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행정도시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분당 직전의 극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한나라당 대안으로 보수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도 "한나라당이 정치적 매춘행위를 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 보수, 연합해 정치세력화해야"**
김대중 고문은 3일 '신(新)보수, 정치 나서야'라는 칼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능력에 대해 비관적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존재 이유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며 "집권세력의 좌(左)편향과 정책기조의 상실로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代案)세력인 야당의 부진과 부재(不在)는 자칫 이 나라의 건전한 민주질서를 해칠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라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그는 반면에 "집권세력의 독선과 오만은 우리 사회에 많은 비판세력을 낳고 있다. 과거 주류세력의 부패 독재 부정에 대한 비판과 반성 위에 참신하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신진 개혁보수 세력이 여기저기서 깃발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라며 "뉴라이트 운동, 자유주의 네트워킹(교과서 포럼, 북한민주화운동 등), 자유지식인 선언, 개신교 등 종교세력 등이 그 대표적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그들 움직임을 순수한 운동(movement) 차원에 묶어두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사정은 ‘운동’만으로 이 세상을 선양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 일부 지식인과 일부 젊은 세대 리더십의 생각"이라며 신 보수세력의 정치참여를 본격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뉴라이트를 비롯한 새로운 보수세력이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식으로 구국을 외치지 말고 같이 연합해서 정치세력화하고 선거를 통한 현실정치의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특히 지금의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잃고 나라를 이끌 방향과 노선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지도력마저 확실히 세우지 못하고 여당 못지 않은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진 개혁보수 세력이 그들의 운동성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너무나 한가로운 처사"라고 신 보수의 정치참여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이대로 가다간 현 집권세력 또 집권할 것"**
김 고문은 보수 신당이 필요한 이유로 "지금의 상황이라면 집권세력과 여당의 실정에 절망하고 그 대안세력으로서의 야당의 역할과 기능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또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며 "어쩌면 이런 성향의 유권자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자조할 것이고 기존의 집권세력은 그들의 무관심 내지 포기를 극대화할 것이다. 현 집권세력의 핵심인사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재집권 또는 장기집권을 호언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현 집권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의 한나라당은 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력도, 정권을 맡을 자격도 잃고 있다"고 재차 한나라당을 성토한 뒤, "멀리는 3공화국에서 변질된 386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절의 음양과 요철이 응고된 인물들이 혼재한 조직체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할 수 없다. 그들의 사고와 의식구조는 과거의 그것보다 나아 보이지 않고, 그들의 의정활동은 너무나 구태의연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는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인물들이 여럿 있지만 이들은 당의 중심에 근접하지 못하고 당외세력으로 남아있다"며 "이들은 '기존의 당을 끌어안고 가느냐 아니면 밖에서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들어가느냐'가 고민이라고 했다"고, 당내 기반이 약한 이명박 서울시장 등의 의미심장한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재차 한나라당에 대해 "당의 파벌, 세대간의 알력, 지역적 폐쇄성은 한나라당의 멍에로 남고, 리더십의 한계는 수도분할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당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한나라당을 박정희, 과거 군사정권, 독재·부패 정권의 이미지로 덮어씌우려는 집권측의 계략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 뻔하다"고 신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반(反)노무현 세력이 저마다 한자락씩 깔고 앉아 그들의 운동성과 순수성과 이념성의 고양에만 열중하고 현실정치의 ‘진흙성’을 마다한다면 다음 정권의 향배는 자명하다. 신진보수세력 등장으로 기존 야당의 위상은 추락하는 반면, 그 대안의 제시에는 ‘나 몰라라’하면서 ‘운동’의 구름 위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라면, 그 반사적 이익은 현재의 기득권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고 재차 현 집권세력의 재집권 가능성을 경고한 뒤 "이제 새로운 보수세력은 그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이 나라의 차세대 정치에 결정적인 변수로 스스로를 내몬 셈이고, 그들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이들의 정치참여를 강력촉구했다.
***조갑제 "한나라당, 정치적 매춘행위 해"**
김대중 고문의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이 주장해온 '대안정당 창당론' 및 '이명박 지지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날 조대표도 행정도시법 통과를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정치적 매춘"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다음 대통령은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세력중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박근혜+한나라당의 정치적 집단자살!'이란 글을 통해 "이제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는 구제불능이다. 이런 당론(행정도시법 합의)을 만들었던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지휘부도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며 "국민과 국익을 두번이나 배신하여 파당적 이익과 여당으로 투항한 야당은 야당이 아니다"라고 한나라당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안보와 경제 등 국가이익을 지역이기주의와 당파이기주의에 넘겨줌으로써 스스로 가짜 보수정당임을 자백했다"며 "이 집단은, 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정치적 매춘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국익 국민 배신행위를 감행한 박근혜 대표와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정치적 야망에도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고 한나라당 대권후보중 박근혜 대표와 손학규 지사를 지목해 성토했다.
그는 이어 "다음 대통령은 김정일 및 그의 졸개세력과 맞서 싸웠고 수도이전에 반대했던 세력중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해, 행정도시법에 끝까지 반대한 이명박 서울시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김대중 고문과 조갑제 대표의 이같은 일련의 주장은 조선일보가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으로는 차기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명박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신당에 승부수를 걸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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