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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 사태'의 본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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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 사태'의 본질을 찾아서

[화제의 신간] 칭찬받던 기공단체가 어느날 사교집단으로

<붉은 중국의 공포 파룬궁>(마리아 시아 창.황소자리 간)은 파룬궁이 기공 보급으로 인민들의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단체로 중국정부로부터 칭찬을 받다가 돌연 탄압을 받는 단체로 바뀐 과정과 그 정치적 배경을 분석한 책이다.

***칭찬받던 기공단체에서 사교집단으로 탄압받는 파룬궁**

저자 마리아 시아 창은 중국인으로 중국현대정치 전문가로 저명한 미국 네바다 주립대 교수다. 저자에 따르면
92년 5월 베이징 기공박람회에서 리훙즈(李洪志)라는 지방정부 공무원에 의해 소개된 파룬궁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단체로 정부의 칭찬을 받으며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가 "각종 기공수련단체의 활동으로 매년 1인당 1천위안씩, 1억명일 경우 1조위안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적극 장려한 기공단체의 하나였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기공단체는 정부의 지원 아래 1998년 공식단체만 2천4백여개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파룬궁 수련자가 정부의 공식집계만으로도 3천만명에 이를 정도로 커지자, 파룬궁의 급성장을 경계한 중국 정부와 파룬궁과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파룬궁의 정치세력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96년 파룬궁의 출판한 서적들을 판매금지시키고 리훙즈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리훙즈는 98년 미국으로 건너가 영주권을 취득한 뒤 미국을 거점으로 전세계에 파룬궁 전파에 나섰다.

현재 파룬궁 회원수는 중국 정부의 공식집계로는 3천만명이지만 실제 수련자가 공식집계의 두 배가 넘는다는 파룬궁에 주장에 따른다면, 파룬궁을 규모 면에서 중국 공산당원 수(5천6백만명)를 넘어서는 중국최대의 자발적 단체가 된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원 다수가 파룬궁 수련자로 알려지고 있다.

파룬궁에 따르면 현재 대만.싱가포르,미국,캐나다,유럽 각 국, 호주에 걸쳐 세계 전역의 추종자를 합하면 회원수가 1억명이 넘는다.

중국 정부의 견제를 받던 파룬궁이 급기야 사교(邪敎)로 규정되며 가혹한 탄압이 시작된 계기는 99년 4월25일 파룬궁 회원들의 시위사태였다. 파룬궁 추종자 1만여 명이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베이징(北京) 자금성 옆 중난하이(中南海.중국 공산당 종합청사)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해 6월10일 6.10사무실이라는 파룬궁 전담조직을 창설하는 한편, 7월22일 파룬궁 시위를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파룬궁을 사교로 선포했다. 이어 10월에는 사교지도자에게 사형까지 언도할 수 있는 강력한 반사교(反邪敎)법을 제정하면서 대대적 탄압에 나선다.

파룬궁측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당국의 탄압으로 파룬궁 회원 10만여명이 체포되고 5백여명이 수감되었으며 2만여명이 노동수용소로 끌려갔다.

***"사교만이 사교를 알아본다"**

파룬궁은 자신들이 단순한 기공단체일 뿐 결코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집단이 아닌데도 중국 정부가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에는 유교, 현재는 공산주의를 중심으로 한 '정교일치'를 추구하면서 이에서 이탈하는 이단을 박해해 온 중국적 전통에서 이번 사태를 해석하며, 파룬궁을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종교단체의 성격을 지녔다고 정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줄곧 이데올로기 정치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황제들은 자신이 통치권을 하늘에서 부여받았다며 국가 통치를 정당화했다. 마찬가지로 현대 중국은 완벽하고 총체적인 이데올로기를 통해 특수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지닌 통치권을 정당화한다.

