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14일(현지시간)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핵문제를 6자회담 틀내에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조속히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 북한에 어떠한 양보도 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대북봉쇄정책을 계속 펼쳐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의 북-미 직접대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앞으로 북핵사태가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한다 하겠다.
***한-미 외교장관회담, 6자회담 지속 원칙 확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의 미국 국무부에서 라이스 장관 취임후 첫 양국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국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과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됨으로써 훨씬 나은 미래가 놓여 있음을 깨닫는 전략적인 선택을 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특히 '6자회담 과정이 붕괴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고, 한반도 비핵화는 지켜져야 하며, 북한은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3대 원칙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장관은 또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에 따른 대응책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능력 평가, 핵무기 보유 선언 동기에 대한 분석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현재의 상황을 매우 주의깊게 평가하기로 확인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확실한지, 있다면 얼마나 갖고 있는 지, 보유 선언의 동기는 무엇인지 등을 먼저 정확하게 평가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은 이밖에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6자회담 참여국들과의 외교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이달말로 예정된 한미일 3국의 고위급 협의 등 향후 일정을 추진하기 위해 실무자간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해 이달말께 대북정책의 구체적 틀이 제시될 것임을 시사했다.
라이스 장관은 회담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한-미 양국은 과거에 좋은 관계를 가져 왔으며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앞에는 많은 일들이 놓여 있지만 우리는 매우 강력한 동맹관계”라고 말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동 보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양국 장관회담후 반기문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3대 파병국인 한국 국군의 이라크내 활동이 한미동맹의 상징"이라며 "최근 한미관계가 대단히 양호하게 발전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도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한미공조를 과시했다.
***美 국무부, “北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보상 안할 것”**
한편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양국 외교장관회담과 관련 “6자회담 틀을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합의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또 “미국은 한국과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미국은 또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과도 적극적인 논의 행보를 계속할 것이고 활발한 외교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회담을 재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야기한 만큼 보상을 주어선 안된다는 데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합의했다”고 말해 북한 회담 복귀를 위해 ‘당근’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해 9월 회담을 갖기로 약속했었다”면서 “회담은 북한에 의해 지연돼 왔으며 이것이 북한에 보상을 주어선 안되는 이유”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이날 뉴욕타임스의 ‘북한 봉쇄 위한 자금줄 압박’ 기사와 관련, “이러한 행동은 (정책의) 변화가 아니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불법 행위를 인지해 왔으며 우방국들과 함께 북한의 행동을 감시하는 데 협조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화폐 위조. 대량살상무기확산, 마약 거래 등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항한 국제협조는 이전에도 이뤄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주한미대사, 동아태 차관보에 조기임명**
한편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달 31일 공식적으로 사임했음을 밝히며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가 이 자리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 힐 대사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직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자리에 조기임명해 북핵문제에 신속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이끌어갈 고위의 지식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힐 대사는 그가 맡고 있는 현직 때문에 이러한 일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힐 대사는 우리와 매우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우리는 그가 최적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이같은 바우처 대변인의 확인은 미국이 힐 대사를 곧 동아태 차관보에 공식 지명, 6자 회담을 재개를 위한 외교 진용 을 서둘러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차관보는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힐 대사는 의회의 인준 이전에도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할 수 있다.
힐 대사는 전임 켈리 차관보에 비해선 탄력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나, 북한의 승부수로 미국내 강경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그의 운신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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