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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속지 두번 속나? 택시요금인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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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속지 두번 속나? 택시요금인상 반대"

회사택시 기사들 반대, "대권 꿈꾼다는 이명박시장 지켜보겠다"

서울시가 회사택시 운전기사들의 '생활급 보장'을 명분으로 일반택시와 모범택시의 요금을 각각 19.52%, 23.80% 대폭 올리려는 데 대해 정작 회사택시 기사들이 강력반발하고 있다.

과거에도 같은 명분으로 택시요금을 올린 뒤 곧바로 사납금을 인상해 요금인상 혜택을 업주들만 누리고, 기사들은 한층 열악한 노동환경에 빠져들었던 전례 때문이다.

***회사택시기사 79% "택시요금 인상 반대"**

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박용훈)는 23일 서울시 택시요금 조정계획안에 대한 택시운전기사들의 여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일원의 법인택시(회사택시) 운전기사와 개인택시 운전기사 각 5백명씩 도합 1천명을 상대로 지난 17~18일 1대1 면접방식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 따르면, 회사택시 기사들의 79%인 3백94명이 요금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이유는 "요금 인상이 실질적인 수입증대로 이어지지 힘들고 오히려 사납금은 늘어나는 반면 요금인상으로 손님들이 줄어들면 회사는 득을 보지만 기사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인택시 기사들의 경우는 81%(4백3명)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회사택시 기사들의 경우와는 달리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요금인상 혜택이 그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운동본부는 이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안은 시민들은 물론이고 이해당사자가 되는 택시 기사들의 상당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시 당국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요금 인상이 수요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지 요금 인상률에 따른 수요탄력성을 분석하여 인상폭을 대폭 하향 조정하고, 특히 법인택시의 경우 요금 인상분이 택시기사들의 실질수입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이어 서울시에 대해 요금인상 대신 LPG특소세 인하를 통한 기사들의 소득 증대 및 공급과잉상태인 택시 공급 축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운동본부는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20% 내외의 과도한 요금 인상보다는 LPG 특소세 인하 등을 통해 기사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택시 수의 증가로 공급 과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공급축소 방안을 강구하고,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서비스 평가제를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권 노린다는 이명박 시장, 어디 어떻게 하나 지켜보자"**

회사택시 기사들의 요금인상 반대 목소리는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택시 기사 A씨는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안에 대해 "서울시가 회사측의 사납금 인상을 강제로 장기간 금지시키지 않는 한 요금을 인상해봤자 그 혜택을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01년 9월 택시요금을 대폭 인상했을 때도 서울시는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으나, 택시요금 인상후 석달후에 회사들이 일제히 사납금을 인상함으로써 그 혜택은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가고 택시기사들은 올라간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더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며 "두고 봐라. 이번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다른 회사택시 기사 B씨도 "서울시가 언제 택시기사들 편에 서서 정책을 편 적이 있냐. 언제나 업자들 편이었지"라고 마찬가지로 서울시에 강한 불신감을 표명한 뒤, "지금 서울시가 과연 택시기사들이 얼마나 극한상황에 몰려있는지를 알면서 택시요금을 올리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나 언론은 올 들어 연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떠들고 있으나 택시손님은 전혀 늘지 않고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낮 당번때는 사납금 9만5천원을 채우기란 아예 불가능하고, 밤 당번에야 하루 11~12탕 뛰어야 어렵게 사납금을 채워 60~70만원 하는 기본급을 간신히 받고 몇푼이라도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당에 택시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뒤이어 사납금까지 올린다면 한마디로 택시기사 보고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요즘 식당 등에서 회사택시 기사들이 만나면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권을 꿈꾼다는데 어디 택시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자'는 험한 소리가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역대 대선때마다 대통령출마자들은 여론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온 택시기사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며 "만약 택시기사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이명박 시장은 대통령 꿈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한편 서울시는 현재 70만원 전후인 회사택시 기사들의 기본급을 1백20만원선으로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며 업자측이 요구한 것보다 높은 요금인상안을 확정한 뒤 이를 서울시의회에 넘긴 상태다. 과연 서울시가 일반시민들의 반대와 회사택시기사들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택시요금 인상을 강행할지, 만약 요금을 인상한다면 요금인상후 사납금 인상을 차단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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