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후 초유의 고등학생 집단시위 움직임에 경악한 교육인적자원부는 7일 '새 대입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설명 자료를 내놓았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새 대입제도에 대한 '홍보 부족'에서 찾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교육부는 자료를 통해 "고등학교 들어와 첫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들이 '중간고사를 망쳤으니 가고 싶은 대학에 못 간다'고 하지만 대학이 국어 등 4개 과목의 내신 성적을 30% 반영한다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국어 시험의 반영 비율은 고작 0.625%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내신 성적은 1, 2번의 시험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학생은 티끌 모아 태산'이고, 불성실한 학생은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반영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만약 과거처럼 내신을 운영한다면 대학은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통합교과형 수능시험이나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이처럼 난이도가 높은 문제 위주의 수능시험이나 본고사가 부활되면 아마도 학교 수업은 뒷전이고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풀이 위주의 사교육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며, 현행 대입제도 존속 방침을 거듭 밝혔다.
교육부는 "학생 여러분은 솔직히 아직 어리다"며 "쉽게 좌절하지 말고 감성적으로 무분별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넓은 안목과 굳은 자신감을 가지고 장래를 설계하라"고 설명을 마쳤다.
하지만 이런 교육부의 설명은 즉각 학생, 학부모들에게 반박됐다.
7일 교육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고1 학부모'란 ID로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고1 또래를 아이로 둔 학부모 입장에서 한 마디 하겠다"며 교육부의 설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프레시안>은 현재 교육부의 상황 인식이 뭐가 잘못됐는지를 잘 지적한 글이라 판단해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김진표 교육부총리, 현실을 똑바로 아십시오**
요즘 고1 아이들 내신제 반발 때문에 야단법석이지요. 바로 그 학년에 해당하는 아이를 자식으로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지난 2개월을 마치 2년과 같은 느낌으로 보낸 입장에서 이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애들이야 아직 어리니까 자신들의 주장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 지 대안이 무엇인지 지금 제도가 뭐가 잘 못된 건지 조목조목 따져서 말하라면 말 못합니다. 그걸 제대로 말 할 줄 알면 애들입니까? 그저 얘네들을 당하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하다 당하다 못해 지금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고 1 아이들의 심리 상태나 현장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지금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 으레 있어왔던 혼란 정도쯤으로 이해할 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그 정도 상태가 아닙니다. 어제 교육부 장관이 담화 발표하고 저녁의 토론 프로그램에 당국자들이 나와서 이구동성으로 짜 맞춘듯한 이야기들... 즉 현행 제도의 참 뜻을 학생, 학부모가 잘 이해를 못 해서 그랬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더군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다 생각이 짧은 멍청이들이었다는 것인데...
어휴.. 이건 아주 간단한 수학 계산입니다. 교육부 당국자 말은... 전체 입시 시험을 100이라고 놓는다면, 예전의 수능 시험식은 오로지 수능 하나에만 목숨 걸어 100을 다 집어 넣는 그런 식이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걸 12번의 중간고사, 학기말 고사로 나누어 100/12를 만들어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어이구... 이렇게 현실을 모르니, 답답하기 짝이 없지요. 그게 100/12가 됩니까? 그게 아니지요... 절대로 100이 12 등분으로 쪼개지지가 않습니다. 그게 아니고요, 반대로 "총량이 100이 아니라 1200이 되는" 겁니다. 한 번이 아니라 12번 시험으로 나눈다고 하면, 그건 입시 부담이 12분의 1로 주는 것이 아니라 12배가 된다는 뜻이지요. 이 점을 생각하셨어야 합니다.
이전 제도에서는 고3 아이들이 수능 코 앞에 두고 히스테리컬해지고 자살충동 일으키고 야단들 났었습니다. 부모들은 그 앞에서 기침도 제대로 못 하고요... 그걸 지금 고 1 아이들은 입학하자마자 고3 끝날때까지 하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럼 왜 "나누기 12"가 되지 못하고 "곱하기 12"가 되는걸까요? 이 차이를 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는 입시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게 된다고 하면 아무리 자그마한 것이라도 목숨 바치게 되어 있습니다. 덩어리를 잘게 쪼갠다고 그 것에 대한 부담이 주는 것이 아니고요, 오히려 덩어리가 작아지면 작아질 수록 더 많은 것을 커버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나누기 12"가 되었다고, 중간고사 대충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어디 있습니까? "이번 한 번으로 망치는 것 아니다, 또 기회가 있다."라고 교육부는 말하지만 그 ''다음 번의 기회''도 그냥 앉아 있어서 저절로 성공으로 연결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중간고사 때 보였던 것 이상으로 "자살 충동 일어날 만큼 해야만" 얻어질까 말까 하는 겁니다. 단 한 번의 수능 시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불합리하지요. 그러나 그 때에는 "자살 충동" 한번만 일어나도 되었는데, 이제 애들은 3년 내내 열 두번 이상 느껴야 합니다.
