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탄약재처리시설' 놓고 주민 vs 국방부-지자체 격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탄약재처리시설' 놓고 주민 vs 국방부-지자체 격돌

국방부 "주민 동의 없으면 강행 안 한다"에서 태도 돌변

국방부가 충청북도 영동군에 주한미군을 비롯한 군 탄약을 재처리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 영동 주민, "탄약 재처리 시설 설치 불가"**

1일 국방부와 충북 영동군 등에 따르면, 충북 영동군 매곡·상촌·황간·추풍령면 주민들은 매곡면에 국방부가 육군에 의뢰해 설치하는 탄약 재처리 시설에 반발해 수주일째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탄약 재처리 시설은 국방부가 2003년 말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소총기, 박격포 등의 재래식 무기의 탄약을 재활용해 비료로 만드는 시설이다. 2007년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은 시간당 1천5백㎏과 4백66㎏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 시설 두 기와 1백66㎏의 화약을 녹이는 용융 시설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영동군에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 신고를 해 수락을 받은 뒤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설치하는 탄약 재처리 시설은 탄체를 녹이고 화약을 비료 원료로 재활용하는 시설로 미국·유럽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운영하는 친환경적 시설"이라며 "주민의 안전이나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설"이라고 공언해 왔다.

국방부는 또 "이 지역에 이미 화학물질폐기시설이 들어서 있어 탄약 재처리 시설이 같이 들어설 경우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고용 창출 및 소득 증대 효과를 낳아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탄약재처리시설 예정지인 매곡면 인근 부대에는 이미 2000년에 화학물질폐기시설이 들어서, 지역 주민들은 수년간 환경오염 등 이 시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 왔었다.

지난 3월 허가를 해준 영동군 역시 "이곳에서는 열화우라늄탄과 같은 인체에 해로운 탄약은 처리하지 않도록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약속하는 공증 문서를 남기고, 2~3년 주기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며 "육군본부가 제시한 50억원의 지원비도 지역 숙원 사업에 우선토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주민 달래기에 나섰다.

***국방부-영동군, "주민 동의 없으면 강행 안 해…" 공언하다 태도 돌변**

하지만 국방부와 영동군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의 반발 여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매곡면에서 시작된 반발 움직임은 현재 상촌·황간·추풍령면 등 인근으로 확산해 수백 명의 주민들이 군청과 군 부대 앞에서 수차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군 의회 역시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지난 3월에는 주민 편에서 탄약 재처리 시설을 반대하는 군의원이 군청 직원을 손도끼로 위협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국방부와 영동군의 책임이 크다.

주민들은 국방부와 영동군이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탄약재처리시설을 밀어붙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와 영동군은 2004년 말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설치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는 2004년 말 "환경이나 안전성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시설이지만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할 의사는 없다"며 "사업 설명회나 주민 간담회 등을 통해 다각도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 조짐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서둘러 신고 절차를 밟았다.

2004년 말까지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시설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영동군 역시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 3월 주민 9백34명이 설치 반대 서명을 영동군에 전달했고, 군 의외도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군은 설치 신고를 받아들였다.

이미 2000년에 들어선 화학물질폐기시설로 인한 군 당국에 대한 불신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큰 원인이다. 주민들은 "화학물질폐기시설도 국방부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폐수 유출로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당초 16개 사업에 3천5백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방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 "탄약 재처리 시설 미국이 주도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불신이 쌓이다 보니 주민들은 이 지역에 들어서는 탄약재처리시설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가 "한․미 간 탄약 재처리와 관한 불평등 조약을 2003년에 개정했다"고 해명해도 신뢰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간 탄약 재처리 문제는 1999년에 양측 간 각서가 불평등하다는 이유로 계속 문제점이 제기돼 2003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정된 바 있다. 2003년에 한·미 양측은 탄약 재처리 시설에 대해서 양측이 50%씩 투자해 토지·건물·소각로는 한국이, 용해로, 비료화 장치는 미국이 설치하는 것을 명문화한 합의 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합의각서는 "국내에 있는 한국군, 미군 소유의 일반 탄약만 처리하고, 환경적으로 위해 여부가 미검증된 탄약은 처리하지 않는 것" 등을 분명히 명시해 국내외의 환경 유해 탄약이 무차별적으로 재처리될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한 이전 각서의 문제점을 시정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국방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며 "연간 1만4천2백52t의 탄약을 15년 또는 그 이상 반영구적으로 처리할 때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일 것은 뻔하다"고 극도의 불신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일 "주민들의 요구와 반대가 있어 계속해서 절충하고 있다"며 "3월에 허가가 났지만 아직 공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의 의견은 크게 반대 급부에 대한 것과 안전·환경에 대한 것"이라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영동군과 국무조정실에 예산 배정과 지원을 요청했고, 안전·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증빙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2월 말에는 뚜렷한 주민 동의 움직임이 없었지만 올해는 지역의 공식 대표라 할 수 있는 이장단의 동의를 받았다"며 "일부 반대 주민들이 주민투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사업은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큰 사업이 아닌 만큼 주민투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주민투표와 같은 주민 의견 수렴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