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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소샤 교과서, 노골적 친미 서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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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소샤 교과서, 노골적 친미 서술 강화”

역사교육연대 심포지엄, '기생 민족주의' 전술 노정

2005년도 검정을 통과한 일본 극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현행본과 비교해서 노골적으로 친미주의적인 서술방식이 강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힘을 업고 세계무대에 군사강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생 민족주의'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신주백 연구원, “후소샤 교과서 노골적인 친미 서술 강화”**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1일 <2005년도 일본문부과학성 검정통과 후소샤.동경.일본 교과서 분석> 심포지엄에서 “후소샤 역사교과서가 현행본과 가장 크게 다른 특징은 이전에 비해 개악됐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이 새역모의 정치운동을 위한 수단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가 공동주최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근현대 시기에 대한 비교분석’ 발제를 맡은 신주백 연구원은 “후소샤 교과서는 이전에는 전혀 없던 새로운 역사관인 친미주의적인 서술방식을 강화했으며 이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는 서술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노골적인 친미 태도는 특히 일제 강점기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두드러졌으며 노골적인 반중국 태도와 맞물려 드러났다. 신 연구원은 이에 대해 “공민교과서에서 반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후소샤 교과서는 2005년도 검정 통과본에서 1908년 미국 함대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인들이 만세를 연호하며 이를 환영했다는 내용의 ‘역사의 명장면’이란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후소샤 교과서는 ‘일본을 괴멸로부터 구제한 아메리카의 외교관’이란 제목으로 1945년 포츠담 선언의 주역인 조지프 그류 미국 국무장관을 특별히 다루고 있다.

아울러 검정 과정에서 삭제되긴 했으나 후소샤 교과서에는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미국이 구호물자로 군용 모포 등을 보내줬으며 일본인들이 이를 고마워했다는 서술도 기술돼 있었다.

***하종문 교수, “2005년도 후소샤 교과서 ‘반미 탈피’, 누더기 짜깁기 교과서”**

이날 심포지엄에서 ‘근현대 일본사 기술 분석’ 부분을 맡은 하종문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도 올해 검정통과된 후소샤 교과서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반미의 탈피”를 꼽았다.

하 교수에 따르면 후소샤 교과서는 현행본인 2001년도 판에서는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의 내항에 대해 ‘페리가 준 백기’라는 제목으로 ‘무력으로 위협해 요구를 수용했다’고 표현했으나 올해 검정통과본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페리는 일본인을 어떻게 봤나’라는 제목으로 일본에 대한 칭찬을 열거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미국이 러일전쟁 후인 1908년 대서양함대를 일본에 파견한 시로후네(白船) 사건에 대해서도 2001년도에는 “미국의 함포외교식의 위혐의 의도는 명백했다”, “일본인이 보여준 이런 대응은 마음속으로 미국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말해준다”고 기술했으나 2005년도에는 이러한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러일전쟁 후의 미국의 대일 인식 설명에서도 현행본에서는 인종차별, '오렌지 계획'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대일 견제를 강조했지만 올해 검정통과본에서는 여전히 인종차별 관련 기술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반미 색채는 거의 없어졌다고 하 교수는 평가했다.

하 교수는 아울러 “일부 내용에서는 반미와 친미에서 갈피를 찾지 못하는 면도 보인다”면서 “교과서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이 적합한가를 따졌을 때 여전히 함량미달이며 ‘누더기 짜깁기’ 교과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후소샤 교과서, 우파 세력기반 확장시키는 매개물”**

신주백 연구원은 한편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전환점으로 2001년 9.11 사건을 꼽았다. “새역모 지도부는 이 사건을 두고 미국의 보복작전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미국의 대응을 글로벌리즘의 소산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지지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 속에서 내분에 휩싸였으나 반미주의를 내세운 사람들은 결국 새역모에서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역모는 이때부터 반미주의를 접고 친미주의로 돌아섰다”면서 “이는 일본 우파의 주류가 전통적 보수 본류의 입장인 반미주의자에서 소수파였던 친미주의자로 바뀐 것을 의미하며 일본 지배층 내부에서 헤게모니 변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또 이러한 경향에 기름을 부은 것은 2002년 일본인 납치를 북한에서 시인한 사건이었다. 고이즈미 내각은 9.11 사건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빌미로 대내적 내셔널리즘을 선도하고 해체 중인 일본사회의 통합을 다시 강화하면서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대국화를 공식화할 수 있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으며 “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바로 이 세력 기반을 확장시키는 매개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동아시아 전략이란 측면에서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 역사왜곡 문제를 단순히 ‘일본의 문제’ 또는 ‘교과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송주명 교수, “日후세대, 이질적이고 당황스런 존재될 가능성 커”**

이날 국제관계를 중심으로 후소샤 교과서를 분석했던 송주명 한신대 일본지역학과 교수는 이에 따라 “이런 왜곡된 근현대 정치사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면 일본의 후세대들은 일본주의적이고 민족우월적 사고방식, 세계에 대한 신냉전적이고 양분론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교수는 또 “전전 국가주의 및 파시즘의 우회적 긍정을 통해 반민주주의적 의식구조, 가치관이 형성되고 국제정치면에서도 일본의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대외적인 자기 주장과 대외팽창의 논리에 함몰될 가능성도 부정하기 힘들다”면서 “새로운 차세대들은 한국인들에게 공존과 커뮤니케이션의 여지가 크지 않은 이질적이고 당황스런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근거로 후소샤 교과서가 ▲근현대 정치에 대한 목적론적 서술 ▲신냉전(반공)주의로 점철된 서술 ▲국내 정치에 대한 민주주의적 관점의 결여 혹은 부족, 그리고 파시즘의 우회적 긍정 ▲국제적 국가간, 민족적 공존 관점의 결여 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후소샤 교과서가 지향하는 인간형은 국수주의, 국가주의, 대외적 팽창주의에 종합적으로 수렴돼가는 인간형”이라면서 “이는 최근 교육기본법 개정 논쟁에서 일본 보수우파들의 합의사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에 정통하며 주체적으로 일본의 국가적 입장에서 자기 주장을 해나갈 수 있는 국제인 양성’이라는 지향점과 내용상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소샤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과제물로 제시하는 질문 가운데는 이러한 분석과 우려를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기도 하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에서 새롭게 출현한 무기, 전투방법, 사회제도를 열거하고 앞 시대와의 비교표를 만들어 보자’는 제시 사항은 그 대표적인 케이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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