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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워렌 버핏', 국제 금융위기에도 '건재'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왈리드 사우디 왕자 "미국이 힘들면 아프리카로"

'아랍의 워렌 버핏'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는 올해 초 두바이의 경제전문지 <아라비안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색다른 투자 전략을 내놓았다.

"미국이 어려우면 아프리카로 가면 되지 않는가? 투자에는 분명히 손실이 따른다. 그 고통에 빠져있으면 투자자로서의 자격을 잃는 것이다. 한 곳에서 손실을 보았다면 다른 곳에서 이익을 추구하면 된다. 장기적인 투자만이 궁극적인 이익을 창출한다."

물론 인터뷰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국제 금융위기로 왈리드 왕자의 투자가 2008년 말부터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서방은 물론 아랍 언론도 왈리드 왕자가 지분 94%를 가진 '킹덤 홀딩스'의 2008년과 2009년 손실액이 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었다. 씨티그룹(Citigroup)에 대한 무모한 투자가 그 원인이라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 왕자는 씨티그룹에 대한 그의 지분을 4%에서 5%로 늘리겠다고 까지 발표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었다.

결국 그의 총재산은 2007년 210억 달러에서 2009년 16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중동 최고의 부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아랍의 100대 부자'를 선정하는 <아라비안 비즈니스>는 그를 여전히 "아랍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선정했다. "심각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투자의 귀재"라고 전문지는 묘사했다.

▲ 아랍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 올해로 54세다.

"장기적 대안을 생각하라"

왈리드 왕자는 실제로 미국에서의 손실에 위축되지 않았다. 2008년 이후 그는 미국 대신 아프리카 대륙에 상당한 투자를 감행했다. '잠자고 있는' 대륙을 공략해 금융위기 하에서도 그는 아프리카에서 120%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왈리드 왕자의 투자회사들은 아프리카에 10개 이상의 호텔을 사들였다.

왈리드 왕자의 장기적인 투자전략이 잘 나타나 있는 대목이다. 그의 투자회사 '킹덤 홀딩스' 홈 페이지에는 5가지 투자 철학이 공개돼 있다. 그 두 번째가 장기적 전략이다.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은 그의 이 같은 장기적인 접근에 바탕을 둔 것이다. 다섯 번째 투자 철학으로 장기적 투자를 위해 인맥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왈리드 왕자는 강조한다.

장기적 투자를 선호하는 그가 큰 관심을 갖는 분야는 단연 부동산이다. '5가지 투자 철학' 중 세 번째가 바로 '실적이 저평가된 자산으로부터 가치를 끌어내라'다. 그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오래된 호텔이나 부동산을 구입해 과감한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새롭게 꾸미고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그 가치를 크게 높이는 작업이다.

대표적인 예가 런던의 사보이 호텔이다. 그는 2005년 스코틀랜드 은행과 공동 투자해 이 호텔을 21억 달러에 매입했다. 현재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리모델링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호텔이 정상 운영되면 그 가치는 30억 달러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가 최대의 수익을 가져온다!"

왈리드 왕자가 제시하는 최상의 투자전략은 최고의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이다. 5가지 중 첫 번째 투자 철학이다. 그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는 '예상 가능한' 성과와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더불어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넓게 인식된 브랜드가 추가투자 유치는 물론 보다 큰 성장 잠재력을 갖는다고 그는 믿는다.

이런 최고 브랜드 지상주의는 그 동안의 투자처에서 잘 나타난다. 금융 분야에서는 씨티그룹, 언론에서는 뉴스 코퍼레이션, 호텔 및 숙박업으로는 포시즌스 호텔, 테크놀로지 및 IT 분야에서는 애플, 휴렛 패커드, 모토롤라, 그리고 연예 및 오락 분야에서는 타임 워너스, 유로 디즈니 등에 투자하고 있다. 누가 들어도 잘 알 수 있는 유명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브랜드만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성장 종목을 선별한다. 네 번째 투자 철학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성장 부문으로 왈리드 왕자가 꼽는 분야는 부동산, 호텔, 호텔경영, 은행 및 금융 서비스, 유통, 오락 및 미디어, 그리고 보건사업이다. 그의 주요 42개 투자처는 이들 성장산업에 거의 집중돼 있다.

20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저택

왈리드 왕자는 아랍은 물론 중동권에서도 '공개된' 최고 부자다. 산유국 국왕들의 재산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초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도 20위 안에 들었다.

왈리드는 세계 20대 부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동차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롤스로이스 팬텀, 인피니티 FX45와 같은 고급차 외에 가장 크고 무거운 SUV로 알려져 있는 험머H1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두바이 에어쇼 2007 행사장에서는 현장에서 수표를 꺼내 유럽 에어버스의 야심작인 A-380 VIP 버전을 구입했다. 가격은 3억 1900만 달러. 왈리드 왕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싸 '날아다니는 궁전'으로 불리는 슈퍼 럭셔리 항공기의 첫 고객이 됐다.

그는 현재 가족과 시가 1억 달러에 달하는 궁전에 살고 있다. 317개 방은 1500톤에 달하는 이태리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욕실의 수도꼭지는 순금 도금이다. 그의 궁전에는 아랍, 유럽, 아시아, 중동 그리고 디저트를 각각 담당하는 5개의 부엌이 있고, 요리사만 수십 명이다. 1시간 전에 지시가 내려오면 2000명이 동시에 그의 저택에서 식사할 수 있다.

▲ 유럽 에어버스의 야심작인 A-380 VIP 버전. 3억 1900만 달러 짜리인 이 '날아다니는 궁전'의 첫 주인은 왈리드 왕자였다.

오일머니가 아니라 '재능'!

왈리드 왕자는 투자의 귀재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물려받은 게 많아서 아랍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아랍의 부호는 석유와 가스라는 원자재 방석을 깔고 앉은 사람들이다. 지난 5년간 이들 석유부자들이 전 세계에 투자한 돈만 70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 3500억, 유럽에 2000억, 기타 아시아,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 투자된 돈이 1500억 달러다. 소위 세계 경제의 큰 손으로 부상한 오일머니다.

그러나 왈리드 왕자는 이들과는 다르다. 왕족이지만 이례적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왈리드가 사업에 전념하게 된 것은 그가 왕족이지만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집안 출신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현국왕의 조카이지만 '배 다른 형제' 출신이다.

1979년 미국 멘로대를 졸업한 왈리드는 아버지로부터 빌린 3만 달러와 물려받은 집을 담보로 마련한 4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 건설업으로 자금을 모으고 이를 걸프의 황금 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투자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오일머니를 투자해 운 좋게 성공한 중동의 왕족이 아니라 하루 17시간을 일하는 '일 중독자'라는 그의 이미지는 중동의 다른 부자와는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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