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룰'을 "정신분열증 작태"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었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이번에는 진로가 외국자본이 아닌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에 인수된 것과 관련, "한국이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재차 악의적 비난공세를 펼쳐 파문이 일고 있다.
***FT 이번엔 진로 매각 관련, 악의적 기사로 파문**
FT는 11일 '개방은 했으나 시장의 외면 받는 한국'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 3월말 굶주린 투자자들이 진로 입찰에 줄을 섰을 때 한국 정부가 대표적인 소주 메이커 진로를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면서 "어떤 은행가는 진로를 외국인에 넘기는 것을 영국의 기네스 맥주를 일본인에게 넘기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FT의 이같은 비판은 그러나 하이트맥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하이트가 인수가격으로 10개 입찰자 가운데 가장 높은 3조1천6백억원을 써낸 결과이며, 진로소주 매각주간사를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증권이 맡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거없는 또하나의 악의적 비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번 '5%룰' 기사에 대해 한국정부 및 언론, 경제계가 비판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한 악감정의 표출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는 대목이다.
***FT, "동북아 허브는 구호에 불과한 정책"**
FT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비판공세로 일관했다.
FT는 "몇몇 외국계 펀드들이 거둔 수익에 분노한 여론에 밀려 한국의 금융당국이 외국계 투자자자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한국의 계획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이 신문은 구체적으로 프란스 햄싱크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회장의 최근 발언을 인용, "한국의 동북아시아 허브화 계획은 구호에 불과한 정책"이라면서 "한국의 규제틀은 여전히 관료주의적 규제와 행정부처간 공조체제가 미비한 상태"라고 비난했다.
FT는 이어 "외국인들은 특정회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경영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와 투표참여 방식은 물론 투자펀드의 주요주주들과 자금 출처까지 밝히도록 한 새로운 공시규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주장, 종전의 5%룰 기사에 대한 한국측 비판을 묵살했다.
***FT,"한국의 보호주의적 정서는 정치적 산물"**
FT는 최근의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한국측 비판여론과 관련, "이같은 외국계 자본에 대한 반감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에 갑자기 문호를 개방한 여파"라면서 "외환위기후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와 칼라일,론스타가 제일은행, 한미은행과 외환은행을 각각 인수했다"면서 "시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스탠다드차터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이들에게 1조원이 넘는 차익을 안겨주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FT는 그러나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발언을 인용, "한국의 보호주의적인 정서는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산물"이라면서 "특히 은행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된 것이 부각되고 있지만, 당시 이들을 인수할만한 한국 자본은 없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FT는 "한국 기업 10개 중 하나는 외국계 자본의 M&A에 취약하다"는 <대외 자본 개방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소개한 뒤 "한국 정부는 지난 97년 이후 외국계 자본에 지나치게 관대했다"면서 "뒤늦게 균형을 취햐려고 하는 중"이라는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상무의 발언을 전했다.
김 상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환경이었다. 그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기에 한국정부가 규제강화에 나서자 외국인들이 불평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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