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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침몰시킨 '좌초설', 공중파 타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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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침몰시킨 '좌초설', 공중파 타고 부활

KBS <추적 60분>, 천안함 좌초 주장 집중 조명

한국방송(KBS)의 탐사 보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5일 천안함이 좌초에 의해 침몰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집중 조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추적 60분>은 이날 '천안함, 무엇을 남겼나'라는 방송을 통해 지금까지 공중파 방송 매체에서는 소외되다시피 했던 천안함 좌초설을 본격 파헤쳤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군이 '비접촉 수중 폭발' 외의 가능성은 모조리 일축시키고 있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해 왔던 현장 전문가들의 설명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직후 군으로부터 최초 좌초 지점을 통보받았다는 천안함 유가족의 증언까지 보태졌다.

물기둥·지진파·절단면, 어뢰라고 하기엔…

<추적 60분>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잠정 결론대로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현상으로 파괴됐다면 △물기둥은 왜 목격되지 않았고 △관측됐다는 인공지진파는 무엇을 의미하며 △절단면의 모양은 과연 버블제트로 인한 절단을 뒷받침하는가 등 조목조목 질문을 던졌다.

먼저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물기둥을 전혀 목격하지 못한데 대해 장창두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폭발이 측면에서 일어날 경우 "(배가) 경사가 져서 (물기둥이) 오른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물기둥이 수직으로가 아닌 수평으로 퍼져나가 못 봤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추적 60분>은 2008년 미국에서 한 버블제트 폭발 실험 영상을 보여주며 물기둥이 폭발 위치나 형태에 따라 옆으로 퍼져나갈 수 있지만 여전히 배를 덮을만큼 높고 크게 솟구친다고 보도했다.

▲ 왼쪽의 버블제트 폭발 실험에서 발생한 '측면 물기둥'은 오른쪽의 그것보다 규모가 작지만 배가 젖을 정도로 충분히 높고 크게 솟구치고 있다. ⓒKBS <추적 60분> 캡쳐

천안함 사고 발생시 관측된 진도 1.4~1.5의 인공지진파에 대해서도 오히려 버블제트로 인한 폭발 가능성과 연관이 없다는 주장도 소개됐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이 방송에서 "버블제트형 기포 폭발에 의해서 일어나는 폭발은 시차가 필요하지만 (천안함은 함체를) 치자마자 자기공명주파수가 나와 버렸다"며 "부딪히자마자 공명주파수가 얻어진다는 건 직격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명진 소장은 그동안 지진파형 분석을 통해 천안함 침몰은 중국이 1980년대 개발한 200kg급 음향유도 중어뢰인 Yu-3의 공격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 역시 외부 폭발, 즉 무기에 의한 타격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비접촉 수중 폭발에 의한 사고가 거의 확실하다는 합조단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 천안함 침몰 당시 지진파는 일반적인 버블제트 소리 파형과 다르게 나타난다. ⓒKBS <추적 60분> 캡쳐

<추척 60분>은 더 나아가 천안함 절단면이 폭발에 의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준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주장을 전했다. 이 대표는 선박구조와 안전구조 분야에서 30년 이상 활동해오며 영국, 미국 등 6개 나라로부터 전문성을 인증 받은 전문가다.

이종인 대표는 인터뷰에서 "폭발은 외부폭발이건 내부폭발이건 (함체가) 완전 찢어져야 한다"며 "어뢰라면 그런 식(천안함 절단면처럼)으로 여유를 두고 뭔가를 남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송에 따르면 버블제트 폭발 실험을 거쳐 절단된 군함의 절단면은 마치 강한 불기둥에 녹은 듯한 형태가 나타난다.

