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주도적으로 결성한 '헨리 조지 연구회'의 주요 멤버인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학)가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부동산 양극화'를 꼽고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된다.
***"'양극화 문제' 핵심은 '부동산 양극화', 상위 10%가 70% 이상 토지 소유"**
전강수 교수는 최근 출간된 <역사비평> 2005년 여름호(제71호)에 기고한 '부동산 양극화의 실태와 해소 방안'이라는 글에서 현재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참여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질타했다.
전 교수는 "최근 많은 사람들이 산업 간, 기업 간, 노동자 간 양극화는 말하고 있지만 정작 양극화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부문을 양극화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견해는 별로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월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서 양극화를 꼽았지만 그 내용은 산업 간, 기업 간, 노동자 상호 간의 양극화였을 뿐 부동산 양극화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고 최근 양극화 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토지와 부동산의 양극화는 그 자체로서 큰 문제이지만 경제의 다른 분야에 각종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도 2002년부터 진행된 부동산 투기와 그로 인한 부동산 양극화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토지 소유 편중도는 1990년대 초반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토지 소유자 중 상위 1%(약14만명)가 전체 과세 대상 토지 과표액의 45%를, 상위 5%가 59%를, 상위 10%는 무려 72%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종합토지세를 납부하는 토지 소유자만의 편중도이므로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전체 국민을 포함해 계산한다면 이 편중도는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편중도가 높은 토지 소유 구조 하에서 부동산 투기가 발생할 경우 토지 과다 소유자는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시세차액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며 "2001~2003년 사이에 발생한 토지 자본이득은 2백12조원에 달해 연평균 약 70조원의 토지 자본이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2002년에는 명목 GDP(국내 총생산)의 20%에 육박하는 1백36조원의 자본이득이 발생했다"며 "자본이득이 모든 토지에서 균일하게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이들 14만명이 연간 약 32조원(1인당 2.3억원)을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 소유자들이 지가 상승률이 높은 양질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 또 토지 자본이득에 지대 소득까지 더하면 이들이 토지 소유로부터 얻는 소득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토지 투기로 생긴 이득은 연평균 1백70조원"**
전 교수는 이어서 "우리나라 공시지가 평가 체계는 아파트 대지의 공시지가를 저평가하는 큰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토지와 건물이 결합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날 경우 실제 지가 상승이 공시지가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1980년대 말과 달리 2000년대에는 부동산 투기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말에는 토지, 주택, 아파트 가격이 모두 폭등하는 가운데 가격 상승의 속도는 토지-아파트-주택의 순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아파트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며 가격 상승의 속도 역시 아파트-주택-토지의 순서였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1980년대 말의 투기가 '전면적 투기'였다면 2000년대 부동산 투기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제한적 투기'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파트 투기의 본질 역시 토지 투기로 보아야 한다"며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은 아파트 건물이 아니라 강남이라는 좋은 위치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고, 2000년대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한 것은 아파트 대지 가격이 급상승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아파트 대지 가격의 상승은 공식 지가변동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는 "2000년대 전국 아파트의 시가 총액은 1년 동안 1백조원 이상 증가한 것을 염두에 두면 2000년대 부동산 투기로 생긴 자본이득은 연평균 약 1백70조원, 2002년에는 2백36조원이나 발생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80년대 전국적 투기가 전국적으로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양극화를 낳았다고 한다면 2000년대의 국지적 투기는 서울과 지방 간의 양극화, 서울 내에서는 강남과 강북 간의 양극화라는 새로운 현상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이 화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지방 간의 부동산 자산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며 "2000년대 부동산 투기는 전세 가격의 상승 속도를 빠르게 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과 주택 구입의 어려움은 더욱더 가중됐다"고 결론 내렸다.
