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5일 일본 중학교 역사-공민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일본 극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소샤판 공민교과서는 개악됐으며 역사교과서 역시 종전의 역사왜곡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새역모 공민교과서의 독도 관련 설명은 검정 신청본보다 더 개악된 것으로 드러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가 일본땅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상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고 있다. 또한 후소샤 이외에도 전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도쿄출판사와 오사카출판사의 공민교과서도 새로이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며 "다케시마 영해는 일본바다"라는 내용을 삽입, 일본정부가 사실상 독도분쟁에 대한 전면전을 선전포고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후소샤 외 2개 공민교과서도 "다케시마=일본땅" **
일본 문부성은 5일 오후 검정심의회 총회를 개최하고 최종 검정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우리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일본 정부로부터 검정 합격본을 입수,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분석팀과 국사편찬위원회를 통해 새역모 교과서를 비롯한 8종의 역사.공민교과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민교과서는 개악된 반면 역사교과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독도 전경사진을 새로 게재하고 본문에 독도 설명을 추가 기술해 문제가 됐던 새역모 공민교과서는 검정과정을 거치며 신청본보다 더 개악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정 신청본에는 독도 화보를 게재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라고 설명했으나, 합격본에는 화보에 대한 설명이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로 바뀌었다.
독도에 대한 본문 설명은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2001년도판보다 '국제법상'이라는 문구가 추가돼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우리 고유의 영토"라는 신청본 내용이 그대로 통과됐다.
아울러 새역모 공민교과서 이외 다른 7종 공민교과서 가운데 도쿄(東京) 서적과 오사카(大阪) 서적 공민교과서도 새로 독도 설명을 추가하고서도 검정을 그대로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교과서 현행본에는 독도 설명이 본문에 없었다.
도쿄서적 공민교과서는 "시마네현 오키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표기했으며, 오사카서적은 "시마네현 해역의 다케시마는 한국도 그 영유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본문 지도에서도 일본 영역으로 명시했다.
공민교과서 이외 일본서적신사의 지리과 교과서에서도 독도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간에는 일본해의 다케시마를 둘러싼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며 본문 지도에 독도 부근을 '일본 영해'라고 명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서적신사의 지리과 교과서는 2001년도판에서도 같은 설명을 붙였으나 본문 지도에는 '잠정어업수역'이라고 표시했었다. 이번에 지리교과서로 검정을 신청한 것은 총 6종이며 이같은 설명은 일본서적신사에만 첨부돼 있다.
***日공민교과서 3분의 2, "다케시마는 일본땅"**
일본 정부측은 이같은 새역모 등 공민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독도관련 기술내용 수정은 일본정부의 기존입장에 따른 것"이라면서 "최근 시마네현 움직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우리측에 설명해 왔다. 일본은 또 "독도 관련 일본 입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한 한국측의 이해를 요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소샤 교과서의 독도 관련 내용이 신청본보다 검정통과본에서 개악된 대목을 보면, 이같은 일본정부 주장이 앞뒤 다른 거짓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검정본에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라는 표현이 삽입된 것은 일본 외무성의 홈페이지의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 점거는 불법점거"라는 표현과 동일해, 일본정부가 조직적으로 영토분쟁을 도모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히 후소샤 교과서 이외 다른 두 출판사의 공민교과서에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적시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며,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경서적의 경우 역사교과서에서는 일본 중학교 채택률이 49% 정도에 이르고 오사카서적은 15~2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일본 공민교과서의 3분의 2가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이는 앞으로 독도분쟁이 전면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정부, "후소샤 역사교과서 대체로 현행본과 비슷 수준 유지" **
한편 검정신청본에서 2001년도보다 개악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총 1백24개의 검정의견을 받아들여 수정을 했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일본 정부는 "2001년 교과서 문제 이후 왜곡 기술에 관한 한국 정부의 우려 전달 및 시정 촉구를 감안 ▲창씨 개명 및 징병-징용 강제성 희석 ▲한국내 일부의 병합 수용 ▲중국의 복속국 ▲조선 근대화 기여론 등을 수정하고 임나일본부 관련 기술도 개선하는 등 전체적으로 현행본보다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해 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후소샤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자국사인 일본사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침략역사를 정당화하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대체적으로 현행본과 비슷한 수준 유지"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30개 항목으로 나눠 비교분석했으며 2001년 현행판에 비해 4개 분야 개선, 4개 분야 일부 개선, 5개 개악, 17개 현행유지 등으로 평가했다.
개선된 부분으로는 ▲6세기 삼국 및 국제관계 ▲삼국의 일본에의 조공설 ▲조선사회는 문관사회 ▲일본정부의 조선 중립화 방안 등이며 일부 개선 부분은 ▲한반도 위협설 ▲조선을 둘러싼 청-일의 대립 ▲동학농민운동 ▲특공대 사진 등이었다. 그러나 일부 개선된 부분은 친일파 용어 삭제 및 '동학의 난' 용어의 '갑오농민전쟁'으로의 변화 등 약간의 용어 수정만 있을 뿐 전반적인 논지는 동일했다.