이 대표는 또한 "근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 코피가 나고 귀가 먹먹하고 귀 방향에 따라 고막이 상하고 (눈 주위가) 뜯어진다"며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시신 훼손 정도나 생존자들의 상태를 봤을 때 폭발로 인한 침몰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천안함 침몰엔 내부, 외부 폭발 모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S <추적 60분> 캡쳐

<추적 60분>은 이어 이 대표가 강력히 주장하는 좌초설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천안함이 암초에 부딪힌 충격으로 파손이 시작됐고, 그곳에서 벗어나려다 결국 침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폭발이라면 큰 손상을 입었을 배 바닥에 작은 구멍만 뚫려서 물이 새는 것, △함미 바닥에 선명한 스크래치 등 좌초 후 배가 이동을 시도할 때의 흔적이 나타나는 것, △폭발이라면 모두 손상됐을 두 개의 스크류 가운데 해저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이는 스크류만 손상을 입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 인양되고 있는 천안함 함미의 모습. 바닥에 상처가 거의 없고 뚫린 구멍으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KBS <추적 60분> 캡쳐

이 대표는 '배가 좌초된 뒤 그 지점에서 엔진을 써서 이초(좌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하려고 했고, 그런데 생각 외로 침수가 빨리 이뤄져 선체 88m의 길이에 불균형을 주는 속도가 빨리 와 결국 천안함은 절단되고 침몰했다'고 추정했다.

<추적 60분>은 2007년 1월 인천 앞 바다에서 좌초후 침몰된 중국 진잉호의 자료화면을 보여주며 진잉호 곳곳에도 좌초시 충격으로 인한 파손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또 천안함은 좌초 후 곧바로 이동을 시도했기 때문에 좌초 후 움직이지 않다가 31시간 만에 절단되어 침몰한 진잉호보다 훨씬 빨리 침몰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도 덧붙였다.

유가족이 임의로 써 넣었다고?

▲ 군이 사고 발생 즉시 '최초 좌초' 지점을 표시했다고 해 뒤늦게 주목을 받았던 작전상황도. ⓒ아시아경제신문
추적60분은 또 천안함 사고 다음날 해군의 작전상황도가 담긴 한 장의 사진에 주목했다.

<아시아경제신문>이 지난 3월 27일 찍은 이 사진은 사고 소식을 듣고 평택 2함대 사령부로 모인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군이 공개한 작전상황도다. 이 사진에 등장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보면 '최초 좌초 6.4' '4'라고 표기돼 있다. (☞관련기사 :뒤늦게 주목받는 한 컷의 사진…천안함 '좌초' 증거?)

군이 '최초 좌초 지점'을 표시한 이 사진은 뒤늦게 주목을 받았고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가 좌초설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해 널리 확산됐다. 신 대표는 <추적 60분>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사진이 좌초설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자료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표는 과거 사고 지역에서 해군 장교로 근무하고 이후에도 선박회사에서 일한 선박 분야 전문가다. 그는 또 합조단 내 유일한 야당 추천위원이자 "천안함은 좌초로 침몰됐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 온 인물이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는 이 사진에 표시된 '최초 좌초' 지점에 대해 당시 유족 가운데 한 명이 작전상황도를 뺏어가 임의로 써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적 60분>과 전화 인터뷰를 한 해군 관계자는 "(그 유족 분이) 해군 부사관 출신이라서 나름대로 많이 아신다고 한다"며 좌초가 군이 쓴 표현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함 유가족의 증언은 이와 180도 달랐다. 박형준 천안함 유가족 대표는 "해군 쪽에서 가족들에게 설명할 때 이 해도를 갖고 설명을 해줬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군이) 최초 좌초 지점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 "해군이 이런 설명을 해 줬다"고 주장하는 박형준 천안함 유가족 대표 ⓒKBS <추적 60분> 캡쳐

<추적 60분>은 이 밖에도 △민군합동조사단이 참여 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 △군이 열상감지장비(TOD) 영상을 일부만 공개했다가 나중에 추가 공개를 한 만큼 아직 비공개 영상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점, △군사기밀 보장 등을 이유로 교신일지 및 KNTDS(해군전술지위통제시스템)을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군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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