 인근의 농협 창원중앙지점에서 1백30억원이 인출돼 울상을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40대의 복부인은 <경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서울 등 수도권에는 소위 돈을 굴릴수 있는 여유자금은 많이 있으나 투자처가 없어 돈만 된다면 창원이 아니라 무인도라도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 강타하는 아파트투기 광풍**
이런 아파트투기 광풍은 경남 창원에서만 불고 있는 게 아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광주광역시 운암동에서 이날부터 청약을 접수하는 '운암산 아이파크'의 복층으로 설계된 52평형 최고층의 평당 분양가는 7백39만원으로 급등했음에도 벌써부터 뜨거운 청약열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 분양가는 지난 3월 SK건설이 광주 풍암동에서 내놓은 아파트가 이 지역 최초로 평당 분양가 5백만원을 돌파한지 불과 3개월만에 평당 2백만원이나 높아진 수치다. 광주 아파트의 분양가는 2002년 초만해도 평당 3백만원대가 최고였다.
삼환기업이 대구 수성구에서 3월에 분양한 '범어역 삼환나우빌'의 대형평형 분양가는 평당 9백30만원을 웃돌아 평당 1천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전북 전주에서 포스코건설이 내놓은 '포스코더샾 2차'도 대형평형의 분양가가 평당 7백만원을 돌파하면서 2년전 인근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두배를 웃돌았다.
대전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최근 공급된 '우림 루미아트'와 '한화 꿈에그린'의 분양가도 6백30만-6백80만원 수준으로 2003년 6월 같은 지역에 분양한 아파트보다 평당 2백만원 정도나 올랐다. 땅값이 그간 2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판교발 아파트값 폭등이 서울 강남을 거쳐, 전국 주요도시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 "투기, 전국적으로 파급할 가능성 적다"**
그러나 이처럼 아파트투기가 전역에서 재연되고 있음에도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는 '수도권의 국지적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중장기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한심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재경부는 15일 국회에 보고한 '최근의 집값 동향과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집값 급등현상이 전국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강남과 분당 등 집값이 급등하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단속활동 강화와 기준시가 조정 등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부동산대책정책기획단 첫 회의에서 똑같은 내용의 '최근의 집값 동향과 대응방향'을 보고했다.
정부는 또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로드맵'에 따라 ▲보유과세 강화 ▲실거래가 과세기반 구축 ▲양도세 강화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건교부는 이와함께 장기주택공급 계획에 따라 택지와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공공택지 적기 확보 및 공급 ▲기존 도심지 광역개발을 통해 공급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랑하는 중장기적 '로드맵'만 믿다간 전국이 부동산투기로 다 타버린 흉상만 목격하게 될 판이다.
투기세력은 정부가 이달중에 기업시범도시 3~4곳과, 공공기관 1백77개소 이전지를 확정발표할 경우 "또한차례 큰 장이 설 것"이라고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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