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는 등, 중국-한국의 거센 반일감정 표출로 일본 국민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일본사회의 우경화에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민당 지지율, 고이즈미 내각 출범이래 최저로 급락**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이 중국 전역에서 반일시위가 격렬히 벌어진 16~17일 실시한 전국 전화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은 지난달 여론조사때보다 8%포인트나 급감한 25%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4월 고이즈미 정권 출범이래 최저기록과 동일한 기록이다. 자민당 지지율이 25%를 기록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다나카 외상을 경질한 지난 2002년 3월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밖에 민주당 15%(2%포인트 감소), 공명당 3%(전과 동일), 공산당 2%(1%포인트 감소), 사민당(2%포인트 감소) 등 제도권 정당의 지지율 모두가 동반하락했다.
반면에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파'는 50%로 지난번 조사때보다 13%포인트나 급증하면서 2003년 4월이래 처음으로 다시 50%로 높아져, 일본국민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2%로 지난달 조사때보다 1%포인트 낮아졌고, 비지지율은 전달보다 2%포인트 높아진 35%를 기록했다.
***日국민, "고이즈미, 한국-중국 외교노력 불충분하다"**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 신문> 조사결과, 날로 험해지고 있는 한-중,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고이즈미 총리의 노력에 대해 "노력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76%로, "충분하다"는 응답 16%를 크게 앞질렀다. "노력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은 고이즈미 지지층에서조차 63%나 나왔고, 비지지층에서는 89%나 됐다.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확대되고 있는 원인과 관련해선, 일본 우익의 주장처럼 "중국의 국내사정"이라는 응답이 34%로 1위를 차지해 일본 국민중 상당수가 우익의 논리에 감염됐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역사인식"이라는 응답(26%)과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13%)가 각각 2,3위를 차지해, 일본내 평화세력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11%), "센카쿠 영토(조어도의 일본명) 문제"(9%)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어 최근의 사태에 대해 일본국민의 의식이 혼란상태에 빠져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일데모 등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답한 응답자(47%)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자(44%)가 역시 엇비슷하게 양분됐다.
***신사참배 지지여론 역전돼, '대안정당 부재'가 최대 문제**
한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속여부와 관련해선 "멈춰야 할 것"이라는 응답이 지난번 조사(지난해 12월) 조사때보다 4%포인트 늘어난 45%로, "계속해야 할 것"이란 응답은 4%포인트 줄어든 42%로 나타나 역전됐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일본 집권세력의 급속한 우경화에 대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반발에 따라, 그동안 일방적으로 우경화로 치닫던 일본내 여론에도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뿐 아니라 일본내 제도정당 모두의 지지도가 동반하락하고 '무당파'가 50%로 급증한 것은 일본정치의 최대문제점이 '대안정당 부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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