***"참여정부 균형발전, 일본식 '부동산 버블' 정책" **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은 어땠을까? 전 교수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전 교수는 "참여정부는 최근 들어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중심으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려기보다는 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법 제정 등 지방에 산발적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새롭게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지방에 토지 불로소득의 '떡고물'을 나누어주는 방식으로 소위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방법은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시도된 바 있다"며 "우리나라의 기업도시의 성격과 흡사하게 민간의 힘으로 지방의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1987년에는 '리조트법'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법으로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대규모 리조트 개발을 인가해 1987년 6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무려 35곳 총 5백40 헥타르에 대규모 리조트 개발이 인가됐다"며 "결국 이것은 도쿄 부근에서 발생한 부동산 버블을 전국에 파급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버블의 붕괴와 함께 거액의 부채를 남기고 대부분 실패로 끝나버렸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레저 기업도시나 골프장 건설의 파국적인 결과를 경고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세 기능 상실"**
전 교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했던 토지 공개념 도입이나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보유세 강화는 애초 취지가 크게 퇴색되고 말았다"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기준을 처음보다 높여서 과세 대상자를 대폭 축소시켰는가 하면, 곳곳에 세부담 증가와 조세저항을 염려한 흔적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2004년 0.1%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임기 중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런 내용으로는 선진국(미국과 영국은 1.5 수준)은커녕 이 목표조차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투기 억제 내지 과다 보유 억제 기능 제고라는 입법 취지를 전혀 살릴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며 "현재의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물리는 게 아니라 기존 보유세 과표구간(재산세의 경우 6구간, 종합토지세의 경우 9국간)의 윗 부분을 기초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로 이관해 국세로 징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물세는 낮추고 토지세는 올리는 것이 옳은데도 여전히 주택의 토지와 건물을 구별하지 않고 통합 평가·통합 과세를 고집하는 것도 큰 문제"라며 "이것은 토지 가치는 높은데 건물가치가 낮은 아파트와 반대로 토지가치는 낮은데 건물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동일 취급하는 새로운 형태의 불형평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유세를 토지세 중심으로 강화하면 '보유세가 건물의 신규 공급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보유세 강화 반대론자의 비판도 잠재울 수 있는데도 정부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지 보유세 강화가 불로소득 환수 방안의 핵심 돼야"**
전 교수는 가장 바람직한 토지 불로소득 환수 방안으로 보유세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토지 불로소득의 환수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 수입은 건축 활동을 저해하고 토지 거래를 제한하는 다른 부동산 조세(건물 재산세, 취득세·등록세 등 거래세)를 비롯한 경제에 부담을 주는 나쁜 세금을 감면할 수 있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효율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토지 보유세는 모든 조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조세"라며 "심지어 정부의 간섭과 과세를 혐오한 시카고 학파의 밀턴 프리드먼조차도 이런 토지 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여정부가 우리나라의 심각한 부동산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부동산 세재개편 방안을 한시적 조치라고 선언하고 장기적 관점의 보유세제 개편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헨리 조지 연구회', 옛 동지였던 이정우 위원장 '우회적' 비판**
전강수 교수는 대구 지역 학자들의 헨리 조지 사상 연구 모임인 '헨리 조지 연구회'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켜왔다.
헨리 조지는 빈곤과 주기적인 경제 불황 등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토지 사유로 인한 불로소득에 있다고 본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이다. 이 '헨리 조지 연구회'는 1993년 당시 경북대 교수였던 이정우 위원장의 주도로 결성되었으며, 이 때문에 이정우 위원장이 참여정부에 참여하면서 최소한 노무현 정부가 '토지 정의' 추구에 있어서는 이전 정권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샀었다. 이번 전 교수의 논문이 이정우 위원장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의 성격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헨리 조지는 그의 책 <진보와 빈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함에도 극심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그리고 주기적으로 경제 불황이 닥치는 이유는 토지사유제로 인해 지대가 지주에게 불로소득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대를 징수하여 최우선적인 세원으로 삼아야 한다."
"토지 가치 증가에 따라 부와 결핍이 대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사실이다. 토지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의 문명에 최대의 호사와 최악의 빈곤이 병존하는 현상도 보편적인 사실이다. 가장 비참하고 가장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상태의 인간을 보려면 울타리도 없는 초원 지대나 숲 속 신개척지의 통나무집이 아니라 한 뼘의 땅을 소유해도 큰 재산이 되는 대도시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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