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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실상 본고사 부활', 교육부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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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실상 본고사 부활', 교육부 '당황'

정운찬 총장 "종합적 지식-시각 보겠다", 타대학들도 뒤따를 듯

서울대가 현재 고교 1년생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논술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본고사를 사실상 부활할 방침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논술 본고사와 면접으로 선발. 수능 성적은 시험볼 자격만 부여"**

29일 서울대에 따르면, 200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은 서울대 입학시험을 볼 자격을 심사하는 기준(자격 고사화)으로만 삼고 내신은 현재 비율을 유지하는 대신 정시 모집에서 논술시험 반영 비율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단 지역 균형 선발 전형과 특기자 전형은 현행 선발 체제의 기본틀이 유지된다.

서울대 방안대로라면 현행 내신(40%), 수능시험(40%), 면접 및 논술(20%)에서 수능시험 반영비율이 0%가 돼 결국 면접 및 논술 비율이 6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대의 이같은 방침은 현재 고1년생부터 내신 비중이 크게 강화돼 1, 2학년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라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대학 진학의 길을 열어 놓기 위한 조치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도 논술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입학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가 금지하는 본고사는 국·영·수 중심의 필답고사 형태"라며 "본고사는 지양하되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논술시험 형태를 개발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언어와 수리는 필수 과목으로 하고, 자연계는 과학 중에서, 인문계는 사회과학 중에서 선택과목을 택해 논술형 시험을 보는 방식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운찬 총장 "학생들의 '지식 편중' 현상 해소하겠다"**

서울대의 이같은 방침은 2008년부터 수능 성적이 점수없이 9단계 등급으로만 제공되는 까닭에 수능만 갖고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수능 9단계 등급화'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온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잇따라 서울대 방침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서울대 방침은 그동안 '수능 9단계 등급화'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온 특목고나 외국어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 도입 방침은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정 총장은 총장 취임초기부터 "신입생들을 살펴보니 이공계 학생들은 인문사회과학에 무지하고, 반대로 문과 학생들은 자연과학에 무지한 '지식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며 "논술시험 강화를 통해 이같은 지식 편중 현상을 해소해 종합적 지식인을 양성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 총장은 실제로 서울대 신입생들을 상대로 '글쓰기' 교육을 시키는 등 종합적 지식인을 양성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왔다.

따라서 향후 서울대에서 출제될 논술형 문제의 방향은 단순한 지식을 묻는 형태가 아니라, 자연현상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관성을 묻거나 개발과 생태간 연관성을 묻는 등 종합적 사고틀을 점검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육부 '당황', 김진표 부총리 "본고사 부활 아닌듯"**

교육부는 당연히 서울대 방침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본고사 금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이른바 '3불 정책'은 교육부의 근간 정책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논술시험을 강화한다는 방침 자체가 본고사를 금지하고 있는 '3불 정책'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서울대는 '논술형 본고사'라고 했는데 실제 문제 유형이 어떤지에 따라서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 유형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울대 방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언론 보도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서울대가 정식으로 '새로운 논술시험'의 유형을 발표하면 이를 검토해 본고사 여부를 판단, 대응하겠다"며 "시행 이전이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도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 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국무위원 재원 배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대에 확인해 보니 입학관리본부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논술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된다는 취지의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국ㆍ영ㆍ수를 위주로 한 필답 고사를 금지하는 교육부 방침을 어기고 본고사를 부활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게 명확히 해명할 것을 지시한 만큼, 서울대 측에서 자세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대 방침을 3불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지 않으려는 교육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 도입은 다른 대학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해 앞으로 뜨거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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