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서종대 주택국장은 지난 8일 최근의 부동산투기를 "바벨탑을 쌓는 형국"에 비유하며 부동산투기 자제를 당부하는 과정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자꾸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은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중개업소가 인구 5백명당 하나인데 이는 인구 5천명당 하나인 선진국에 비해 10배가 많다. 이로 인해 우리는 부동산 정책을 펼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동산중개협회는 13일 "부동산폭등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잘못되어서인데 어떻게 이를 중개업자에게 묻는 것이냐"고 발끈하며, "정부주장처럼 아파트값 폭등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부추김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5일부터 1주일간 전국적으로 동맹휴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부동산투기세력의 비웃음, "참여정부, 절대로 집값 못내린다"**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에 대한 여러 토론과 보도를 보면 공급과 수요, 세금문제 등 여러 가지를 얘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거래유통상'의 문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부동산문제에 책임이 있는 실무부서인 건교부에서 이제야 제대로 책임의 일단을 인정하는 소리를 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보면, 늦었지만 다행이라 본다.
실제로 이제는 거래유통상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할 때다. 사는 사람의 조바심과 파는 사람의 성급함을 유도하여야 매매의 성사를 이루기가 쉬운 중개업의 속성상 공인중개사들은 고객들에게 "계속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삐끼 행위'다. 그런데 소위 전문가이고 박사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들조차 이러한 삐끼질을 태연히 언론을 통해 하고 있다. 하긴 정부나 정치권조차도 건설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이러한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으니, 그들만 탓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참여정부 들어서면 30여차례에 달한 정부의 부동산투기 대책 가운데 정부기대와 정반대로 부동산투기를 부추킨 기폭제가 된 발언은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말이었다. 이는 투기심리와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쨌거나 올라버리면 인정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과도하게 폭등한 부동산값을 '내리는' 어떠한 수단을 강구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잠잠하게 만드는 조치만 취한 정책에게 부동산투기의 원죄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뭐라고 말하든 올라버린 것은 내리지 못한다는 '확실한 믿음'을 참여정부는 꾼들에게 심어주었던 것이다.
***건설사-부동산중개업체-복부인의 '호가 끌어올리기' 작전**
그렇다면 공인중개사 책임은 없나. 결코 그렇지 않다.
아파트 건설업체의 최대 관심사는 높은 분양가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방자치체가 주변보다 높은 분양가로는 분양승인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분양가를 올리기 위해선 우선 주변아파트시세부터 올려야 했다.
이에 이들은 사람들을 풀어 얼마에 팔렸다고 아파트부녀회나 중개업소에 거짓소문을 내거나 사고파는 것처럼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심지어 시세정보제공하는 중개업자와 짜고 '거짓 호가'를 터넷정보회사의 시세표에 올리기까지 했다.
이같은 조작행위는 기존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른 가격에 배가 부르고, 그러한 짓을 하는 시세제공 중개업소에게는 매물의 집중과 이익을 가져다주는 반대급부를 안겨주었다. 반면에 검증되지 못한 올린 시세표보다 낮은 가격을 얘기하는 중개업소는 아파트부녀회의 방문과 전화 압력으로 조작에 동참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해서 호가가 시세로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모 시행사 수주팀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이러한 노하우는 이제는 보편화되었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야 매매거래가 성사되는 직업의 속성상 이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아주어야 물건을 확보할 수 있는 중개업자들끼리의 경쟁 때문에, 계약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휴대전화로 더 많은 가격을 받아주겠다든지 더 비싼 가격으로 산다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계약을 깨버리는 일도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가격은 아무런 제어장치없이 천장부지로 올라가기만 한다.
이제는 매주 한번씩 인터넷시세정보회사에 시세를 제공하는 업소끼리 경쟁적으로 아무런 견제도 어떠한 의식도 없이 습관적으로 서로 가격을 올린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례이다. 자신의 물건확보를 위해 이러한 짓을 서슴치 않는 중개업소가 있는 것이다.
***호가 조직 행위는 결국 부동산업자에게도 부메랑될 것**
이처럼 다른 지역보다는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아파트부녀회,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시세정보제공 중개업소, 가격을 올릴 필요가 있는 작전세력들에 의해 이제는 이것이 보편적인 흐름이 되어 있다.
