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관통터널을 뚫는 SK건설을 포함해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을 맡은 건설업체들에게 2005년 계약 금액의 50%가 연초에 미리 지급됐거나 지급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20% 정도를 미리 지급한 관례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대우로, 정부가 지율스님측에 '환경 공동조사'를 제안하면서도 내심 천성산 관통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증거다.
***고속철 건설업체들에게 2005년도 예산 50% 조기 집행**
3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현재 천성산 관통터널을 포함한 대구~부산 구간을 맡은 건설업체들에게 2005년 집행될 예산의 50% 가량이 선급금으로 1월 말에 이미 지급됐거나 지급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정부에서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상반기 안에 예산을 조기 집행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런 취지에서 부산 시내구간을 맡은 건설업체들에게 50%가 1월 말에 미리 지급됐고 다른 업체들의 경우에도 조기 집행을 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내부 규정상 예산의 70% 이내에서 선급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통상 20%만 지급해왔다"며 "이번에 50%를 지급한 것은 파격적인 것이긴 하지만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지 공단에서 임의로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착공 미지수인 부산 시내 구간 업체에도 지급, "예산 집행 빌미로 사업 추진 굳히려는 것"**
이같은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예산 조기집행에 대해 부산지역 건설업계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올해 부산 시내 구간이 얼마나 착공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건설업체들은 돈벼락을 맞았다고 좋아하고 있다"며 "아무리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것이라지만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성산과 금정산 터널을 뚫지도 않았는데도 노선을 바꿀 경우 예산이 낭비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한편에서는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은 건설업체에게 선급금을 50%씩이나 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건설업체들이 그 돈으로 이자 놀이를 해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는 예산 집행을 빌미로 삼아 사업 추진을 굳히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관료들과 건설업체들 간의 낡은 관행이 또 한번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은 SK건설, 현대건설, 두산건설, 대우건설이 맡고 있다. SK건설은 천성산 관통터널과 부산시내 구간을 동시에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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