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와 관련, 한국-중국-일본을 순방한 뒤 재차 한국을 찾아 비상한 관심을 모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한국과 중국의 반대로 당초 북한에게 가하려던 추가제재 등 강경방침을 일단 순연한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29일 오전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만난 데 이어, 점심에는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 오후에는 내외 기자회견을 갖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북한의 6자회담 불참을 비판하면서도 6자회담 틀을 깨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조지 W.부시 미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음을 밝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국-중국 등이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조건부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송민순 차관보, "한-미, 북핵 해결 위해 추가노력 필요 합의" **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이날 힐 국무부 차관보와 주한 미대사관저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뒤,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결과와 관련 "회담 재개와 재개 이후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좀 더 집중적이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로 하다는 평가를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이런 문제들은 성큼성큼 가다가도 어느 단계에 가면 아주 힘을 들여 밀고 당기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바로 밀고 당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어떤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한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언제 어떻게 될 지 전망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 노력'의 성격과 관련, "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과 재개시에 실질적 진전을 위한 그런 부분에 집중했지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다른 조치 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대북 강경제재책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는 "(실패했을 경우의 다른 조치는) 논의하기에도 적절할 시점이 아니다"고 강경제재책을 강력 부인했다.
***'북핵 임박설' '6월 시한설' 모두 일축**
그는 미국-일본내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핵실험 임박설' '6월 시한설' 등 각종 위기설에 대해서도 "어떤 것을 위기로 봐야할지 모르나 지금 상황을 위기로 판단할 특별한 근거는 없다"며 "미국, 일본에서 추측 보도들 나오나 대부분 근거가 없으며 물론 가능성 영역은 넓지만 우리 시계에 들어오지도 않는 요원한 가능성"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핵실험도 그런 차원 얘기"라며 "회담에서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6월 시한설'에 대해서도 "근거없다"며 "회담 참가국들이 도저히 회담을 통해 문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공유하는 시점이 시한이지 임의로 시한 정한 것은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고드름을 예로 들며 "고드름이 녹는 방법이 슬슬 녹아 물이 흘러내릴 수 도 있고 느닷없이 툭 떨어지는 식이 있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해결될지는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현재 관련국들 사이에 사람과 생각이 많이 왔다 갔다 하고 있으며 집중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현실에서는 많은 나라가 관련돼 있어서 내부 검토해야 하기에 사고의 회임 기간이 생각보다 길며 (북한 외무성 선언이 나온 2월이후의) 지난 두 달 반 기간도 긴 기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 압박 위한 자리 아냐, 우리는 5대1 압박구도 반대" **
이 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폭군' '위험한 사람' 발언과 관련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앞부분에서 북한을 묘사하고 다른 부분에서 3차례에 걸쳐 외교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면서 "포기했다면 외교적인 해결을 3번이나 강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 묘사보다도 어떤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행동방향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며 "북한도 그 점을 더 중시해서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해, 북한이 과잉반응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아울러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인 해결에 대한 발언이 5 대 1 구도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방향으로 해석할 필요 없으며 최소한 우리 자세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5대 1 압박구도라고 한다면 미국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관여된 순서만큼 협상과 외교의 대상이 되는 게 자명한 이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6자회담은 압박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외교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장소이지 특정 참석국가에 압박을 하는 장소도 아니고 그렇게 이용할 장소도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핵 탑재능력에 대한 미국안보국의 우려에 대해서도 "종래부터 오랫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우려를 표시해왔다"면서 "안보 담당자들은 아래서부터 위까지의 가능한 능력의 범위에서 위에 포인트를 두고 평가하며 그런 차원에서 나온 언급"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힐, "北 핵포기 전략적 결단 못 내려"**
이어 이날 오후 주한미대사관 공보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힐 차관보도 북한의 6자회담 미복귀를 강력 성토하면서도, 6자회담의 틀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6자회담 당사국중 북한만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거부하는 이유는 북한에 물어봐야 하나 핵무기를 포기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본질적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6자회담 난항의 책임을 북한에게 떠넘기며 "지금 상황이 급박한 것은 6자회담 중단 10개월째이고 북한은 핵보유국을 선언했으며 지난 3주 동안 영변 원자로는 가동 중단됐고 의미하는 바가 확실치 않지만 핵 재처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6자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핵 실험을 감행하면 우려스러운 상황임이 틀림없다"면서 "플루토늄 추출에 노력하고 회담 복귀를 거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임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한-중 당국자와 의논했나'는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만약의 상황을 의논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여, 대책을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힐 차관보의 '북 핵실험 대책 논의' 시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한국-중국도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조건부 압박'을 미국이 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다른 옵션 있지만 6자회담이 최선의 해결책"**
그는 이처럼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미국은 6자회담이 핵 문제 해결에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을 계속 믿고 있다"면서 "다른 옵션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6자회담이 최선의 방법임은 분명하며 다른 방안을 상세히 논하는 것 자체가 6자회담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말해 6자회담 틀을 깨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다른 옵션들은 6자회담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6자회담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며 협상 분위기는 좋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6자회담 참여 5개국이 6자회담 취지나 목적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는 것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6자회담이 언제까지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인위적 시한을 정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폭군'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정권 묘사 표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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