게다가... 어차피 성적 좋은 아이들은 상위 몇 퍼센트 뿐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자포자기하게 되고 그 결과 심한 좌절감에 빠지거나,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또는 아예 일탈된 행동으로 빠질 수 있게 됩니다. 이제라도 마음 다시 잡아 먹고 하면 될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은 아예 포기해야 합니다. 기존에 잘 못 본 성적이 "낙인"처럼 평생 꼬리표로 달라 붙어 다녀야 할텐데, 지금 마음 고쳐 먹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어제 TV 토론 프로그램 보니까 서울대 교수 한 분이 하는 이야기가 1/3은 내신, 1/3은 특기자, 1/3은 정시(논술 중심)으로 뽑겠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내신 못 했다고 대학 못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인데... 이 또한 답답한, 현실무감증의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건 입시 방식을 대학 입장에서는 다양화해서 여러 특성의 아이들을 뽑겠다는 이야기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현장의 학부모나 아이들에게는 한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다 잘하라고, 즉 예전과 달리 이제는 논술도 잘해야 되고, 내신도 잘 해야 되고, 특기자 선발 되게 각종 경시대회에 나가야 되고... 한 마디로 "죽어라" 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만일 흑인 1/3, 황인종 1/3, 백인 1/3 뽑는 식이라고 하면 이런 건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흑인이 백인 될 수 없고, 백인이 황인종 될 수 없으니... 이건 여러 부류의 인종을 공평하게 뽑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입시 상황은 다릅니다. 이건 애들보고 흑인종 연습, 황인종 연습, 백인종 연습 세 가지 다 하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우리는 어찌 되었든 "입시"에 목 매는 거는 사회라는 점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1/3만 내신으로 뽑으니 내신 못 봤다고 걱정 하지 말아라, 다른 길이 있다." 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는 오히려 이렇게 들립니다.
"1/3씩이나 내신으로 뽑는다. 정시는 이제 예전의 1/3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니 내신 엄청나게 준비해야 한다. 그 것도 고1부터 반영되니까 고1 때부터 죽어라고 시켜야 한다" 이런 소리로 들립니다. 또 이런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렇게 죽어라 시켜도 어차피 다수의 아이들은 1/3 안에 못 들겠지. 그럼 너희들은 거기에도 못 들었으니 그 벌로 경시대회라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엄청나게 관련 준비를 해야지. 전국 규모 대회들인데 그냥 적당히 해서 붙겠니? 죽어라고 해야지. 자신이 없다고? 아니 평소에 그런 것도 공부 안하고 뭐했니? 학원 안 다녔어? 그럼 너는 학교 공부만 가지고 대학 올 생각 했니? 상위 몇 %가 아니면 이런 다른 걸 공부했어야지. 그게 싫으면 상위 몇 %에 들던지... 괜히 경시대회 준비 왕창했다가 떨어지면 어떻하냐고? 오히려 정시와 내신 준비만 지장 받는 거 아니냐고? 그건 니네 사정이지, 우린 알 바 아니다. 우린 어쨌든 다양화 시켰잖니? 떫으면 상위 1~2%에 들면 될 거 아니냐? 앞의 두 가지 전형에 다 못 든 니네들은 당연히 그 댓가로 벌을 또 받아야지. 머리 나쁜 애들, 또는 줄 잘 못 서서 특목고 간 애들, 이런 애들은 댓가를 치뤄야 해. 즉 너희들은 이제 논술도 죽어라 해야 하는거야. 그런데 알지? 예전보다 정원이 1/3로 줄어든 거... 따라서 예전보다 더 죽어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입시로 신경 써야 할 공부의 양과 종류는 예전보다 몇 배가 되는 셈이란다. 이게 이번에 1/3 내신, 1/3 특기자, 1/3 논술 중심으로 뽑겠다는 우리 대학들의 ''미래지향적''인 입시요강에 대응해서 너희들이 마땅히 겪어야 할 ''냉엄한 현실''이야"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해야 할 공부의 양도, 가짓수도 많아졌고, 횟수도 많아진데가가, 기간도 더 길어졌고, 게다가 불확실성까지 겹쳤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학원 더 많이 다니고, 과거보다 더 살인적 환경에서 싸울 작정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죽겠다고 하는 겁니다.