***후소샤, <조선 근대화 도운 일본> 소제목 아예 신설. 5개 부문 '개악' **
특히 후소샤 교과서 검정신청본에서 그동안 가장 큰 논란을 야기했던 조선 근대화론 등 5개 항목에 있어서는 오히려 아무런 수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통과돼 개악된 것으로 밝혀졌다.
후소샤 현행본에도 "일본은 조선의 개국후 그 근대화를 돕기 위해 군제 개혁을 지원했다. 조선이 외국의 지배에 굴하지 않은 자위력 있는 근대국가가 되는 것은 일본의 안전에 있어 중요하다"는 표현이 있었으나 이번의 검정 통과본에는 아예 <조선의 근대화를 도운 일본>이라는 소제목을 새로 신설했다.
19세기 조선의 국제적 지위와 관련해서도 "국제정세중에 중국은 구미열강의 무력에 의한 위협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으며 중국에 조공했던 조선도 마찬가지였다"고 표현해 자국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위해 이웃나라를 폄하했다. 현행본에서는 이와 관련해 "조선은 완전히 그 내부에 들어가 중국 역대 왕조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하에 있었다"고 기술했다.
도래인의 문화 전수와 관련된 내용에서도 현행본의 "주로 5세기 이후 대륙이나 반도로부터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일족이나 집단으로 이주했다. 야마토 조정은 그들을 주로 긴키 지방에 거주케 해 정권에 봉사하도록 했다"는 기술을 "5세기부터 6세기에 걸쳐, 야마토 조정이 조선반도의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결과, 조선반도를 통해 중국의 앞선 문화가 일본에 받아들여졌다"고 바꿔 야마토 조정의 관여 결과 한반도에서 문화가 들어왔다는 식으로 표현해 한반도 제국을 속국시하는 발상을 보여줬다.
이밖에 개악된 내용으로는 ▲전근대 동아시아 질서와 조선에 관한 부분에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 아래'라는 표현을 '중국에 조공하는' 식으로 바꿨으며 ▲2005년도판에 신설된 대방군과 2세기경의 동아시아 설명에서도 대방군을 중국의 왕조가 조선반도에 설치한 군으로 묘사하고 중심지를 현재의 서울로 기술해 대방군을 황해도 일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한국학계의 견해를 무시했다. 이는 한국역사가 고대시기부터 타율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종군위안부 누락, 강제병합-식민지 조선개발론 등 왜곡내용유지 **
이밖에도 많은 부분에 있어 2001년도판의 왜곡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악되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셈으로 이가운데 18개 항목은 2001년도에 정부가 수정을 요구했던 대상이다.
정부는 2001년도 일본 검정결과 당시 후소샤 교과서에 대해 25개 항목 수정을 요구했었으며 2005년도 검정에서는 그 가운데 7개 항목만이 개선 내지 일부 개선 평가를 받았다.
특히 현행본에 누락돼 논란이 됐던 군대위안부 관련 내용은 이번에도 역시 누락돼 있으며 ▲한국강제병합 ▲식민지 조선개발론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내용에서도 현행 왜곡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밖에도 강제동원과 황민화 정책 부분에서는 징용징병, 노동력 동원의 피해를 서술했으나 그 강제성이 분명히 서술돼 있지 않았으며 "황민화 정책이 강제돼 일본식 성명을 사용하게 하는"이라는 기술은 "일본식 성명을 부르게 하는 창씨개명 등이 실시돼 조선인을 일본인화시키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었다"는 식으로 강제성이 희석됐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민간 집필자나 발행자가 문부성의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집필한 도서에 대해 교과서로서의 검정을 문부성에 신청하면 문부성이 검정조사심의회 심의를 거쳐 교과서로 승인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교과서 검정제도를 통해 특정 역사인식이나 사실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학습지도요령상 규정된 내용 이외의 개별 사실 기술을 제도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는 만큼 종군위안부 등을 기술하라고 지적할 수 없다"는 속 보이는 발뺌인 셈이다.
한편 후소샤 이외 나머지 7종 역사교과서에서도 임나일본부설과 왜구, 강화도 사건, 군대위안부.강제동원.황민화정책 등의 주제와 관련 9개 항목이 현행수준을 유지했으며 2개 항목은 개악됐다. 개악된 부분은 '교육출판'사의 강화도사건 부분으로 계획된 침략의도를 은폐했으며 '청수서원' 출판사는 기존의 군대위안부 관련 서술을 삭제해 개악됐다.
한마디로 말해 일본 문부성의 검정내용은 독도분쟁을 전면화하겠다는 선전포고인 동시에, 일제의 과거만행을 합리화-정당화하는 군국주의로의 회귀 신호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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