이처럼 조작된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부동산중개업소임에도 "집값 폭등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부추김 때문이 아니다. 수요가 있으니 그런다. 정부정책이 잘못이다"면서 억울하다고 동맹휴업을 결의한 협회의 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다.
폭등하는 호가의 시세제공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같은 중개업자의 생존권까지 박탈하는 행위다. 터무니없는 가격(호가)의 시세제공으로 결국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를 하는 이들을 보면, 이들에게는 사회의 혼란을 부추키고자 하는 무슨 의도가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토지나 상가, 빌딩등의 거래를 공동으로 중개하는데 제일 먼저 "입금가가 얼마냐?"고 중개업자끼리 서로 물어보는 부동산중개업계의 거래관행 (얼마까지 매도자에게 입금하고 나머지는 능력껏 올려 중개하는 사람들이 나눠먹는 것을 확인하는 형태, 즉 매수자에 얼마나 많이 바가지를 씌우는가가 능력이 되는 행태)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아파트의 호가시세조작행위는 하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 풍경이 되어버렸다.
더 많은 가격을 받고자하는 매도자와 더 싼 가격으로 사고자하는 매수자의 입장을 조율하여 중개하는 입장에 있는 중개업에 대하여 그만한 책임과 윤리의식이 요구되기에, 법은 자기매매를 금지하고 수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책임과 윤리의식이 요구되기에 중개사라 하면 될 것을 "공인중개사"라고 "공인(公認)"을 앞에 붙이는 이유일 것이다.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사기꾼집단이라고 매도되는 행태를, 건전한 중개업을 위해 지도감독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기관은 그동안 책무를 못해 왔다.
***정부, 4가지 조치를 분명히 취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단속이라는 완장을 찬 투기단속반을 또다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효과도 없는 전시행정적인 것에 행정력을 낭비하여 "군청수준이며 아줌마보다도 못하고 맥을 모른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거래유통시스템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인터넷에 시세를 제공하는 중개업소부터 집중적으로 조사하라. 있지도 않은 물건(미끼물건이나 가공물건)을 허위로 인터넷상에 올리는 업소를 사전에 수집하여 집중적이고 계속적으로 단속하라.
계약서를 숨겨놓거나 계약서에 전화번호를 적지 않는다거나 다르게 적어놓았다면 매물장부나 매입의뢰장부는 있을 것이니 전화를 하여 일일이 확인하라. 줄줄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것이다. 최소한 그런 노력이라도 하라. 제발 완장차고 폼만 잡고 다녀, 문닫고 도망가라는 광고를 하지 말고 말이다.
실제로 터무니없이 오른 가격에 매입한 사람을 계약서나 전화로 확인이 되면 예외없이 자금출처조사를 취하라. 이는 틀림없이 투기세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부동산담보대출시 부풀려있는 시세정보업체의 아파트시세표를 참고하는 것보다 등기권리증에 있는 검인계약서의 금액을 참고하도록 금융기관을 지도·감독하라.
이는 부풀려지고 아무런 검증장치가 없는 시세정보회사의 시세표로 인한 대출로 인해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 파산시키지 않고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하는 우리의 금융기관이기에 당연한 권리이다. 거품을 빼면 금융기관이 부실해진다고 하는 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셋째, 가격의 담합과 왜곡을 강요하는 아파트부녀회등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근거를 만들고, 이러한 행위에 포상금을 지급하는 전방위의 조치를 취하라. 또한 허위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나 미끼물건이나 가공물건을 인터넷상에 올리는 왜곡된 중개업자를 처벌하는 법적근거도 마련하라.
넷째, 서종대 주택국장의 인식처럼 중개업소가 많아 부동산 정책을 펼치기가 힘든 상황이 만들어진 데 정부 정책이 일부 있다고 시인한다면, 최소한 공인중개사의 과다배출에 대하여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라. 그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는 무자격자의 폐해가 큰 중개보조원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또한 텔레마켓팅·기획부동산·무허가부동산컨설팅업체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을 강구하라.
부동산유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개협회를 관리의 편의성만 따져 영리회사화되는 것을 묵인하여서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부동산유통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없다. 정부의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경제에 일조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들에게 직업의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한다.
아무리 공급을 늘리고 여러 대책들을 쏟아내더라도 이러한 부동산유통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부동산대책도 공염불이 될 것이라 감히 단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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