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현 상황을 "북핵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과정에서 중대한 국면"으로 규정한 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해, 정부의 대북 대응이 강경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3일(현지시간) 유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에서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중인 천영우 외교부 외교정책실장이 미국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며 북한의 NPT 위반행위를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크리스토프 힐 미 국무부차관보의 방한이후 한국정부 정책이 대북강경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반기문 외교, "모든 가능성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중"**
반기문 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갖고 이처럼 현 국면을 '중대 국면'으로 규정한 뒤, "북한은 6자회담 개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무작정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타당성 없는 주장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재개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호응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즉각적 6자회담 촉구를 주문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해 "회담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 상대방이 있다"면서 "북한이 비타협적, 비현실적 주장을 하고 있어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북한을 전례없이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전개되는 상황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밝지 않아 여러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해, 미국-일본 등이 추진중인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에 어떤 대책을 강구할 것이냐 등은 우방간 협의하면서 그때그때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전례없이 강도높은 비난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다자협상을 통한 WMD 핵문제 등의 경우에는 인내심의 한계를 설정하기 어렵다"면서 "오늘 발언의 취지는 모든 관계국들이 6자회담을 통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북한 이익에도 바람직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현실에 대해 북한이 직시하고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계속 지연이 될 경우 당연히 국제사회의 인내심은 점점 옅어지고 대화 재개에 부정적이며 북한의 장래, 이익에도 바람직스럽지 않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어 북한의 주의를 촉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실험 가능성, 국제사회가 주시중"**
반 장관은 미-일이 추진중인 안보리 회부 동참 가능성에 대해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의 해결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안보리 회부 등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할 것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설 보도 등이 미-일 언론을 통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방국간 긴밀히 정보를 교환하고 있고 필요한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보도) 배경 등은 말할 위치가 아니나 다만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북핵 해결에 소극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정부의 노력이 소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우리가 기대한 만큼 결과와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우라늄 농축 제한 제안, 국제사회 유보적 입장"**
반 장관은 이어 미국이 일본 등 일부 국가에만 우라늄 농축시설과 플루토늄 추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는 지난해 2월 부시 대통령이 WMD 확산 방지를 위해 내놓은 7개 제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그러나 이 제안은 국제사회의 많은 국가들이 유보적 입장을 표명해 지금까지 수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5월 2일 NPT 평가회의 기조연설에서 미측 수석대표는 보다 엄격한 제한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핵확산 방지 청잭 강화라는 명분 하에 핵연료용 우라늄 농축 사업을 기존 핵보유국 이외에는 일본, 독일, 네덜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5개국에만 허용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은 5개 핵보유국 이외에는 일본만 인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핵보유국가들은 다른 나라 국가들이 민간 핵 시설을 보유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보유 국가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시설을 이미 갖고 있는 국가들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의견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러한 제한에 대해 "그 기준과 어떻게 정당화될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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