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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닭처럼 아이 키울 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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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양계닭처럼 아이 키울 때, 미래는 없다"

희망을 찾는 농업 살리기 <3> '밥상머리 교육'부터 시작하는 살림의 지혜

<프레시안>은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 건강한 농지제도 개편을 위한 연석회의(농지제도 연석회의)'와 공동으로 최근 농지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통해 촉발된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공론화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임재택 생태유아공동체 대표(부산대 교수)가 세 번째 글을 기고해왔다. 임 대표는 "생명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문명의 폐해가 지금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급속한 산업화와 '양계장식 교육'으로 마음과 영혼이 아픈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임 대표는 "이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농업과 노동,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변화, 음식과 몸과 마음의 관계 및 건강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임 대표는 "이런 교육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텃밭 가꾸기'와 같은 식생활 교육(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편집자.

***산업문명의 폐해와 병든 아이들**

우리는 지금 생명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산업혁명으로까지 칭송했던 산업문명의 결과는 자연 생태계 파멸과 인간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산업문명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심각할 정도로 병들어가고 있다. 최근 아이들의 양육·보호·교육여건이 참담할 정도로 나빠지면서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 열 명중 네 명 정도는 제왕절개로 태어나고, 열 명중 아홉 명 가량은 엄마 젖 대신 소젖을 먹고 자라며, 밥 대신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고 있다. 그 결과 이들에게 감기, 천식, 치아질환, 소아비만, 소아당뇨,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 등 신체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과자, 탄산음료, 인스턴트식품, 육식을 주로 하면서 체질이 산성화되어 매우 공격적이고 산만하며, 정서불안, 신경증, 스트레스 등 마음의 병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88올림픽 이후부터 "엄마, 내 몸이 이상해", "아빠, 내 마음이 이상해", 하고 경고음을 계속 발령했지만 아무도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아이들이 몸으로 보여준 항변이 바로 9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아토피 피부염이다. 지금 어린 아이 10명 중 3~4명이 아토피를 앓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아이들의 아토피 피부염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아토피는 아이들의 병든 몸과 마음과 영혼의 대변이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나 엄마 젖과 자연 이유식과 생명의 밥을 먹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자란 예전의 아이들에게는 아토피가 없었다. 결국 아이들이 흙을 피하면서 생긴 '아토피(兒土避)'는 지난 30~40년간 인간이 저지른 자연 파괴의 업보이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양계닭'처럼 키우는 기존 유아교육**

우리 사회는 이처럼 아픈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얼마나 잘 돌보고 있는가? 부모들은 조기교육, 특히 조기영어교육 열풍에 휩쓸려서 어린아이들의 영어 발음을 잘하게 하기 위해 혀를 수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기 특기교육, 문자교육을 위해서 수십만 원씩을 쓰면서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깊은 병이 들어있는 사실은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 유아교육시설 역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치유보다 학습에 치중하고 있으며, 주류 유아교육 역시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를 외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행위들의 상당부분은 아이와 교육과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는 아이와 교육과 생명을 죽이는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도시의 아이들은 자연과 놀이와 아이다움을 잃어버린 채 몸과 마음과 영혼이 병든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먹는 것도, 생활공간도, 하루일과도, 받는 스트레스도, 병든 몸과 마음도 '양계닭'에 비유된다.

물신주의와 이기주의에 물들어 부자와 승자를 만들고자 성장과 개발, 자본과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지금의 유아교육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 양(陽)이 극에 달하면 음(陰)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이처럼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아이들을 양계닭처럼 키우고 있는 기존의 유아교육은 물러나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토종닭처럼 키우는 새로운 유아교육, 즉 생태유아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식농사, 생태교육 그리고 생명농업**

인생사의 핵심은 의식주와 육아이다. 인간은 의식주를 통해 생존하고 육아를 통해 종족을 번식한다. 예로부터 집안이 잘 되려면 자식을 잘 키워야 하고, 나라가 잘 되려면 인재를 잘 길러야 한다. 자식농사가 농사의 으뜸이다. 자식농사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우리 할머니들께서는 한마디로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아이'로 키우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밥 잘 먹고 똥 잘 싼다'는 말은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그것도 순환이 빨리 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밥'은 아이의 몸으로 들어오는 입력이고, '똥'은 나가는 출력을 말한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입력과 출력의 순환이 원활해야 한다. 여기서 입력은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입으로 음식과 물을 먹고, 피부로 공기 접촉(즉 피부호흡)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출력은 코로 숨을 내쉬고, 피부로 땀을 배출하고, 소변과 대변이 순조로운 것을 말한다.

결국, 아이가 밥 잘 먹고 똥 잘 싼다는 것은 아이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이 원활하여 기(氣)와 혈(血)의 순환이 잘 되어 혈기 왕성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아이의 기와 혈이 잘 통하게 되고, 자연 속에서 활기차게 놀면서 자라게 되면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하고 너그럽고 맑아진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생각과 행동도 사려 깊고 건전하며 지혜로워진다. 또한 이런 아이들은 면역력과 적응력을 두루 갖추어 생명력이 강건하게 된다.

