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후원한도를 대폭 상향하려는 정치자금법 개정 시도로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던 열린우리당이 이번에는 기업의 접대비 상한선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영선 의원 "접대비 상한선 높이는 정책조정 필요"**
열린우리당 박영선의원은 지난 14~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뢰, 매출액 상위 1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접대비 상한선 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이상이 현행 50만원인 접대비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경총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2%는 현행 50만원인 접대비 상한선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고, 27%만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조사대상의 75.3%가 접대비 상한선으로 1백만원이 적당하다고 답변했고 나머지 9.6%는 80만원, 5.5%는 2백만원을 적정수준으로 꼽았다.
또 접대비 상한선 제도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42%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반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답변은 13%로 조사됐다.
또한 접대비 축소가 접대비 절대액을 줄였냐는 질문에는 조사대상의 59%가 `예년에 비해 10% 정도 감소했다'고 응답했고, 26%는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의원은 이같은 조사결과와 관련, "접대비 상한제가 접대관행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전체 접대비 규모를 크게 감소시키지는 못했다는 반증"이라며 "대다수 기업들이 이처럼 현재의 접대비상한선을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한선을 높이는 정책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이번 조사를 기업규제 해소 차원에서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세청장 교체 앞두고 바람잡이 시작됐나**
세금을 면제해주는 법인의 접대비 한도를 건당 50만원으로 정한 것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개혁정책으로 꼽힌다. 종전에는 접대비 한도를 건당이 아닌 총액으로 규정했었다.
이같은 개혁정책은 이용섭 국세청장이 2003년 취임직후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와 함께 세정혁신추진위원회 공동의장을 맡으면서 재계와 언론-관료계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쳐 관철시킨 것으로, 국세청은 2004년 1월5일 '접대비 업무관련성 입증에 관한 국세청장 고시'를 통해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하는 법인의 접대비에 대하여는 당해 법인이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지출증빙을 5년간 기록.보관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후 새로 경제부총리에 취임한 이헌재 부총리 등이 '내수불황'을 이유로 접대비 상한선의 상향조정을 압박했으나, 이용섭 청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현재까지 이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청장의 오는 4월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집권여당의 재경위 위원인 박영선 의원이 그동안 줄기차게 접대비 상한선 상향을 요구해온 한국경총이 행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접대비 상한선 상향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요컨대 이 국세청장 교체를 계기로 접대비 상한선을 대폭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국은 접대 공화국"**
국세청에 따르면, 면세 특혜를 받는 지난해 국내법인 전체의 접대비 총액은 2000년대 들어 장기 내수불황에도 불구하고 급증해 왔다.
접대비 총액은 2000년 4조3백54억원에서 2001년 4조4천9백99억원, 2002년 5조1천73억원을 거쳐 2003년 5조4천5백4억원으로 수직상승해왔다. 이는 2000년에 비해 35.1%나 급증한 액수다.
특히 이 가운데 사치.향락성 업소에서 이뤄진 2003년도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룸살롱 사용액 1조1백9억원을 포함해 1조6천1백44억원으로 크게 늘어, 사회적 빈축을 샀다.
반면에 2003년 기업들의 기부금 총액은 2조2천1백35억원으로 2000년보다 오히려 8.2%나 줄어들었다. 기부금 총액은 2000년 2조4천1백4억원이었던 것이 지난 2001년 1조5천7백48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뒤 소폭 늘어나는 추세나 2000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접대비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2003년도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재계-시민단체 등은 오는 3월9일 '반부패투명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부패 공화국'이란 불명예를 씯고 선진국에 진입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감히 접대비 상한선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미국의 접대비 인정 상한선은 75달러(우리돈 7만5천원)이며, 일본은 아예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기업이 영업상의 이유로 접대를 해야 할 때는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으로 접대하라"는 것이다. 우리처럼 세금으로 내 서민 등을 위해 사용돼야 할 돈으로 접대하는 행태는 도덕적으로나, 사회정의상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기업인은 이와 관련, "최근 정치권에서 금단현상을 참지 못하고 '기업과의 과거 밀월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만약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한다면 정경유착 분리는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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