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 선전 등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1999년 반미집회 이후 중국내 집회로는 최대 규모의 이번 시위로 일본 대사관 유리창이 파괴되고 일본인 2명이 부상을 당하자 일본 정부는 강력 항의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자발적 집회"라고 일축, 일본을 당혹케 했다.
이같은 중국민중의 반일 시위는 일제불매운동의 역사적 시발점인 '5.4운동'이 일어난 내달 4일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中 베이징 대규모 반일 시위, 1999년 이후 최대 집회**
<요미우리신문>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의 대규모 반일시위가 베이징에서 발생한 데 이어 10일에도 광저우와 선전에서 벌어져 반일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9일 오전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 거리에 모인 1만명 규모의 반일 시위대는 일본의 왜곡 교과서 문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등을 외치며 베이징 도심을 행진하기 시작했다. 가두의 시민이나 버스 등을 타고 있던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행진하던 시위대는 행진 도중 일본 은행 지점과 일본 음식점의 유리창을 부수기도 했다.
이들 시위대는 오후 2시경 일단 해산했다가 재집결해 "타도 일본"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본 대사관으로 향했다. 시위대 가운데 수천명은 무장 경찰들이 포진해 있는 저지선을 쉽게 넘어 일본 대사관과 일본 대사 공저로 몰려들었으며, 이들은 대사관을 향해 직경 15cm 이상의 콘크리트 조각과 벽돌, 패트병, 계란, 토마토 등을 던져 일본대사관 직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일본대사관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 대사관 수위실 창은 완전히 파괴됐고 3층 건물 유리창 20여장이 파괴됐다. 아울러 대사 공저 근처에서는 저녁 늦게까지 시위대와 무장경찰들의 대치가 이어졌으며 그 근처에서는 일본제로 보이는 차량이 뒤집혀지기도 했다.
이날 대규모 집회는 베이징 시내 중심부를 동서로 횡단하는 대로변에서도 이어져 이날 베이징 시내 교통은 일대 혼잡을 빚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베이징에서의 이같은 대규모 반일 시위는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이래 최초"라고 강조했으며, AP 통신은 "1999년 이후 베이징에서 벌어진 시위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1999년 코소보 사태 때 미군 전투기가 중국 대사관을 오폭해 중국 전역이 들끓은 바 있다.
***반일시위 전국 확산, 일본 제품 불매 및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목소리**
반일 시위는 일요일인 10일에는 규모가 3만명으로 더욱 불어나 중국 각지에서 벌어졌다.
광저우에서는 10일 오전 약 3천명의 시위대가 일본 총영사관이 있는 호텔앞에 집결해 일본 제품 보이콧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패트병이나 돌, 계란 등을 던져 호텔내 일본 음식점 유리창이 깨졌다. 당시 중국 무장 경찰 1천여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으나 이들의 투석 행위를 적극 막지는 않았으며 일부 시위대의 호텔 진입 시도만을 저지했다.
2만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오후에는 시내 일본계 유통센터로 이동해 일본계 기업의 옥외 광고 간판에 돌을 던져 파괴했다. 이들 시위대는 아울러 일장기를 불태우고 일본 제품 화형식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제불매운동을 통해 일본경제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전에서도 10일 아침부터 시내 중심부 체육관에 약 3백명이 모여 반일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길가 시민들도 참여하기 시작해 선전 시내 일본계 소고백화점 앞에 이르렀을 때는 그 규모가 1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백화점 입구 유리문을 부쉈으며 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일본 음식점 등에도 돌을 던졌다. 광저우와 선전에서의 집회는 이날 밤까지 이어져 시위대는 늦게서야 흩어졌다.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 일본인 유학생 2명 부상**
상하이 일본 총영사관에 따르면, 상하이에서는 9일 밤 일본인 유학생 2명이 중국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해 중국내 반일 시위로 인한 첫 번째 일본인 부상자로 기록됐다.
이들 일본인 2명은 다른 일본인 2명 및 현지 유학생 수십명과 함께 상하이 시내 음식점에 들어갔으나 음식점안에 있던 중국인들은 이들 유학생 가운데 몇 명을 불러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를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 일본인 1명이 "일본인"이라고 답하자, 그 순간 맥주잔과 재떨이 등이 날아와 일본인 유학생 2명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혔다.
상하이에서는 이밖에 일본 총영사 공저 앞에 있는 게시판 유리가 깨어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에서도 반일 시위가 벌어져 일본계 슈퍼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렸으며 이에 일시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청두에서는 지난 2일 비슷한 시위가 벌어져 슈퍼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당했었다.
***日 "매우 유감" 강력 항의, 中 "중국에겐 책임없다"**
중국내 반일시위가 그 강도를 더해가자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10일 왕이 주일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일련의 파괴활동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력 항의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이어 "중국 정부는 파괴 활동을 제지하지 않았으며 필요한 경호를 하지 않았다"면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배상, 재발방지, 그리고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안전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텐안먼 사태'의 재연을 우려해 중국정부가 대규모 반일시위를 허용하진 않을 것으로 낙관하다가, 주말 대규모 반일시위가 발발하자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왕이 대사는 이같은 일본 정부의 항의에 대해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도 찬성하지 않으며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과정이 빨리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인과 일본 기업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약속하면서도 명확한 사과 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
친강(秦剛) 중국 외무부 부대변인은 여기서 한걸음 더나아가 10일 베이징에서의 대규모 반일 시위에 대해 논평을 통해 "이날 집회는 역사 문제에 있어서 최근 일본의 잘못된 태도와 행위에 불만을 품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의 '자발적'인 시위였다"며 "오늘날과 같은 중-일 관계를 출현시킨 책임은 중국측에 없다"고 일본측 요구를 일축했다.
***일본 '5.4운동 공포'에 시달려**
일본측은 중국민중의 격노와 중국당국의 미온적 대처를 볼 때 중국의 반일시위가 앞으로 계속 증폭되다가 '5.4운동' 86주년이 되는 내달 4일에 정점에 달하지 않을까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이와 관련, 10일 "9일부터 10일에 걸쳐 베이징으로부터 중국 각지로 확산된 중국의 반일항의 데모는 일본제품불매운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며 "일제불매운동은 1919년의 '5.4운동'에서 전개된 것이 처음"이라며 반일시위가 5.4운동 기념일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중국정부는 5.4운동을 '반제국주의운동'으로 공식인정하고 있어 데모가 파괴행위로 발전해도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사실상 반일데모를 묵인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미국의 지원만 믿고 영토분쟁과 역사왜곡을 자행한 일본이 스스로의 덫에 걸려든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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