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에서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탈리아에서 인간배아 연구 규제를 완화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伊생명윤리 완화 국민투표 부결 위기-로마 교황청 "기권 독려"**
13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8시부터 13일 오후 3시까지 이틀에 걸쳐 불임치료와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규제를 완화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12일 밤 10시까지 계속된 첫날 투표율은 18.7%에 그쳐 13일 이틀째 투표에서 투표율이 급상승하지 않는 한 이번 국민투표는 투표율이 50%에 못 미쳐 부결될 전망이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데는 교황청이 생명윤리법 개정을 무산하기 위해서 이탈리아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국민투표 불참을 권유한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가톨릭을 국교로 채택한 나라로 국민의 95%가 가톨릭교도이다.
2004년 2월부터 시행된 이탈리아의 생명윤리법은 인간배아를 신생아로 간주하고, 정자ㆍ난자 기증을 금지하며,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하는 등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를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와 생명과학계를 중심으로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것을 2000년대 초부터 계속 요구해왔다.
특히 이탈리아 생명윤리법은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불임 부부를 위한 인공 수정을 위해 채취되는 난자의 수를 3개로 제한하고, 부부 외의 제3자로부터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지 못하게 해 불임 부부와 여성단체의 원성을 사왔다. 실제로 이 법이 실행되자마자 이탈리아의 인공 수정 성공률은 30%로 떨어졌고, 불임 부부가 해외로 '원정 인공수정'을 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천주교-불교, "황우석 연구, 살인과도 같은 행위"**
한편 이탈리아에서 생명윤리법을 놓고 국민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다시 한번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를 지적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는 11일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며 "난치병 환자를 위해 줄기세포 연구가 필요하다면 윤리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0일 불교생명윤리연구소도 "배아 역시 인간의 생명체인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죽이면서 출발하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생명을 손상하는 행위일 뿐"이라며 "인간 존엄이 바탕이 되지 않는 연구는 인간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황 교수의 연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황우석 '곤혹' 속 대화 제의-생명윤리 논란 계속될 듯**
한편 이런 종교계의 윤리 문제 거론에 대해 황우석 교수 역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배아 줄기세포 연구 정책 옹호를 위한 줄기세포 정상 회의' 참석차 미국 휴스턴 베일러의대를 방문 중인 황 교수는 12일 "종교계나 시민단체의 주장을 소중하게 받아들인다"며 "필요하면 가톨릭 지도자를 만나 이해를 구하고 가르침을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 교구도 "황 교수가 귀국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정진석 대주교와 만나는 자리를 준비할 것"이라며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생명윤리법 개정 국민투표에 대한 로마 교황청의 입장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배아를 신생아와 동일한 지위로 간주하는 가톨릭의 교리상 천주교와 황 교수의 의견 절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사상 초유의 생명윤리 난제를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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