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아 온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이 지난 27일 첫날 개봉에만 전국 3백8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약 12만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물론 전국 3백8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20만명을 웃도는 관객을 모은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에는 떨어지는 수치다. 그러나 <말아톤>은 처음부터 2위 전략을 내세워 왔다. 대신 제목처럼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뛸 채비를 개봉초기부터 서두르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쇼박스에서는 최종 흥행성적을 전국 5백만으로 보고 있다. 제작사인 씨네라인2도 기대가 크다.
배급사 스스로 <말아톤>의 대박 흥행을 점치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조승우의 천정부지 인기다. 조승우는 <말아톤>을 전후해 급속하게 인기가 치솟았으며 현재 「최민식-송강호- 설경구」라인의 뒤를 잇는 차세대 남자배우의 확실한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더블 캐스팅으로 그가 출연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조승우가 나오는 날에는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란 말이 있을 정도로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하고 있다.
조승우에 대한 여성팬들의 열기도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현황이 집계돼 있지 않지만 이번 영화 <말아톤>의 흥행은 전적으로 조승우에게 열광하는 20대 여성 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우에게 이렇게 20대 여성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말아톤>에서 보여준 출중한 자폐아 연기로 뒤늦게 그의 연기력이 재평가되고 있는 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의 뛰어난 춤과 노래실력이 급속하게 입소문을 탄 점 ▲자신들과 같은 연령대인 20대 중반이라는 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세대 스타들과는 달리 요란한 TV활동보다는 영화에만 주력하고 있는 점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성실한 태도 ▲맑 고 부드러운 청년의 이미지 ▲무엇보다 현재 영화계에서 세대교체의 흐름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점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의 요즘, 폭발하는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스터리’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조승우는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데뷔한 이후 2003년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으로 반짝 흥행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출연 영화마다 그다지 신통치 못한 흥행력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소위 '티켓파워'가 그리 세지 않았다는 얘기다. <후아유> <H> <하류인생> 등, 작품 선구안은 남다른 모습이었지만 불운하게도 흥행운이 따르지 않아 아깝지만 그가 대형스타로 성장하는 건 이미 늦은 얘기가 아니냐는 것이 연예계의 중론이었다. 그같은 인식을 딛고 데뷔 5년만에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조승우 개인의 배우로서의 노력과 심기일전이 남달랐다는 점에서, 최근 그에게 모아지는 인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1980년생이다. 이번 <말아톤>은 그의 여덟번째 작품이다. 그와 만나 보았다.
- 뒤돌아서서 생각하면 이전 작품들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당장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흥행성적에 연연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거, 그냥 그게 좋았구요 행복하다고 생각했죠.
- 그래도 배우는 영화가 ‘터져야’ 좋다. 그런 면에서 가장 실망했던 영화는?
나보다는 임권택 감독님때문에 속이 좀 상한 적이 있긴 하죠. <하류인생>때문이었죠. 그 영화 가지고 베니스영화제에 갔을 때에요 임권택 감독님하고 영화관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너한테 미안하다고. 사람들이 이 영화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정말 감독님을 위해서 영화가 잘됐으면 했어요. 그때 외에는..정말이지 흥행에 그다지 신경을 쓴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배우는 자기한테 맞는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언제든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에요.(웃음 )
- <하류인생>때 중년연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영화계 ‘애늙은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고.
아유. 그래서 그 영화 몇몇 장면은 지금 봐도 좀 민망하긴 해요.
- 하긴 임권택 감독의 말이 맞다. 그 영환, 당신의 투혼연기도 연기였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99편이나 영화를 만든 임권택 감독 같은 노 감독이라면 <하류인생> 같은 매우 사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그 영화는 임 감독의 개인사 같은 영화이기도 했지만 우리 영화 역사에 대한 우회로 같은 작품 이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당신은 그간, 작품 선구안이 매우 뛰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작품을 대할 때면 늘 두려움이 앞서요. 근데 어떻게 보면 그렇게 긴장해서 준비를 더 하게 된 게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젠 어떤 역이라도 해내겠다는 오기도 생겼구요, 항상 조금씩이나마 연기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린 게 요즘 좀 칭찬을 많이 듣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이번 영화 <말아톤> 얘기 좀 해보자.
많이들 좋아해 주시니까 저도 참 기분이 좋네요. 모두들 5살 정신의 자폐아 연기가 힘들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물론 영화를 찍는데 왜 힘든 부분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정윤철 감독님을 포함해서 현장 스텝들 모두 뭔가 해보자하는 하는 분위기였어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들 생각했구요. 대단한 작품 한편 만들어 내고 있다는 자부심도 강했죠.
- 자폐아 연기에 대해서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그렇게까지는 아니구요. 근데 그게 결코 기교는 아녜요. ‘말아톤’에서의 자폐아 연기는, 잘 보시면 알겠지만, 어떤 표정이나 말투 그리고 몸짓을 부단히 연습해서만 되는 건 아니었어요. 5살의 정신세계로 돌아가는 것, 내가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고 살아가는 순수한 영혼의 세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죠. 진짜 연기는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된 것 같 아요. 그래서 처음 촬영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처음엔 정말 내가 그저 연기만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죠. 어느 순간부터 5살의 마음을 받아 들인 그 순간부터 연기가 편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영화 내내 그렇게 5살의 마음으로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 자폐아 학교에서 생활하거나 하지는 않았나?
아뇨. 학교에는 딱 한 번 가봤어요. 물론 그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생활방식이나 습성, 말투 등을 배우는 건 중요했겠죠.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방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되도록이 면 안가려고 했어요. 그냥 극중인물인 초원이가 되려고 노력했을 뿐이에요 .
-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장애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영화는 장애인 영화가 아녜요.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한 청년을 주 인공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보단 소통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영화에요. 예를 들어 어머니와 아들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이 담겨져 있죠. 영화속에서 초원이 어머니도 결국 깨닫게 되요. 초원이를 정말 사랑하는 길은 초원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뭔지 알고, 초원이의 방식대로 또 초원이의 눈높이대로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말이죠. 사랑은 노력이라는 것을 얘기해 줍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장면은 지하철에서 주인공인 초원이가 치한으로 몰려서 매를 맞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사람들과 몸싸움이 빚어지는 장면인데요, 그때 초원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 어요,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라고 말이죠. 그제서야 사람들이 태도가 달라지죠. 영화는 바로 그점을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 조금, 아주 조금 다른 것 뿐인데 사람들은 그 점을 깨닫고 살지 못하죠. 이 영화 로 그런 편견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
- 이 영화로 당신도 변한 게 있다면?
<말아톤> 전에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참 많이도 닫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나 역시 이 영화로 마음을 많이 열게 됐죠. 마음이 훨씬 더 푸근해졌죠. 여러분들도 같은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 데뷔때 생각하면 말이 엄청 늘었다.
영화가 그렇게 만드나 봐요. 왜, 영화 한편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잖아요. 그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얘기만이 아녜요. 배우들도 똑같아요. 영화 때문에 세상을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요.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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