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강제 징용돼 일본 기업에서 일하다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게 일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일본 고등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일본 고등법원에서 재외 피폭자의 원폭 피해에 대해 국가 책임을 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에 대한 밀린 임금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은 배상시효가 지났다며 기각했다.
***日고등법원, 원폭피해 한국인 징용자에 배상 명령. 고법 첫 판결**
교도(共同) 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19일 원폭 피해를 당한 한국인 홍순의(81세), 이근목(78세)씨 등 징용 피해자 40명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국가는 원고 1인당 1백20만엔씩 총 4천8백만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은 1심의 청구기각을 파기한 것으로 외국 거주 원폭 피해자에 대해 국가 차원의 배상을 명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폭 2법 등에 기초한 수당 지급이 출국했다고 해서 권리를 상실한다는 옛 후생성 통지 402호는 잘못"이라고 적시, 재외 피폭자를 원호 대상에서 제외해온 위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법률상 근거가 있는지 여부 등 충분한 조사를 검토, 실시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불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에서도 미쓰비시에 대한 청구는 배상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당초 원고들은 총액 4억4천3백50만엔의 손해배상을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에 청구했었다.
***1심 파기, 일본 국가 책임 인정. 미불임금 등은 시효완료 판결 **
이같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은 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지 10년만으로 이들은 미불 임금과 보상금 지불과 관련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측과 교섭을 벌이다 진전이 없자 일차로 6명이 1995년 12월 히로시마 지방 법원에 제소했고 96년 8월에는 나머지 40명이 2차 제소했다.
원고들은 2차대전 당시인 1944년 8월부터 10월 사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돼 히로시마의 미쓰비시 기계 제작소나 조선소에서 노역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8월 6일 원폭 피해를 당했으나 해외거주자라는 이유로 원호혜택을 받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1999년 3월 1심 판결에서 강제 연행 및 강제 노역의 사실 인정 및 법정 평가를 보류한 채 "메이지 헌법 하에서의 국가 행위는 배상 책임을 거론할 수 없다"는 '국가무답책' 이론을 적용, "원폭 2법 등은 재외 피폭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며 미불 임금 등은 시효가 지났다"면서 청구를 전면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2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어짐에 따라 한반도 태생의 원폭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 제기 등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 원폭 피해자 협회에는 약 2천2백명이 등록돼 있고 북한의 피폭자 단체에도 7백에서 9백명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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