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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에너지기본법'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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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산자부 '에너지기본법' 논란 가열

야당-시민단체 "문제투성이 법, 4월 통과 안될 일"

4월 임시국회에 상정된 산업자원부의 에너지기본법을 놓고 정부와 야당-시민단체간에 신경전이 팽팽히 펼쳐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산자부 마음대로 조정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는 거수기 위험"**

20일 현재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산자부가 발의한 에너지기본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지를 놓고 막판 조율중이나, 일각에서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산자부안이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 발효, 고유가 등 요동치는 국제 에너지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의 기본 원칙을 담고 있는 법안으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의 에너지기본법은 크게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 실현(1조), ▲에너지 산업에 시장 경쟁 요소의 도입(3조) 등을 국가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해(9조)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것을 큰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안에 대해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노동조합으로부터 여러 가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새롭게 도입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운영이 큰 차이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안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국무총리를 부위원장으로 규정하고 30인 이내의 위원에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5인 이상을 포함시킬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단 정부안은 공동간사(산자부 장관과 민간 위원 중 1인)가 별도의 사무처 없이 관련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기존 산자부 주도의 에너지 정책을 추인하는 심의기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에 에너지시민연대 등의 의견을 수용한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측은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총 2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간 위원이 사무처장을 맡는 별도의 사무처를 둬 산자부의 에너지 정책을 견제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환경단체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아예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방송법 상의 방송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상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두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현행 심의기구 형태의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당연직 위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까닭에 전문성 있고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 심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교체될 경우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환경운동연합 이상훈 정책실장도 조승수 의원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처음 환경단체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제안할 때 강조점을 뒀던 것은 산자부가 갖고 있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었다"며 "현재 논의되는 국가에너지위원회 틀에서는 산자부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차별화되는 전문성 있고 독립성 있는 에너지 관련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에너지 산업 구조 조정이나 핵폐기물처리장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시민단체가 추인하는 식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수 의원은 "따지고 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철도청의 해외유전 개발 사업을 둘러싼 의혹도 에너지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책을 통합적이고 독립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가에너지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설치된다면 이번 철도청 건도 중간 과정에서 견제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자부안 '에너지 공공성' 문제의식 없어**

국가에너지위원회 구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산자부안이 과연 지금과 차별화된 더 나은 에너지 정책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큰 논란거리다.

앞에서 밝혔듯 산자부안은 아예 "에너지 산업에 시장 경쟁 요소를 도입할 것"을 법안에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전력, 가스, 석유부문의 분할 및 민영화를 통한 에너지산업 구조 개편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 등에서는 "사실상 '개악'에 다름없다"며 에너지기본법 통과 저지를 강하게 천명한 상태다. 지난 6일 관련 토론회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장 노동조합 간부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 논리를 에너지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산자부의 에너지기본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시장 경쟁 요소를 도입하는 식의 에너지 산업 구조 개편은 전세계적으로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일 토론회에서 송주명 한신대 교수(일본지역학과)는 "전력, 가스, 석유 분야를 중심으로 전개된 구미의 에너지 산업 구조 조정에서 관찰되는 '자유화의 실패' 상황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 경쟁요소 도입 움직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김성조 의원안은 '시장경쟁 요소 확대'와 '지속적 교제 완화' 대신 '에너지원 간 공정 경쟁', '에너지 시설의 분산', '저소득층 지원' 등 '에너지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조승수 의원안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기본법의 큰 방향으로 '정부에 의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획기적인 수요 관리 정책'과 '빈곤층에 대한 에너지 기본권 보장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조승수 의원안은 '에너지 기본권' 차원에서 빈곤층에 대해서 전기, 가스, 난방열 등 에너지를 무상으로 공급할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988년에 "빈곤층은 수도, 전력, 가스, 전화 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가의 보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에너지 기본권을 명확히 한 사례가 있다.

***"산자부안은 무늬만 '환경친화적'"**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수급구조 실현'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정부안은 "신재생 에너지 등 환경친화적인 에너지"(3조)란 표현을 사용, 신재생 에너지 이외의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도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더구나 신재생 에너지 역시 풍력, 태양광 이외에 석탄 액화 등 화석 연료도 포함시키고 있어,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 발효로 달라진 국제 에너지 환경과도 배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성조 의원안과 조승수 의원안은 모두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특히 신재생 에너지에 원자력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최근 '수소 경제' 운운하면서 원자력 에너지를 계속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 일각과 원자력계의 시도에 대해서 쐐기를 박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 산자위에서는 산자부안과 김성조 의원안을 중심으로 에너지기본법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상훈 정책실장은 "에너지기본법이 에너지 정책을 질적으로 변화하는 시발점이 되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승수 의원안까지 포함시켜 차분히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급하게 통과된 문제투성이 법은 나중에 숱한 문제점을 낳는다는 사실을 산자위 위원들이 유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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