마르크스-레닌주의가 파산한 현재까지도 중국 공산당은 과거와 현재를 비롯해 사회 진화 과정을 내다볼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중국 정부가 통치의 정당성을 외치며 내놓은 것은 마르크스주의의 변형 이데올로기다. 이데올로기가 공산당에게 선도자로서의 특수한 지식과 통찰력을 부여해 중국을 통치할 수 있도록 했다는 논리다.

저자는 "요컨대 내용이 어떻든 간에 중국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는 종교와도 같은 믿음,독실함이 넘치는 열정, 선험적 복종 등을 강요하며 일종의 종교로서 작용한다"면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정치를 융합해 어떠한 개인이나 기관도 전체주의적 국가에 대항할 수 없는 체제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파룬궁은 중국의 공식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에 대항한 비밀결사체로서 원(元)대의 백련교, 청(淸)대의 천리교. 태평천국 등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종교단체들이 농민반란과 체제전복 운동으로 연결됐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가 파룬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파룬궁 지도부는 파룬궁이 종교가 아니며 단지 정신 수련과 도덕 함양을 장려하는 단체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파룬궁의 믿음체계를 살펴보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찾을 수 있다"면서 "파룬궁은 백련교나 천리교와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파룬궁은 도교와 불교, 그리고 민간신앙 및 주술 등이 절충적으로 융합돼 있고, 과학과 미확인비행물체(UFO) 등 현대적 요소도 적당히 가미돼 있다. 특히 파룬궁의 신앙은 불교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도교를 비롯해 특히 기공을 포함한 상고시대의 민간신앙까지 수용했다. 결정적으로 파룬궁은 종말론과 천년왕국설을 신봉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천년왕국설을 넓은 의미에서 "사회구원 등 특수한 목표를 열망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강력한 감정적 사회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정치혁명도 일종의 천년왕국 운동에 포함된다.

저자에 따르면 기원전 209년 비밀결사에 의한 첫 반란에 진나라가 무너졌고, 역사 전반에 걸쳐 천년왕국 운동은 중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국가를 전복시킨 마지막 천년왕국 운동이 바로 1949년 공산당 혁명이다.

중국 천년왕국 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아 동일한 방식으로 권좌에 오른 공산당은 그러한 움직임의 가능성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파룬궁이라는 새로운 종교집단의 1만여 추종자가 1999년 4월25일에 모여 벌인 평화 시위에 그리 겁을 먹고 황급히 반응한 공산당 간부들의 속내를 설명할 길이 또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파룬궁은 공산당의 그림자를 부정하기 위한 희생양"**

때문에 저자는 중국이 겁내는 것은 파룬궁 자체가 아니라 파룬궁이 투영하는 사회적 불안정성이라고 지적한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은 자신의 약하고 부도덕하며 불완전한 부분을 부정하고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칼 융에 따르면 그러한 부분을 우리의 '그림자'로 부르며 그림자를 부정하는(즉, 우리가 도덕적이며 완전하다고 믿는) 한 가지 방법은 희생양 메커니즘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영하는 것이다.

저자는 "혹시 중국은 칼 융이 말한 희생양 메커니즘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면서 중국의 한 반체제 인사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공산당 정권은 얼마나 심약한지 국민이 사소한 이유로 조직을 결성하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면서 "오늘은 성냥갑 수집 모임일지라도 내일은 다른 목적의 단체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중국 정부"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때 인민 모두가 종교에나 보일 경외감으로 당과 마르크스 사상을 우러러보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믿고 따랐던 대가는 컸다. 이제 와서는 당마저도 굳게 지키던 신념을 버렸다. 당은 이제 부를 숭배한다. 그러나 그 전환 과정에서 만연된 부정부패, 노동자 실업 급증과 농민의 빈곤 등 중국 사회의 총체적 문제가 분출하면서 수많은 인민들이 절망에 빠져있다.

파룬궁을 비롯해 다른 종교집단은 이처럼 절망과 회의에 빠진 인민들에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채울 수 없는 정신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결국 중국 정부의 파룬궁 박해는 인간의 기본권 침해 문제일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의 현재 상태에 대해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며 세계 사회가 보이는 의문과 우려는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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