그 동안 산업문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축도, 물고기도, 새도, 곡식도, 채소와 과일도 자연을 멀리한 채 우리나 비닐하우스에 가두어서 인공적으로 키워왔다. 생명위기를 가져온 산업문명의 결과이다. 오염된 공기와 물과 땅, 드러난 질병만 쫒는 현대의학, 열량과 영양소 위주의 영양학, 병든 먹을거리를 양산하는 산업농업 등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아이들의 건강, 영양 및 교육의 문제는 생명농업과 직결되어 있다. 예로부터 자연의 순리에 따른 아이 농사가 바로 아이살림, 생명살림의 생태유아교육이다.

생태유아교육은 곧 아이 농사로서 생명농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생태유아교육은 생명의 '밥', 즉 생명의 기운이 들어있는 공기와 물과 음식으로 아이들을 모시고 살리는 일이다. 생명의 밥을 만드는 생명농업은 결국 땅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아이를 살리고 모든 생명을 살리는 참으로 거룩한 일이다. 밥 한 그릇은 온 우주를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밥 한 그릇을 한울님으로 모시고 섬겨야 한다.

***농업정책,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가?**

그동안 역대 정부는 생명의 농업이 아닌 죽음의 농업을 추진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 농업과 농촌과 농민의 실상이 그 증거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농사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이 최고라고 선전하면서 더 많이 사용하도록 더 싸게 공급하는데 주력해 왔다. 농대 교수도, 농협의 지도자도, 학교의 교과서에서도 화학농법이 과학농법이고 선진농법이라고 선전하고 가르쳐왔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화학농업이 최선의 농업이고, 그렇게 생산된 크고 싱싱하고 보기 좋은 농수축산물이 최고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또한 공업중심의 경제개발 정책은 농업천시 정책으로 나타나면서 4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농업과 농촌이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결국 그 동안 역대 정부는 농업 말살 정책을 추진해온 셈이다. 농업정책을 관장하는 농림부를 비롯한 농업통상 관련 정부 관료들은 한국의 농업과 농촌을 붕괴시켜 WTO, FTA 체제에 예속시키는 노릇을 한 셈이다. 결국 정부 관료와 농업학자들이 행한 노릇은 농업의 본질인 민족의 생존을 위한 생명농업 보다는 산업농업, 즉 돈벌이 농업에만 몰두하도록 농민들을 호도해왔다.

또한 역대 정부는 경쟁력 없는 농업과 쌀농사를 포기하고 경쟁력 있는 다른 산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해왔다. 식량 자급률 약 27%인 한국은 핸드폰 팔아서 쌀 사오면 된다는 경제논리가 정책당국자들과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식량자급률 75% 수준인 북한은 나머지 약 25% 부족식량을 사올 돈이 없어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웠던 평야들이 지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적어도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를 생각한다면 농업과 식량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업과 농촌을 연구하는 학문인 농학은 농업과 농촌을 저버린 농학으로 변질되었고, 농학 연구의 요람이어야 할 농대(農大)의 명칭에서 '농(農)' 자가 사라지고 생명과학대학, 생명자원과학대학 등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쿠바처럼 인류 미래의 희망인 생명농업, 유기농업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이살림·농촌살림의 생태유아공동체 운동**

우리는 농업과 농촌을 되살려야 한다. 이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 꿈과 희망을 들려주어야 한다. 건강한 농업과 행복한 농민이 없는 나라는 미래도 없다. 왜냐하면 농사(農事)는 여전히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02년부터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친환경유기농산물을 먹입시다.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살리고 우리 농촌을 살립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어린 아이들에게 '밥(현미잡곡밥) 먹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에서 시작된 생태유아공동체 운동은 수도권, 광주,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생태유아공동체가 하고 있는 일은 작지만 소중한 일이다. 이 일이 잘 되면 아이도 살고, 쌀도 농촌도 농업도 살고, 자연 생태계도 생명도 살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자식들을 키우면서 농사를 가르쳤듯이 아이들에게 텃밭 가꾸기를 가르쳐야 한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생태유아교육의 일환으로 텃밭 가꾸기를 하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텃밭 가꾸기는 농업과 노동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변화를 익히고, 음식과 몸과 마음의 관계 및 건강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쿠바에서는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 농업 관련 이론과 실습을 의무화 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프로그램에서 1920년대에 이미 텃밭을 가꾸는 생태농업과 요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한편 우리 조상들은 벌써 수천 년 전부터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가정에서 텃밭 가꾸기를 통한 생태농업과 요리활동과 생태적 식생활 교육(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해왔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의 아이살림, 농촌살림, 생명살림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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