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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영화 판도 결정할 '3대 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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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영화 판도 결정할 '3대 천왕'

'오동진의 영화 갤러리' <27> 강우석 vs 임상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설날 연휴 시즌을 앞두고 개봉되는 한국영화들이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영화는 지난 해 12월 한달동안 시장점유율이 전년도에 비해 무려 30.2%포인트가 줄어든 16.5%를 기록하는 데 그쳐, 2~3년간 급격하게 이루어진 활황세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나타냈다. 그동안 영화계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시장위기론이 제기돼 왔으나 대다수의 제작자 및 투자자들은 이를 무시해 왔다.

그러나 시장 안에서는 여전히 점유율 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곧 이전의 활황 국면을 되찾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12월의 예상밖 부진은 ▲기대를 모았던 <역도산>의 흥행 실패 ▲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애니메이션의 계절적 특수 ▲ 할리우드 영화 배급의 상대적 강세 등의 요인에 따라 나타난 단기적 현상으로 설날 연휴의 특수에 맞춰 한국영화가 다시 흥행세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를 필두로 27일부터 개봉되는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 2월3일 개봉 예정인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과 2월18일 개봉될 임창정 주연의 <파송송 계란탁> 등의 흥행추이에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그때문이다.

지난 18일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공공의 적2>는 천만 관객 신화를 낳은 흥행 불패신화의 강우석 감독 영화답게 흥행 여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시사회 반응은 현재 크게 엇갈리고 있으며 ‘1편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한편으로, 다소 지루하고 ‘관객을 가르치려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반응도 얻고 있다. 특히 여성관객들로부터는 지나치게 마초(macho)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 부분이 흥행세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공공의 적2>는 강우석 특유의 캐릭터 드라마로 골통검사 강철중(설경구)이 한국 최대의 학원재단 이사장인 한상우(정준호)의 비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전편인 <공공의 적>은 전국 3백만 관객을 모은 바 있으나 이번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은 기록을 낳을지는 미지수다.

신인감독 정윤철이 만든 <말아톤>은 몇가지 점에서 한국 영화계의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난점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 극장가에서는 첫째 장애인 영화는 무조건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으며, 둘째 스포츠 영화 역시 별 재미를 못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셋째 TV다큐멘터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시청률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에 가진 기자 및 전문가 시사회에서는 <말아톤>이 그 같은 국내 극장가의 징크스를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예측이 나오는데는 조승우의 스타파워가 현재 만만치 않다는 것때문. 실제로 조승우는 현재 국내 남자 연기자들 가운데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타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여성팬들로부터의 인기가 최근들어 급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장기 상연중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표를 구하기가 어려울 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춘향뎐>부터 <후 아 유> <H> <하류인생> 등 그동안 작품 선구안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뒤따르지 못해 불운의 연기자란 소리를 들어야 했던 조승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한 스타덤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승우의 그 같은 상승세를 고려하면 <말아톤>의 흥행은 현재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타배우 한명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 무엇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박급’ 흥행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조심스런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설날 연휴시즌의 다크 호스는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이 꼽히고 있다. 10.26 사건을 소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사건이 벌어진 그날 하룻밤 동안의 궁정동 안가를 스케치한 이 영화는 극히 민감한 소재인 만큼 그동안 촬영과정이 극비리에 진행돼 왔으며 개봉을 앞둔 최근에 들어서야 제작 완료 여부가 공개돼 오히려 언론의 집중 포커스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10.26 영화가 완성됐다는 얘기가 밝혀지자 박 전 대통령의 아들인 박지만씨는 이 영화에 대한 상영가처분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내기도 했다. 박씨의 그 같은 움직임과는 상관없이 영화는 예정대로 2월3일 전국 동시개봉된다.

