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날인 2일 예기치 못한 변을 당했다.
***이 회장,학생시위로 쓸씁한 '약식 수여식'**
당초 이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고려대내 인촌 기념관에서 어윤대 총장으로부터 기업인으로서는 이 학교에서 주는 15번째 명예박사 학위이자 3번째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1시간반전부터 고려대 학생 1백여명이 기념관 앞에 모여 '박사학위 돈 받고 파는 학교 당국 규탄한다', '이건희는 노동탄압 박사', '이건희 경영철학은 노동탄압 철학이다'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회장과 학교 당국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은 고대 총학생회와 '반자본.반전'을 표방하는 학생 연합 단체인 '다함께' 소속 학생들.
오후 5시20분께 식장에 도착한 이 회장은 학생들이 정문을 막는 바람에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측면 계단을 이용해 기념관으로 들어가야 했고, 이에 학생들이 뒤따라 기념관으로 진입하려 하자 고려대와 삼성직원들이 셔터를 내려 학생들을 차단했고 이 과정에 셔터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밖에서 소란이 계속되자 1시간이상 기다리다가 오후 6시40분께 기념관 3층 재단이사장실로 자리를 옮겨, 1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어윤대 고대총장으로부터 학위를 받고 곧바로 오후 7시쯤 기념관 1층 대강당의 보조출입문을 통해 후문으로 나와 차를 타고 고대를 빠져나갔다.
삼성이 4백18억원을 지원해 건립한 '백주년 기념 삼성관'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이 회장 대신 부인 홍라희 호암미술관 관장이 대신 참석해 행사를 주재했다. 이날 만찬에는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가족들과 강신호 전경련 회장 등 경제계 인사와 삼성그룹 사장단, 송필호 중앙일보사장 등 각계인사 5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가 파행을 거듭한 것에 대해 이재용 상무는 "젊은 친구들이 패기에 차서 이뤄진 일"이라며 애써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삼성측 관계자들은 "주최측 준비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고대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뒤 "유독 한국 사회에서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경영인이 인정하지 못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 회장이 안 받겠다는 걸 고려대가 억지로 모셨는데 손님을 모셔 놓고 이렇게 돼서 면목이 없다"고 죄송스러워 했다.
이 회장이 명예박사 학위 받는 과정에 논란이 일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1월 서울대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서울대 경영대 교수 20여명이 '사전에 교수진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이기준 총장에게 항의서를 제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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