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관행적으로 한국 영해를 오고갔던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남해 해군 기지에 정박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미군 핵잠수함 남해에 정박, 비핵화 선언 위반한 것"**
녹색연합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 설명회를 갖고 "3월16일 오전 6시 경남 진해시 비봉동 일대의 해군 소모도 기지에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급 핵잠수함(SSN-688)이 정박중인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은 미국이 상시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무시해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소모도 기지에 미국의 핵잠수함이 자주 정박한다는 주민들의 제보를 듣고 계속 주목해오다 핵잠수함이 정박한 모습을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녹색연합이 공개한 사진은 성조기를 달고 있는 미국 핵잠수함(SSN-688) 모습을 담고 있다.
미국의 핵잠수함은 크게 공격형 핵잠수함(SSN)과 전략 핵잠수함(SSBN)으로 나뉘며 이번에 사진에 찍힌 핵잠수함은 상황에 따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공격형 핵잠수함이다. 특히 로스앤젤레스급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며, 공군과 합동 군사 작전을 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1>
서 국장은 "지난 1992년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 2조에는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국산 핵잠수함 개발이 논란이 됐었던 지난 2004년 1월에도 국방부 당시 원장환 획득정책관(육군 소장)도 '한국의 핵잠수함 사업 추진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원칙과 입장을 예외없이 지켜야 한다"며 "미국은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핵잠수함 작전을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 한반도로 들어올 때는 목적과 용도를 정확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 당국, "훈련차 들어왔다, 비핵화 선언 위반 아니다"**
이같은 녹색연합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와 해군 관계자는 "훈련 때문에 들어온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거론된 미국의 핵잠수함은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훈련 때문에 15일에 들어왔다 17일에 나갔다"며 "항공모함 키티호크와 같이 움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번에 들어온 키티호크 호처럼 그 동안 핵잠수함은 물론 핵추진 항공모함도 여러 차례 들어왔다"며 "군은 작전 필요에 따라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이 들어온 것이 비핵화 선언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전 1998년과 2002년에 미국의 핵잠수함이 남해와 서해에서 한국의 어선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군 당국은 한미 합동 해상 훈련으로 핵잠수함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녹색연합, "일상적인 미국의 비핵화 선언 위반은 왜 문제 안되나"**
이같은 국방부의 해명에 대해서 녹색연합은 즉각 반박했다.
서재철 국장은 "북한이 보유하는 핵은 문제시하면서 일상적인 미국의 비핵화 선언 위반은 용인하는 정부와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옳지 않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관행적으로 용인돼온 미국의 비핵화 선언 위반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4년 1월에 분명히 국방부는 핵잠수함이 비핵화 선언 위반이라고 인정했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미국의 핵잠수함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도 비핵화 선언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