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봄철 파종기에 대비해 비료 50만톤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에 대해 “신중 검토중”이라면서도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면 적극 도와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료 지원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이어주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北, 봄철 파종기 대비 비료 50만톤 지원 요청. 예년 비해 두 배 **
통일부 한 당국자는 이날 “북한측이 비료 50만톤(1천4백억원 상당)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지원 요청은 북한 조선적십자회(위원장 장재언)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보내는 전화 통지문을 통해 지난 달 13일 이뤄졌다.
이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현재 북한의 요청을 검토중”이라며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서 논의를 하고 있으며 언제 결론이 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이어 올해 북측이 요청한 비료 양이 예년에 비해 많은 50만톤인 점과 관련해 “그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북측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농업을 최대 현안으로 내세운 것과 관련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고 말했다.
북측은 올 신년사에서 “올해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은 농업전선”이라며 농사를 잘 짓는데 모든 역량을 총집중, 총동원할 것을 지시하고 ▲농업기계화 비중 제고 ▲선진영농법 적극 수용 ▲비료 농약 보장 ▲다수확품종 확대 등을 당부했었다.
북측이 올해 요청한 50만톤은 예년에 비해 두배 가량 넘는 분량으로 1999년 이후 정부와 한적은 봄철에 20만톤 가을철에 10만톤의 비료를 지원해 왔다.
***정부 “北 요청 검토중.” 北비료 요청으로 대화 물꼬 기대**
한편 이번 북측의 비료 요청을 계기로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은 이번 북측 요청으로 남북대화 물꼬가 터지길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 이날 오전 KBS 1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손관수입니다>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 대북 비료 지원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당국간 대화를 통해서 협의해 나갈 생각이며 농업 지원은 인도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사업”이라고 밝혀 남북대화 재개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또 남북간 대화 수준에 대해서는 “여러 레벨에서 회의가 검토될 수 있다”며 “실무급 회담이나 지난해 8월 이후 미뤄지고 있는 경체협력추진위원회가 재개되면 이 문제부터 우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료 제공을 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경추위 내지 실무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북측에 가을비료 10만톤을 지원하고도 특별한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중이어서 남북간 대화도 이와 맞물려 전망이 밝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 당국의 이러한 기대는 최근 북한이 개성 지역에 대한 우리측의 연탄지원의사를 받아들인 데서도 연유한다. 북한은 우리측의 지원의사에 대해 수송과 분배 계획 미비를 이유로 거절해 오다 지난 2일 지원의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6일에는 연탄 5만장이 개성 지역으로 들어갔고 7일에도 추가 연탄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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