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를 대표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소샤판 교과서가 ‘독도는 일본 땅’ 등의 왜곡 내용을 거의 수정하지 않은 채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31일(현지시간)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최초로 공식 표명하고 나섰다. '한-일 외교전쟁'이 전면화하는 국면이다.
***김삼훈 유엔대사, “日 상임이사국 진출자격 없어, 저지하겠다”**
김삼훈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이날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할 자격이 없다고 보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김삼훈 대사는 “주변국의 신뢰도 받지 못하고 역사도 반성하지 않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안보리 개혁은 대표성, 책임성, 민주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임이사국보다) 비상임이사국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안보리 개혁이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가 된다면 상임이사국이 되는 국가는 지역 국가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회적으로 일본의 안보리 진출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나, 김 대사처럼 직접적으로 일본 진출 반대를 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를 위한 외교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日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위한 외교전쟁 돌입**
정부는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 액션플랜'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상임이사국 증설에 반대하는 10여개 핵심국가들과 협력해 오는 11일 맨해튼에서 유엔개혁과 관련한 모임을 갖는 등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세를 본격 규합키로 했다.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파키스탄, 터키, 스페인, 멕시코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중인 '상임이사국 증설 반대' 모임에는 현재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 총 60∼70개국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파키스탄은 인도의 진출을, 멕시코는 브라질의 진출을 각각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일본이 상임이사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독일, 브라질, 인도와 함께 오는 6월 '상임이사국 확대 원칙'을 뼈대로 하는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대응이다.
유엔 안보리 개편을 위한 결의안은 1백91개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인 1백28개국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며, 따라서 한국이 이 결의안을 좌절시키려면 기권표 또는 반대표를, 회원국의 3분의 1인 총 64표 이상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3분의 2의 찬성을 얻더라도 현 상임이사국인 5개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라도 비준에 반대하면 이 결의안은 통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회원국 3분의 1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는 동시에, 비준 비토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전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한국 등의 저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일본도 31일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는 독일, 인도, 브라질과 함께 맨해튼에서 지지국 대표들을 초청한 채 모임을 갖고 안보리 확대개편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유엔을 무대로 한 '한-일 외교전쟁'은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한 양상이다.
***日새역모 교과서 ‘독도=일본 땅’ 그대로 검정 통과**
한편 일본 극우를 대변하고 있는 새역모의 후소샤판 교과서 왜곡 내용이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 과정에서 거의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같은 내용이 5일 공식으로 발표되면 한-일 외교전쟁은 한층 극한화할 전망이다.
이같은 사실은 정부가 일본정부로부터 사전입수한 검정통과본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새역모의 공민 교과서에 수록돼 있어 파문을 낳고 있는 독도 전경사진과 관련 기술은 아무 수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민 교과서는 앞부분 화보에 독도 전경사진을 새로 게재하며 “한국과 일본간 영유권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칭)”란 설명을 수록했었다. 아울러 본문에서도 독도를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으나 이것도 그대로다.
이밖에도 한-중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술 방식에서만 약간의 수정이 이뤄졌을 뿐, 침략행위를 합리화하는 등 역사왜곡 내용이 그대로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검정 결과와 관련, 2001년 당시처럼 “역사교과서 집필자의 사관을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종군위안부 문제 등이 기술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검정과정에서 교과서에 기술되지 않은 부분을 첨가하는 것은 검정 과정에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5일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자마자 현행 교과서와 비교 평가한 교육부의 의견에 따라 개악-개선-현행수준유지 등 3가지 중 하나로 입장을 정리한 뒤 외교부를 통해 입장표명수준 등 외교적 대응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나, 이미 내부적으로는 '개악'으로 판정을 내리고 후속 대응조치를 준비중이다.
***중국, 후소샤 왜곡교과서 정면비판. 아사히맥주 불매도 확산**
한편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여부를 결정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이 일본의 왜곡교과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기 위한 '한-중 연대전선'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왕이 주일대사는 31일 도쿄에서 강연을 통해 새역모 교과서에 대해 "일본정부가 말하고 있는 것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왕이 대사는 또 문부성에 의한 교과서 검정제도를 언급하며 "일본정부가 OK를 내는 만큼 (그 내용은) 일본정부의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일본정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밖에 중국 지방신문 <신문화보(新文化報)>에 따르면,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에 분노한 중국의 많은 슈퍼마켓 주인들이 후소샤 교과서 제작에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는 일본의 아사히맥주를 매장에서 강제철수시키는 등 왜곡교과서에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분노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아사히맥주는 이에 31일 중국 미디어에 대해 "원조를 일절 하지 않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별무소득인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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