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바른 자세’인가?**
필자가 일반적으로 접근하듯이 “바른 자세란 무엇인가?” 하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참으로 어색하게도 “어떤 것이 바른 자세인가”라고 질문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른 자세란 무엇인가?”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선험적(先驗的: 우리의 경험 이전에 존재하는 것)으로 바른 자세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게 되고, 그 선험적인 바른 자세가 무엇인가를 파고 들어가게 된다. 마치 칸트가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새로운 감탄과 함께 마음을 가득 차게 하는 기쁨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요, 다른 하나는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고 했듯이, ‘바른 자세’가 ‘별이 반짝이는 하늘’이나 ‘내 마음 속의 도덕률’과 같이 선험적인 것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게 되고, 이를 연구하게 된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게 되면 별 경험적 근거도 없이 “원래 이것이 바른 자세”라고 주장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어디에서나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이 바른 자세냐고 물으면 대개 그냥 바른 자세를 하면 된다고 동어반복적으로 답하거나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바른 자세를 제시한다. 이는 철저하게 경험에 의거하지 않고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방식을 막연하게 신봉하면서, 이것이 바로 바른 자세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이다. 이렇게 보면 “무엇이 바른 자세인가?”라고 묻는 것은 선험적인 방법인 것 같으면서도,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실은 경험에 의거해서 철저하게 반성(反省)하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것에는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좋은 것은 더욱더 발전시키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거나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무애스님께 배운 경험주의적인 방법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더군다나 자기 몸으로 철저하게 겪어 보지도 않고 원래 이것이 맞다, 그것은 틀린 것이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바른 자세란 바로 ‘지금’ 바로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세여야 한다. 몸이 현재 좋아지지 않거나, 또는 좋아지다가도 다시 나빠진다면 이는 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수년 내지는 수십 년 운동을 했는데, 처음에는 몸이 좋아지는 듯하다가 더 이상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몸이 망가져 필자를 찾아오는 분들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꽤 많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낫지를 않습니다”라고 하면서 호소를 한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을 보면 고관절이 틀어져 온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계속 운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몸이 더 틀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다음에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주춧돌의 역할을 한다. 주춧돌이 기울면 그 위에 놓여 있는 기둥이 기울고, 기둥이 기울면 그 집은 무너지게 돼 있다. 다행히 사람은 집처럼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이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스스로 고안해 낸다. 무너지면 죽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체는 죽지 않을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척추를 비틀어서 머리를 하늘로 세우고 전체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를 변경시킨다.
***바른 자세의 기본은 뼈대**
이런 사람도 운동을 하면 처음에는 몸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설사 고관절은 틀어져 있을지라도 다른 곳의 근육을 풀어 주는 운동을 하니까, 근육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개운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2~3년 운동을 해도 몸은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한다. 뼈가 제 위치에 있지 않을 경우 아무리 근육을 풀어 주어 보아야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리하게 근육을 풀려고 하다 보면 근육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경직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운동은 사람의 몸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운동은 뼈를 바로잡기보다는 근육을 강화시키거나 탄력 있게 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 들어온 운동은 대부분이 근육을 강화시키는 데만 치중한다. 근육에는 연성(軟性)근육과 강성(强性)근육이 있는데, 이러한 운동은 강성근육만 강화시킨다. 이렇게 억지로 형성된 강성근육은 운동을 중지하면 금방 사라지고, 그 울뚝불뚝 튀어나와 있던 근육을 둘러싼 피부만 쭈글쭈글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성근육은 나이를 먹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고관절이 우리 몸에서 주춧돌의 역할을 한다면, 나머지 뼈는 기둥이나 대들보의 역할, 장기와 두뇌를 보호하는 역할,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 등을 한다. 이러한 뼈를 감싸고 있는 것이 근육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세우고 유지하는 기본은 뼈대가 되는 셈이다. 뼈가 자기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외부에서 무리한 힘이 가해지기 전에는 근육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뼈대는 그냥 놔두고 근육만 가지고 운동을 하고 바른 자세까지 잡으려고 한다. 이런 방법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우선 뼈가 원래 있어야 할 위치는 어디이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뼈를 원래 있어야 할 위치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가가 밝혀져야 한다. 뼈대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아무리 탄력이 붙어도 근육은 틀어진 뼈 때문에 경직되게 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근육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뼈가 틀어지면 근육은 뼈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힘을 가한다. 오랫동안 힘을 가하다 보면 근육은 굳는다. 근육이 아픈 것은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진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모두가 뼈가 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지나가면 근육은 틀어진 뼈에 맞게 재구조화되거나, 아니면 근육 자체가 아주 약화돼 버린다.
