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이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공주, 아산 두 지역에서의 예기치 못한 4.30 재보선 참패와 관련, 행정도시 이전 기대감으로 땅값이 많이 오른 연기에서는 우리당이 이겼으나 그렇지 못한 공주-아산 등지에서는 패배했다는 '봉창 두들기기식 분석'을 해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박병석 "땅값 많이 오른 연기는 우리당 승리, 공주-아산서는 패배"**
박 의원은 2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 성민입니다'에 출연해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충청 지역에서 우리당이 패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런 결과에 대해서는 정말 아쉬움과 일단의 실망감이 없을 수 없다"고 충청권의 배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뒤 이같은 '독특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박 의원은 우선 충남 연기-공주에서의 패인과 관련해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들어가는 연기 공주 지역에서 대부분의 땅 수용은 70~80% 이상이 연기지역이었다. 이곳은 우리가 이겼다. 몇 천표 이겼다. 그러나 공주지역은 우리가 졌다. 공주지역은 작게 보자면 땅 매입되는 곳보다는 규제지역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당의 패인을 연기보다 덜 오른 공주의 '땅값'에서 찾았다.
박 의원은 이어 충남 아산에서의 패인과 관련해서도 "아산 지역은, 많은 분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생각들 하는데 현지가 많이 다르다"며 "아산은 서울서 전철이 연결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도권 규제가 되면 그것을 피해서 아산이 많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서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현지에서 느꼈다"며 역시 원인을 '땅값'에서 찾았다.
박 의원은 '그러니까 땅 값이 오른 연기 지역은 표심이 올랐는데 그렇지 않은 지역은 표심이 떨어졌다는 그런 얘기냐'는 사회자 질문에 "글쎄 반드시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땅값이 올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분들이 많았던 것 같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향이 있었다"고 재차 자신의 주장을 확인했다.
박 의원은 이밖에 충남 공주-연기에서 무속속 정진석 후보 당선에 따른 '중부권 신당' 가능성과 관련해선, "경북 영천은 투표율이 59~60%에 가까웠으나 충정지역은 투표율이 30%대였다"며 "대부분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낮았고 특성이 농촌지역이기 때문에 그분들 성향이 많이 반영됐다고 보는만큼 이것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 신당에 대해 분명히 말씀 드리는데 신당은 지금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고 명분도 없고 또 국회의원 한 석 갖고 신당이 되겠나"고 일축했다.
***충남-대전 땅값, 지난해 전국 최대 폭등**
'땅값' 인상률에 기초한 박 의원의 패인 분석은 한마디로 '자다가 봉창두들기기 식'의 어이없는 분석이라 하겠다.
1일 건설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04년 대전의 평균 땅값은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당 2003년 7만2천5백84원에서 9만2천4원으로 26.7%, 충남은 7천2백18원에서 9천1백86원으로 27.2% 상승,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데도 땅값이 연기보다 덜 오른 공주-아산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은, 앞으로 우리당이 공주-연기 등에서도 승리하려면 땅값을 연기 수준으로 더 올려야 한다는 '엽기적' 주장에 다름아니다.
물론 박 의원 주장대로 행정도시 특혜지역 가운데 연기가 최대 특혜지역임을 분명하다. 2일 건교부의 '3월중 전국 땅값 인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충남 연기군의 땅값은 전달에 비해 한달새 무려 6.3%나 수직상승하며 전국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률은 3월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 0.35%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다.
그러나 연기보다는 약간 인상률이 낮을뿐 공주를 비롯한 충남권 땅값도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연기군에서 가까운 계룡시가 4.2%, 공주시도 2.2% 급등했고, 충남과 대전 지역도 택지개발 등의 기대감으로 전달에 비해 1% 가량 올랐다. 충남은 '행정수도 이전'의 최대 특혜지인 것이다.
따라서 '땅값'에서 패인을 찾는 박 의원의 이같은 분석은 충남에서의 패인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창 먼 황당한 분석인 동시에, 충청권외 나머지 4곳에서의 국회의원 참패를 비롯한 당이 공천에 개입한 23곳 전역에서의 우리당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못되는 분석틀임에 분명하다. 박 의원 식으로 우리당이 선거 참패 원인을 찾고 향후 대책을 마련한다면, 우리당은 앞으로 전국 땅값을 연기 수준만큼 폭등시킬 대책을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당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주장이 '충남 공주-연기로의 행정수도 이전이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보다는 '충청 표심'을 의식한 얄팍한 정치행위가 아니냐'는 야당의 공세를 자초하는 '실언'으로 규정하며,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박 의원은 신문사 경제부 기자 출신**
박 의원은 당초 <중앙일보>에서 경제부, 국제부, 정치부 기자생활을 하다가 90년대말 국민회의로 옮겨 김대중 총재 특보를 지내고 2000년 민주당, 2004년 우리당 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 재선의원이다.
우리당 기획위원장이자 충청 시당위원장이기도 한 박 의원은 재보선 직전인 지난 4월28일 충남 연기 군민회관에서 열린 4·30 재보선 지도부 회의에서 "내년 행복도시를 위한 차관급의 건설청이 신설된다"면서 "건설청을 연기·공주 또는 그 인근지역에 유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표심잡기 공약을 내걸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그는 4.30 재보선 참패직후인 2일 당 지도부에 의해 '4.30재보선 평가단' 간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과연 박 의원이 어떤 '4.30재보선 평가보고서'를 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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