"학교 정상화 시키려면 내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거야 옳은 말이지요. 문제는 내신이 대입과 직결된다는 "협박"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애들이 학교 수업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지, 그 "협박"이 없었으면 전혀 효과가 없었을 것라는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 것에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수업 시간 잘 듣는 다는 것은 학교 정상화가 아닙니다. 그건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아이들은 협박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뒷통수에 들이댄 총구가 무서워 칠판을 쳐다보고 있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죽지 않기 위해"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가고, 새벽 3~4시에 귀가합니다. 어떻합니까? 도리가 없지요.
이건 진정한 의미의 학교 정상화가 아닙니다. 만일 교육부의 뜻대로 맞아 떨어진다면 학교 수업이 정상화 되면서 사교육이 줄어야 합니다. 교육부도 원래 그 뜻으로 이 제도 바꾼 것 아닙니까? 학교 교육이 정상화 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생각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습니까? 오히려 사교육비가 지금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고3 학생들에게 지출했던 비용 만큼을 고1부터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학교 수업의 정상화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다 얻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는 상태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지금 "지식"이나 "인성"이 아닙니다.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성적" 이 거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학교 수업이 정상화 된 것처럼 보여도 그건 사실은 정상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성적''에 대한 ''협박'' 때문에 수업을 듣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학원과 과외를 더욱 더 찾게 되는 것입니다. 제발 겉이 똑같다고 내용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요. 자신이 진짜로 원해서 읽는 책과 "안 읽으면 죽어?"하고 협박해서 읽는 책이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후자는 죽지 않기 위해 읽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는 온갖 수단 다 동원하게 됩니다. 현실이 이런데, 상대평가에 의한 상대등급제이니 더 난리가 날 수 밖에요.
당장 중간고사 시험쳐서 등급이 떨어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제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 마지막에 웃는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라고 말했지요. 그러나 이젠 그게 안 됩니다. 아마 아이들을 붙잡고 학부모는 이런 이야기를 할 겁니다.
"이미 네 이마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빨간 줄 하나 그어졌다. 이거 만회하려면 너는 다음번 학기말 고사때에는 지난 번 보다 더 죽어라 해야 된다. 중간고사 때 4시간 잤으면 이제 학기말 고사 때에는 2시간만 자야된다. 지난 번에 네 짝한테 노트필기 보여준 짓이 왜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알겠지? 앞으로 학원도 한 군데 더 다니기로 하자. 그래야 만회가 된다. 아버지도 가서 돈 더 열심히 벌어오마. 앞으로 넌 3년 동안 ''나 죽었소''하고 지내야 한다."
교육부에 계신 어른들, 대학에서 입시 담당하시는 어른들... 제발 아셔야 합니다. 나누기 12, 절대로 그렇게 안 됩니다. 틀림 없이 곱하기 12가 됩니다. 입시 부담을 3년에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입시 부담을 3년 동안 더 늘리는 겁니다.
이제 현실을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 합니다. 그러나 그 것은 "입시 성적"을 볼모로 삼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했을 때에는 오히려 이런 부작용이 나옵니다. 제발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정책을 세우고, 입시 요강을 잡아 주십시요. 아이들은 약자입니다. 하라면 하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억울해도 자기 입장 펼 처지도 아니고, 어떻게 펴야 하는지 조목조목 댈 능력도 없습니다. 그저 화가 나고 속이 터지고, 이게 사람 사는거야? 하고 외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화가 고스란히 부모에게 옵니다. 요즘 고1 아이들 자식으로 둔 부모들 이야기 들어보십시요. 아이들하고 트러블 안 일으키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이 화를 풀 곳이 없으니, 부모에게 그 화를 풀거나 또는 대화를 아예 단절해 버리나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춘기의 민감한 시기인데... 이건 가정이 가정이 아닙지요. 심성이 거칠어지지 않을까 마음이 꼬부라지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됩니다. 학교 생활도 그렇지요. 아이들과의 경쟁도 경쟁이거니와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의 뜨거운 에너지를 꾹꾹 눌러 막아 놓았으니 이게 엉뚱한 데에서 터집니다. 힘센 아이들은 힘 약한 아이들 괴롭히고 두들겨 패는 것에서 스트레스 풉니다. 이건 학원 폭력이니 일진회이니 하는 것과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굉장히 심성이 거칠어졌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순한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도 이중, 삼중으로 스트레스 받습니다. 한 마디로 탈출구가 없습니다. 이건 솔직히 학교 생활이 아닙니다. 우리들 어른들이 다니던 그 시절의 고등학교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논술 중심으로 가는 것 개인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러나 영어 논술을 빗대어 영어 해석 문제, 수리 논술을 빗대어 수학 시험 문제 이런 거 나오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 합리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 많이 듣습니다. 그런 것을 증진 시키는 것, 생각을 다양화 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할 줄 아는 것... 이 것 중요하고 그 쪽으로 나가야 합니다.
