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인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미국 등 유럽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주가도 동반 폭락하며 '미국발 경제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연준 '인플레 위협' 경고에 뉴욕주가 폭락**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전날 인텔과 야후 등의 긍정적 실적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다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협이 심각하다는 미연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급락장세로 반전됐다. 그 결과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115.05 포인트(1.14%) 내린 10,012.36으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1만선 유지가 위태로와졌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8.66 포인트(0.96%) 내린 1,913.76로 1,900 유지가 위태로와졌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역시 15.28 포인트(1.33%) 하락한 1,137.50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는 개장초에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포털사이트 야후의 1.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초과한데 대한 기대심리로 반도체주 등에 매수세가 몰리며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는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장중에 잇따른 터져나온 악재로 폭락세로 급변했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은 0.6%를 기록하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CPI도 0.4% 상승, 2년반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어 미연준이 경기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에너지 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여러 지역에서 강해지고 있다"며 추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장 전반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돼 주가가 급락했다.
<베이지북>은 "물가 압력은 많은 지역에서 가중됐고, 대부분의 지역들은 높거나 또는 상승하는 에너지 가격이 모든 분야에서 우려 사항이라고 보고했다"고 인플레 위협을 시인했다. 이 보고서는 "(Fed 조사대상) 12개 지구 가운데 3분의 2는 소매 또는 관광 업체들이 높은 에너지 가격이 이미 소비자 수요를 위축시켰거나 또는 곧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그(가격 상승) 압력의 많은 부분이 에너지 가격에서 나오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달러화 약세와 건축자제 가격 상승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연준이 다음달 3일 열리는 회의에서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최소한 0.25% 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며, 서둘러 주식을 매도했다.
***국내주가 폭락하며 '경기선'마저 붕괴**
미국의 주가폭락 소식은 유럽증시를 강타한 데 이어 한국 등 아시아증시도 강타했다.
21일 국내 증시는 개장직후 전업종이 급락세를 보이며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마저 붕괴해 증시 관련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개장직후 120일 이동평균선(920.57)를 깨며 916.74포인트까지 하락한 후 오전 9시30분 현재 920선을 경계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120일선은 향후 경기를 예고한다는 의미에서 `경기선`이라 불리는 지표로, 120일선이 붕괴됐다는 것은 향후 경기가 본격적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것임을 예고한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해 경제주체들을 크게 긴장케 하고 있다.
특히 증권주가 3% 가까이 밀려 낙폭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종이목재, 기계, 전기전자, 건설업도 2% 이상 하락세를 보여 경제위기감이 전업종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경기 침체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고(高) 현상도 빠르게 진행돼 원-달러 환율은 전날의 초강세에 이어 이날도 달러당 1천5원으로 1천선을 위협하는 등 위기감이 급속히 환산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원고가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수출과 기업수익에 타격을 가하면서 경기침체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신경제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이 동반폭락하고, 국내 증시 및 경제에도 치명타를 가했던 지난 2000년 3월의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기도 하다.
도쿄증시도 오전 9시30분 현재, 1만1천선이 붕괴하며 1만8백24엔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증시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