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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남-북이 모르는 긴밀한 대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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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중, 남-북이 모르는 긴밀한 대화중"

[LA 기고]"미-중은 북핵보다 일본의 핵무장 우려"

필자는 6일 지금(현재시간) 미국의 서부지역 로스엔젤레스에 와 있다. 이곳에 있는 남가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nifonia)의 아시아 문제연구소와 한-미평화협회에서 “미-중시대의 북핵과 한반도”라는 제하의 강연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워싱턴이 아닌 미국 서부에 있는 동북아 및 중국문제 전문가들을 만나 미-중관계와 한반도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이곳에 있는 대학과 민간 씽크탱크에서 중국과 동북아 문제로 세계적 권위를 얻고 있는 전문가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과 가진 대화와 토론속에서 드러난 몇 가지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우선 필자와 함께 대화를 나눴던 이들의 요청으로 실명을 공개하지 못한 점을 독자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필자주

***미국에서 본 북핵, 그리고 중국의 역할**

얼마 전 북한은 그동안 클린턴 정부와 합의에 의해 유예했었던 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의중을 암시적으로 내비친 적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결론은 이렇다. 북한이 핵보유 선언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심을 끌어 들이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 펜타곤으로부터 중국문제에 대한 자문요청을 받고 워싱턴을 다녀왔다고 소개한 한 중국문제 전문가는 “ 앞으로 북한의 핵공갈 정책은 더 이상 미국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이유를 묻자, "중국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해,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중국정부조차도 북한 발언을 믿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핵보유 발언이 과장된 공갈정책의 일환이라는 중국측의 평가와 분석이 그대로 워싱턴에 전달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핵보유선언에 커다란 반응을 나타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 들이는 데 실패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보다 초강수라 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대포동 2호의 사정거리가 4천3백~6천km란 점을 들어 북한이 만일 현재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곳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와 알레스카라를 향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한다면,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이 예측하기 힘든 그 어떤 우발적 사태로 전개될 수 있다"면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 스스로가 미국과의 전쟁선언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중국의 진짜 고민은 일본의 핵무장"**

그는 "이러한 상황은 동북아의 질서 안정을 바라는 중국도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몰고온 미국과 중국의 고민은 사실상 북핵보유 선언 그 자체보다는 일본내에서 비등해지고 있는 일본의 핵무장 여론"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태도를 일시적인 대화 중단으로 보고 있으며, 당분간 6자회담은 더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왜 북한의 6자회담 중단을 일시적 대화 중단으로 보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중국이 그렇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워싱턴도 그렇게 믿는다"고 답하며, "워싱턴은 지금 평양보다는 베이징을 훨씬 신뢰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북한이 왜 중국을 믿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됨)

그는 이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장기화하거나 북핵문제에 대한 대화적 해결이 절망적인 단계에 돌입하게 될 경우에는, 미국의 북핵대응 전략이 마냥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것은 어쩌면 지난 2월에 북한이 발표한 핵 보유 선언을 전면 사실로 받아들여 북한의 핵보유가 실체화되면서 미국의 안보에 가장 위험스런 존재로 인식될 경우 북핵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입장과 전략이 발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요컨대 워싱턴은 현재 북한이 아무리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해도 미국이 6자회담이란 대화의 틀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일뿐, 만일 대화적 수단이 포기단계에 이르면 상황은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지금의 김정일-후진타오 관계는 과거의 박정희-케네디 관계"**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중국 전문가들이 미국이 중국을 중재자로 내세워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에 대해 미중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데는 좋은 카드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북핵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데는 좋은 수단이 아니라는 반응들을 내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미국이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 중재카드'는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아무리 적은 영향력밖에 갖고 있지 못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보다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내 중국 문제전문가들은 북중관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는 반응들이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일정한 레버리지(영향력)는 갖고 있으나, 북한을 완전히 컨트롤(통제) 할 수는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중국문제전문가는 "마치 지금의 김정일-후진타오관계가 61년대 당시의 박정희-케네디 관계와 매우 흡사하다"며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었다. 그는 "1961년 박정희소장이 쿠테타를 일으켰을 때 케네디는 수차례 박소장의 쿠테타를 반대하면서 다시 군대로 되돌아 가도록 압력을 넣었으나 박소장은 케네디의 압력을 무시하여 끝내 군으로 다시 복귀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미국은 한국에 일정한 영향력은 갖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한국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의 북-중관계가 61년대의 한미관계와 같은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따라서 이들 중국전문가는 "지난번 왕자루이의 방북이 북한을 6자회담장으로 복귀시키지 못한 사실 또한 그동안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신봉하면서 중국의 중재역할론에 힘을 실어 줬던 국무성내의 동북아 및 한반도 담당관들에게도 중국의 대북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만든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남-북이 감지 못할 긴밀한 대화 나누는 중"**

그렇지만 네오콘들은 여전히 중국의 대북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으며, 단지 중국은 자신들이 미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북한에 행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동북아 문제 전문가는 얼마 전 중국 정부에서 중요한 외교적 업무를 맡고 있는 인사로부터 매우 중요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정부간에는 남한과 북한조차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긴밀한 대화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자주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중간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대결의 관계가 아닌 협력의 관계로 공고화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문제와 대만 문제를 비롯하여 양국관계를 손상시킬만한 어젠더는 서로 각국의 선반위에 올려 놓기로 했으며, 이해관계가 일치된 문제와 양국의 협력으로 먼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부터 협의해 풀어 나가기로 합의한 상태에 와 있다."

그럼, 과연 어떤 문제가 미-중간의 협력으로 해결해야 할 우선적 문제이고, 어떤 문제가 맨 나중의 문제일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문제의 해결 여부와는 상관없이 최우선적 문제는 북핵문제이고, 최후의 문제는 대만문제이다.

이곳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중국문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현재 미-중관계는 대결보다는 강력한 협력관계로 진행되고 있으며, 워싱턴과 베이징 모두 충돌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동안 미-중 관계는 협력 관계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간의 협력이 지속되는 한, 북한은 과거처럼 미국의 관심을 크게 끌어내는 데는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했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단순한 북핵중재자가 아닌 3가지 측면에서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었다.

첫째, 중국의 협력 정도에 따라 미래의 테러대응과 북한,이란,시리아문제 등에까지 미국이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둘째, 중국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전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토권을 갖고 있는 나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이 세계문제를 다뤄 나가는 데 협력을 얻지 않으면 안될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셋째, 중국을 단순한 반테러동맹국으로 보는 수준을 넘어서서 20세기 말부터 전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강력한 경제파트너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란 미래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국가로 서서히 인식해 가고 있다. 미-중 양국이 현재 상호간 잠재적 적대국이란 인식을 감춘 채 충돌을 피하면서 협력의 틀을 모색하게 된 뒷 배경에는, 미국의 더 큰 영향력 확보를 위해 중국과의 대결을 피해야 한다고 끝없이 조언하고 있는 헨리 키신저의 역할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이제 결론을 맺을 차례다.

지금 분명 미-중시대의 한반도는 새로운 운명을 맞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과 북은 한반도를 감싸 돌고 있는 강대국들의 숨가쁜 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채, 19세기 구한말의 과거로 치닫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간의 대화 내용을 남과 북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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