국, 영, 수 중심의 현행 교과 과정 한번 잘 보십시요. 저는 문과 출신이고 본고사 세대인데, 사회 나와서 직장생활도 하고, 사업도 하고 여러가지 다 겪어 봤지만, 입시 때 죽어라 하고 공부했던 미분, 적분 고등학교 졸업하고 단 한번도 사용해 본 적 없습니다. 비슷하게 가 본적 조차도 없습니다. 수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랏 말싸미 듕귁에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하는 훈민정음 아주 입에 달게 달달달 외웠습니다 사맛디가 고어로 어떻게 쓰고, 그게 무슨 뜻이고 어쩌고 하는 내용... 사회 나와서 단 한번도 응용된 적 없고, 제 삶에 크던 작던 영향을 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이건 대학교 가서 그 거 전공할 사람들이 할 일입니다. 영어는 필요하지요. 영어도 국어 고문 배우듯 하는 것은 필요없고 실제 책을 읽고, 회화를 할 때 필요한 수준으로 해야 하지요. 국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절에 불과 30초면 얻을 수 있는 지식을 뭐하러 달달 외웁니까? 한창 밝게 꿈을 가지고 자랄 아이들이 삼년 내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 희생해 가며, 꿈도 희망도 없이 무표정하고 지친 모습으로 바쳐서 공부하는 것들의 내용이 어떤 것인줄 아십니까? 그 것들 3년치 몽땅 합쳐도 200기가 하드디스크 하나에도 다 못 들어갑니다. 그걸 왜 외우고 있습니까?
물론 암기식 교육 지양한다고 교육부는 말하지요. 대학도 그렇게 말하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그렇게 해서 변별이 됩니까? 아이들 등급 매기라면서요? 상대평가 해야 하고 점수 차이 두어야 할 것 아닙니까?
"삼국통일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의의가 무엇인지 요즘의 남북 분단 상황에 대비해서 네 생각은 어떤지 말해봐라"... 이런 식의 문제를 냈다가는 난리 납니다. 선생님들 학부모에게 시달려 못 살겁니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과 흐름은 알아야 정보도 핸들링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그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기본적인 상식이나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는 절대로 "변별"이 안 됩니다. 그 거로는 절대로 순위가 안 매겨집니다. 대학에서는 "변별"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변별"을 하기 위해서 일선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중 백제의 부흥운동을 일으킨 사람은?", "다음 중 진흥왕 순수비가 아닌 것은?" 식의 국사학과 대학생들이나 알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알 필요가 없는, 정 알아야 할 일이 있으면 인터넷 키워드 검색 한 번만 하면 될 그런 지식들을 가지고 시험을 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의 맑고 곱게 자라야 할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하나, 둘 모아 외우고-또 까먹기 위해(시험 끝나 보십시요. 입시 끝나고 딱 한달만 지나면 진흥왕 순수비 위치 다 잊습니다. 또 사실 그걸 외워서 뭣합니까? 그런 걸 보면 사실 지식적으로 도움도 안 됩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따지고 보면 대학입시는 "지식위주" 조차도 아닙니다. 단순한 "잠깐동안 얼마나 많이 외우는가?"하는 단순암기능력 테스트입니다- 아무튼 이런 사소한 것들, 인생을 길게 볼 때 별 도움도 안 되는 일 때문에 그 소중한 시기를 몽땅 다 바치고, 죽을 작정 까지도 하는 겁니다.
이거 아닙니다. 지금의 교과 과정이 과연 아이들에게 이런 삶을 살게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구장창 많습니다만... 너무나도 답답하고 안타깝고, 대학과 교육당국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일종의 절망감 같은 것이 들다보니.. 자꾸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마는군요. 다음 기회에 다시 정리해서 올릴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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