전작인 <눈물> <바람난 가족>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임상수 감독은 사회정치적 이슈를 소재로 특이한 시각으로 늘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어 온 인물.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특히 10.26의 진상을 역사적 ‘팩트’와 작가적 상상력 사이에서 어떻게 그려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10.26’은 가장 처절했던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수 감독은 <그때 그사람들>을 특유의 비틀린 유머와 풍자,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그려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영화는 특히 최근 주가가 오른 중견 연기자 백윤식과 여전히 스타파워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석규의 앙상블 연기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흥행여부에 대해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젊은 관객들이 10.26 사건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 무엇보다 역사적 사건과 그 실체를 다루는 이야기에 이들 관객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그때 그사람들>이 뚫고 가야할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완성도 여부나 평단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자칫 침체기에 바져 들지도 모를 국내 영화계를 연휴 대목 시즌을 이용해 얼마만큼 회복시켜 낼 수 있느냐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005년 상반기 한국영화시장은 이들 몇몇 작품에 달려 있다. 그건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강우석-임상수 릴레이 인터뷰]**

***강우석 감독 인터뷰: “나는 내 식대로 한국사회의 어둠을 뚫고 간다”**

<사진> 강우석 감독

- 첫시사회 이후 반응들이 뜨겁다.
뜨거워야 한다. 요즘 회사(시네마서비스)가 어렵거든.

- <실미도> 천만관객으로 번 돈들은 다 어쩌구?
음..다 까먹었다. 자꾸 돈 얘기해서 진짜 해야 할 영화얘기를 자꾸 방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딱 한번만 얘기하겠다. 사람들은 <실미도>로 강우석이가 돈을 엄청 벌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많이 벌었다. 그런데 그 돈이 회사로 들어 오기도 전에 다 나갔다. 지난 해 우리는 2백억원을 잃었다. <천년호>로 60억, <하류인생>으로 거의 50억, <썸>으로 40억 등등. 지난 한해는 <실미도>빼곤 되는 것이 없는 해였다.

- 그 영화들을 제작한 프로듀서나 감독하고 사이가 안좋아졌겠다.
한심한 얘기다. 영화사업은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영화는 때론 크게 터지지만 때론 크게 망한다. 영화 투자자나 제작자는 늘 성공과 실패의 간극에서 산다. <천년호>를 만들었던 한맥영화사의 김형준 사장, <하류인생>의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과 임권택 감독님, <썸>을 감독한 장윤현 감독 모두 여전히 존경하고 아끼는 선배 동료 후배 영화인들이다. 이들에 대한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당신 소원인 새영화 <공공의 적2> 얘기를 하자. 우리영화로는 처음으로 검찰청 내부를 찍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강우석 감독이 검찰과 지나치게 친해지려는 의도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말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사회는 기자들이 문제라니까. 검찰측에서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준 점에 대해서는 나도 처음엔 놀랐을 정도다. 더욱 놀란 것은 영화를 찍는 동안 그쪽 공보실에서 나와서 제발 부탁이니까 검찰을 있는 그대로 그려달라고 한 점이다. 검찰을 좋은 쪽으로 그리면 오히려 반감을 산다고 걱정하더라. 그래서 그랬다.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말라고. 세상이 바뀌었다. 검찰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영화가 바뀌었다. 그런데 세상을 삐딱하게 보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아직 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왜 이 영화를 찍고 싶었나? 그런 걸 보면 당신은 세상의 불의에 대해서 참지 못하는 성품인 것 같다.
1편을 만들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진자 이 사회의 공공의 적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인가. 혹시 나쁜 놈과 아주 나쁜 놈의 얘기만을 한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정말로 공분을 느끼는 대상들에 대해서는 할 말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 반성이 들었다. 사람들이 정말로 분노하는 대상은 정치권과 이 나라의 부를 거머쥐고 있는 일부 경제인들이다. 사람들을 대신해서 그런 사람들을 응징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가 그런 것이 아닌가. 현실에서 어려운 일을 극중 인물을 통해서라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난 내 식대로 우리가 공분을 느끼는 것에 대해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후련해졌으면 한다.

-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흔히들 주인공을 골통검사 강철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영화에서 흥미있는 캐릭터는 상대 악역인 한상우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일찌감치 정준호를 캐스팅했는데 정준호의 착하고 순진한 평소 이미지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나이스 가이인 척하지만 알고 보면 속안에 악마가 들어있는 인물, 그런 캐릭터가 필요했다. 영화를 보면, 정준호가 얼마나 제격의 연기를 해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2편은 1편에 비해 인물의 대립각이 보다 확실하다. 우리사회의 확실한 선과악의 대결을 선보이고 싶었다.

