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11일 한-미-일 3국의 ‘허를 찌른’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과 관련, “지금까지 없던 승부수”, “말로 할 수 있는 최대치 위협”이라면서 부시 2기 정부 '흔들기'를 통해 더 많은 보상을 얻고 관계국들의 진지한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북한이 강공을 하게 된 배경으로는 현재 여력이 부족한 미국이 제2의 이라크전을 일으키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을 꼽으며 북한이 새로운 협상 틀을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北성명, 말로 할 수 있는 최대치 위협” **
<마이니치신문>은 ‘6자회담 조기 재개 적신호, 벼랑끝 전술인가’라는 제하의 분석 기사를 통해 “부시 2기 정부가 북한에 거친 비난을 자제해 왔는데도 북한이 굳이 미국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이는 성명을 발표한 목적”으로 “북한의 흔들기 전술”을 꼽았다.
신문은 "지금까지 나온 최대치의 말에 의한 위협인 이번 성명은 일방적인 6자회담 파기나 탈퇴와는 다르다"면서 "(이번 성명의 목적은) 2기 출범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시 정권 흔들기"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북한의 ‘흔들기’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대별했다. 보상을 높이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과, 한편으로는 관계국에 진지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산케이신문>은 “지금까지 없던 승부수”를 던진 북한의 의도는 “회담 참석 ‘카드’를 이용해 대가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기존 6자회담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이고 ‘만에 하나 핵무기가 있다면 협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정도의 뉘앙스였지만,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 천명하면 6자회담의 회담 내용 자체가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의도는 핵무기 포기와 핵 프로그램 폐기는 엄연히 그 보상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선언한 것은 6자회담 ‘보이콧’과 더불어 새로운 군사적 위협을 과시한 것으로 관계국에 진지한 대응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으로서는 시간만 끌고 있는 6자회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6자회담은 2003년 8월에 처음 시작된 뒤 지금까지 17개월 이상 지났지만 여러 이유로 북한 핵무기에 대한 ‘보상’ 논의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의 ‘머뭇거림’도 회담 지연의 한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미국의 일관된 대북 전략 부재와 이라크전으로 여력이 없는 미국 상황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北 , 새로운 협상틀 노림수”**
한편 <마이니치>는 한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새로운 협의 틀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요컨대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시간끌기에 이용당한’ 6자회담 틀을 깨고 북-미-한-중 4개국으로 구성된 새로운 틀을 마련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10일 외무성 성명에서 일본의 6자회담 배제를 강력 시사했다. 외무성은 “일본도 미국에 추종해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면서 “더욱이 이미 다 해결된 ‘납치문제’를 걸고 가짜 유골문제까지 조작하면서 북-일 평양선언을 백지화하고 국교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일본과 어떻게 한 자리에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 일본 배제 가능성을 경고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밖에 북한이 이러한 강경 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북한은 미국의 대 이라크전 외교의 후유증을 연구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이 제2의 이라크전을 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미정책에 밝은 한 전문가도 “미국의 대북 무력행사는 불가능하며 한-중-일 등 북한의 주변국은 북한의 혼란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숙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정권 반응 및 중국 중재와 대응이 열쇠”**
일본 언론은 그러나 이같은 북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핵문제 처리과정에 여전히 중국의 역할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요컨대 아무리 북한이 강경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부시 정권의 반응과 북-미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해 온 중국의 대응이 열쇠”라는 분석이다.
<마이니치>는 이와 관련,“중국은 북한의 성명을 최종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북한성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해 북-미간 통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언론들은 이같은 중재노력이 실패할 경우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향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핵문제를 토의할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지 아니면 북-미 직접 회담에 나설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예기치 못한 승부수가 그동안 납치문제를 앞세워 북한을 압박해온 일본열도를 바짝 긴장케 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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