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코란 모독 행위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점령후 최대규모의 반미시위가 발생, 지금까지 16명이 사망하는 등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파키스탄, 사우디,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전역으로 미국 규탄 분위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학대 행위 이후 또다시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며, 백악관, 국무부 등이 경쟁적으로 진화작업에 나섰다.
***미군 관타나모 수용소서 코란 화장실 휴지로 사용**
이번 범이슬람 분노 폭발의 기폭제는 아랍 이슬람권에는 절대 신성시되는 코란을 미군이 모독했다는 미국언론의 보도였다.
미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 최신호(9일자)에 따르면, 관타나모 군 기지에서의 학대 행위 등을 엄밀히 조사하던 수사관들은 기지내 심문자들이 코란을 화장실에 갖다 뒀으며 최소한 한차례 코란을 화장실 물에 버렸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같은 보도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5백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9.11 사건 이후 가장 보수적인 교리를 택하고 있는 정통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에서 구금된 이들이라는 점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격노케 했다.
코란 모독행위는 이슬람권에서 사형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최대 규모 반미 시위 16명 사망 **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의 미군의 코란 모독 행위’ 보도로 촉발된 아프간 반미 시위가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반미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13일에만 시위대와 아프간 경찰간 충돌로 최소 9명이 숨졌으며 나흘간의 시위로 사망자 16명, 부상자가 1백여명에 달했다.
이번 시위는 단순한 반미 시위가 아니라 친미정권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로 이어지고 있다. 아프간 관리들에 따르면 시위대들은 남부 가즈니주 주지사 관저를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 경찰 총책임자가 총상을 당하는 등 3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당했다.
북동부지역인 바다흐샨주 주도인 파이자바드 근처 지역에서도 1천여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 3명의 경찰관을 포함한 22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이들 시위대는 세 곳의 외국구호기관에도 불을 질러 강한 반외세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남동부지역인 가르데즈에서도 3백여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서자 무장 병력이 발포했으며 지역 치안 담당자에 따르면 시위대들도 총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는 규모는 작지만 수도 카불에서도 발생했다. 50여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나섰으며 시위 지역도 새로운 도시들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슬람권 전체서 "미국에 죽음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사우디, 팔레스타인..**
코란 모독행위에 대한 항의는 아랍권 전체로 들불처럼 번져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강한 반미 구호와 함께 격렬히 전개되고 있다.
아프간의 반미 시위는 우선 이웃국이자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파키스탄으로 번져, 시민들이 미군을 규탄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수도 자카르타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평화적인 반미 시위를 벌였으며 “책임있는 자들은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슬람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신성모독행위 비판 대열에 적극 동참하고 나서, 사우디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미국 관련 당국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발 방지와 전세계 이슬람인들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에서도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주도로 2천여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려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가 불태워졌다. 서안에서도 수백명의 팔레스타인들이 “성스러운 코란이 가장 더러운 손인 미군의 손에 의해 더렵혀졌다”고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이밖에 이집트와 리비아 이라크에서도 분노가 표출됐으며 이집트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 ‘무슬림 형제단’은 “최대의 분노를 표명함과 함께 미 정부의 사죄와 관계자의 엄정한 처분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프간 이슬람 성직자들도 13일 이슬람 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에서 “코란에 대한 신성모독행위로 촉발된 저항은 정당하다”고 강조해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들은 물론 폭력행위는 피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미 퍼져 있는 반미 감정의 폭발력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슬람권 전역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학대 사건 이후 초유의 사태다.
***美 당황 기색 역력, 백악관-국무부 등 적극 진화 나서 **
당연히 미국에 비상이 걸렸다.
스콧 멕클랠런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우리는 전세계 이슬람인들이 우리 또한 그들이 느끼고 있는 우려감을 공유하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바란다”면서 “우리는 폭력화한 시위로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멕클랠런 대변인은 이어 “국방부가 현재 이 사건을 조사중이며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코란에 대한 어떤 모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이슬람권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 진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12일 “미군 당국은 코란 모독 행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코란에 대한 그러한 무례한 행위는 우리 모두에게도 혐오스런 것”이라며 폭력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신성인 코란에 대한 모독 행위는 이슬람권 전역의 반미감정에 또다시 기름을 부은 양상이어서, 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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