- 일부 장면은 후배감독들에게 연출을 맡겼다는 소문이다.
소문이 아니고 진짜다. 오프닝 시퀀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후배감독 김상진이 찍었다. 오토바이 액션씬은 역시 내가 정말 인정하는 후배감독인 장윤현에게 맡겼다. 그런 장면들을 내가 못찍어서가 아니라 이 둘이 더 잘찍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찍은 장면이 영화 전체를 좌우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우리 영화도 이런 방식의 제작 시스템을 활용할 때가 됐다고 본다. 촬영 유니트(unit)를 몇 개 두고 보다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 영화를 보고 있으면 당신은 참 순진하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정말 선이 악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지언정 그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우리사회가 계속해서 부패와 비리에 물들어 있으면 좋겠나? 영화속에도 그런 대사가 있다. 강철중이 말하는 대목인데, 사람들이 왜 홍길동을 홍길동이라고 부르는 줄 아나?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이것에 대한 답은 영화를 통해서 확인들 해주시길 바란다.

***임상수 감독 인터뷰: "이렇게 자료가 없을 수 있을까"**

- 나는 이럴 줄 몰랐다.
뭘?

- 이렇게 몰래 영화 한편을 완성할 수 있을지 몰랐다.
물론 나야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었고. 다만 홍보차원에서 극비리에 영화를 찍은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워낙 말들이 많은 사회여서..

- 실제로 외압이 있었나?
시대가 어느 땐데 그런 게 있겠나. 근데 그런 건 있다. 10.26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가장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료가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외압의 여부를 떠나 우리사회가 여전히 닫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었다.

- 아니 뭐..사건에 대해서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고 생각하는데?
계엄사 수사기록과 군법정 기록만으로? 그게 사건의 실체가 될 수 있다고 당신은 정녕 믿는가? 난 그렇지 않다고 봤다. 그날 하룻동안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영화가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 냈다는 것인가?
에이..그건 아니지.

- 에이..그럼 뭔가?
바로 그 대목이 이 영화를 만든 나나, 앞으로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이 느낄 묘미라고 생각한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 그러나 있을 법했던 일들에 대해 내가 상상력을 발휘한 것, 그래서 사람들도 같이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것, 바로 그점이야말로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재미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는 자칫 다큐멘터리로 간다.

- 맞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사실과 얼마나 가까운가이며 또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사실과 얼마나 다른가에 쏠려 있다.
아주 정확한 얘기다. 드러난 사실만으로 이 영화를 꾸몄다면 사람들은 차라리 역사책을 읽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고 있지도 않은 일 혹은 있지 않았을 법한 일로 얘기를 꾸미면 그건 매우 위험한 일이 된다. 그 경계와 간극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매우 흥미있었고,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 소문에 따르면 10.26 얘기보다 12.12 얘기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고 하더라. 특히 단신으로 반란군을 맞아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보호하다 사살된 권오랑 소령의 얘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걸 내가 당신한테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 하긴 그건 당시의 사건을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얘기다. 영화적 소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근데 그거 오래 전에 잠깐 생각했던 얘기였었다. 하지만 10.26은 내 마음 속에 오래 전부터 담아왔던 사건이었다. 난 경복고등학교를 다녔고 10.26이 일어났던 궁정동 안가는 내 학교와 백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나 역시 그때의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왔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과거 역사의 상흔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점이다.

- 요즘 젊은 관객들이 과거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 둔감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흥행이 걱정된다는 소리도 있다.
이 영화는 총싸움이 나온다는 점에서 액션영화이기도 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의 측면에서 미스터리이기도 하며, 격랑의 역사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측면에서 비극적인 드라마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라고 당신이 얘기하는 그 관객층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엄청 많은 영화다. 그러니 개봉도 하기 전에 이상한 소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동진 영화전문위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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