이렇게 해서 재구조화된 근육은 뼈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면 거꾸로 뼈를 잡아당겨 틀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약화된 근육은 뼈를 원래의 상태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다시 뼈가 틀어지게 하는 데 일조를 한다. 뼈를 바로잡아도 다시 틀어지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엉덩이가 봉긋 예쁘게 솟아 있지 않고 거의 없는 것처럼 밋밋하게 보이는 사람은 고관절을 바로잡아도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다시 틀어진다.
이렇게 보면 바른 자세란 기본적으로 뼈대가 원래 생긴 대로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근육 역시 뼈대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에 본래의 모양대로 적절한 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태를 잘 유지하기만 하면, 우리 몸에 올 병의 90% 이상은 예방할 수 있고, 설사 병이 왔다 하더라도 쉽게 나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몸살림운동의 방법이다.
***바른 자세는 왜 중요한가?**
척추측만증에 걸린 학생이 병원에 가면 먼저 “바른 자세를 하지 않았군요” 하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측만의 각도를 재고, 너무 심해 40도 이상이면 수술을 하자고 하고 어느 정도 심해 20~40도 정도면 보조기를 채우자고 한다. 그보다 각도가 작으면 그냥 돌아가라고 한다. 이미 “바른 자세를 하지 않았군요”라고 한 말에 모든 해답이 들어 있을 것 같은데, 더 이상은 바른 자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바른 자세를 하지 않아 측만증에 걸렸다면, 바른 자세를 했다면 측만증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인지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측만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것이 바른 자세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해 주지 않는다.
또한 측만증에 걸려도 바른 자세를 하기만 하면 저절로 나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수술하거나 보조기를 채우지 않고 바른 자세만 취하면 나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그 개연성은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측만증은 고관절(股關節)과 척추(脊椎) 교정으로 도움을 받고 허리 펴는 간단한 운동만 꾸준하게 하면 저절로 낫게 돼 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역추적하면 측만증의 원인도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측만증의 원인(遠人)이 제공된다. 고관절이 틀어지면 다리의 길이가 달라지고, 이는 골반을 틀어지게 한다. 이는 근인(近因)에 해당된다. 골반이 틀어지면 그 위에 놓여 있는 요추와 흉추가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같이 틀어진다. 최소한 인간의 머리만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 있으려고 하는 속성이 있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흉추를 비틀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흉추 3, 4번 사이가 심하게 틀어지면서 척추가 활처럼 휘게 된다.
이것이 척추측만증이다. 그렇다면 측만증에 대한 해법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먼저 고관절을 잡아 바르게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측만증 증세가 있는 사람을 보면 모두 고관절이 틀어져 있다. 다음으로는 역시 틀어져 있는 흉추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이미 틀어져 굳어 있던 근육이 풀어지도록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척추측만증은 분명히 바른 자세를 갖지 못해서 생긴 병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고관절부터 시작해서 척추가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 있어 잘못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병이다. 바른 자세를 가졌다면 하등 측만증으로 고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척추측만증이 측만증 자체만으로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는다는 데 있다. 측만의 정도가 심한 사람은 그로 인해 오장육부로 가는 신경이 눌려 장기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고, 목뼈가 함께 틀어지면서 두통에 시달리거나 집중력 장애를 일으켜 산만해지게 된다. 공명이 막혀 기력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변비에다 수족 냉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척추측만증만이 아니다. 부정맥도 기본적으로는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척추가 비틀어져서 오는 증상이다. 부정맥이 있는 사람은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쳐지면서 갈비뼈를 눌러 가슴 공간이 좁아져 있다. 우측 가슴 공간이 좁아지면 약간 오른쪽에 걸쳐 있는 우심방이 충분히 팽창을 하지 못하게 된다. 팽창할 때 팽창하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정맥으로부터 충분히 피를 끓어오기 위해 더 빨리 뛸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병은 자세가 바르지 못한 데서 온다. 바른 자세가 중요한 것은 이것 때문이다. 무병장수하려면 자세가 바라야 한다. 80대 노인인데도 병 없이 건강한 분들을 보면 모두 허리가 꼿꼿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허리가 꼿꼿할 수 있는 것은 고관절이 바르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고, 허리가 꼿꼿하면 가슴도 쫙 펴지기 때문에 병이 접근할 여지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바른 자세를 가지려면 고관절부터 틀어지지 않고 바르게 자신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허리가 바로 서고 가슴이 쭉 펴져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가장 당당한 자세가 가장 바른 자세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면, 바르게 서고 바르게 걷고 바르게 앉고 바르게 누워야 할 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에도 가능한 한 허리와 등이 구부러지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계속>
***필자**
1949년 서울 생
저서 <몸의 혁명>(백산서당 간)
연락처(momsali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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