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물처리장, 천성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정부 2년 동안 각종 환경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정부의 환경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노무현 정부 '얕은 진보주의' 한계 드러내며 개발 독재 망령 살려내"**
환경정의 주최로 21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참여정부 2년 환경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부의 반 환경정책을 맹성토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명래 단국대 교수(지역개발학과)는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 일반을 조목조목 검토하면서 이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시도했다. 특히 그는 "처음에 일정 부분 개혁 성향을 내세웠던 노무현 정부가 앞으로 경제 우선주의 혹은 신개발주의만을 더욱더 노골화할 경우 이 정부는 이도 저도 아닌 실패한 정권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분권, 균형, 혁신 등의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 각 과제들이 이룩해내야 할 것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그저 추진하기에만 급급했다"며 "이러다보니 어떤 것도 제대로 진전되지 않은 채 노무현 정부의 개혁은 내용적으로는 '물신화'되고, 절차적으로는 '관료화'되며, 효과면에서는 '사소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애초 내세웠던 진보가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혜안이 부재한 '얕은 진보주의'라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특히 환경을 다루는 부분에서 그것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한국 사회의 발전과 관련해 환경과 관련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에게 탈법적 특혜를 주는 각종 개발관련 법안을 추진하는 등 개발주의 정책을 양산하면서 환경 정책의 위상은 더욱더 추락하고 있다"고 정부 환경정책의 실상을 고발했다. 그는 "집권 세력은 정권교체를 통해 구 지배세력을 몰아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상 과거 개발 독재하의 개발주의를 되살려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무현 정부가 '얕은 진보주의'와 포퓰리즘적 신개발주의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노무현 정부뿐만 아니라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며 "이 정부가 애초 내세웠던 개혁과 진보의 입장으로 돌아가 녹색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울 때 비로소 역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노무현 정부 옛 개발동맹의 재생산 기구일 뿐, 기대할 것 없다"**
조명래 교수가 일정 부분 노무현 정부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토론자들은 노무현 정부의 '개혁적 성격'이나 앞으로 녹색의 가치를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문재현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환경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반환경 정책과 개발주의 정책이 전면화한 것을 집권 세력의 철학 부재나 수구 세력의 발목 잡기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 등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신자유주의 의제의 집행자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도시나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노무현 정부는 환경, 고용 등 공공적인 의제를 주변화하는 대신 사회 전체를 시장화하는 데 일관된 정책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정부의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고 노무현 정부의 변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 소장도 "노무현 정부는 환경문제를 여전히 오염 관리 차원이나 절차적인 개선 문제로 환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정당한 절차를 실천하는 것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런 현실은 이 정부가 옛 개발동맹의 재생산 기구일 뿐만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부가 기존에 이루어 놓은 환경정책의 부분적인 성과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경제정책과 환경정책을 더 이상 펴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이런 기대마저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다시 시민사회가 우리 스스로를 녹색으로 바꾸기 위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박재묵 충남대 교수(사회학과)도 이런 평가에 부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면서 노무현 정부에게 요구할 현실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얕은 환경주의'를 염두에 둔다면 이 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노무현 정부에게 획기적인 개혁을 기대하기보다는 몇 가지 현실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환경평가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통합적 물 관리 정책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요한 제도 개선을 완수하는 것, ▲대규모 국책사업의 계획 및 시행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실질적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 ▲새만금 문제를 포함한 주요 환경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등을 노무현 정부에게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파이를 키울 때가 아니라 그 '분배'와 '원천'에 대해 고민할 때"**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면서 경제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강수돌 교수는 "기업도시, 골프장 경기 부양론, 국가 균형발전 계획, 경자유전 원칙 폐기, 개발제한구역 해지 등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각종 경제정책은 '더 많은 파이를 생산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종래의 개발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파이의 분배' 더 나아가 '파이의 원천(source)' 문제를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배가 고르지 않은 사회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음은 역사의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지금은 분배와 함께 파이의 원재료가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한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는 아닌지 또 우리 삶의 토대인 자연 생태계를 훼손한 대가는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특히 집권 세력뿐만 아니라 시민 일반이 내면화해온 '돈의 논리'와 '권력의 논리'를 털어낼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득권층에 편입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논리, 강자에게는 아부하고 약자에게는 군림하는 논리, 이웃과의 연대보다는 돈벌이에 더 치중하는 삶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언론 또 시민운동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애초 청와대 염태영 국정과제 담당 비서관(환경 비서관), 열린우리당 관계자 등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 등을 들며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정부측에서는 환경부 김학주 정책총괄과장만이 토론자로 참여해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곽결호 환경부장관은 과천청사에서 "참여정부는 새로 도입한 환경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등 '인간과 자연간의 공생, 지속가능한 생명 공동체 건설'이라는 환경정책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해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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