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18일(현지시간)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이며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사회”라고 부정적 대북인식을 드러내면서도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틀을 통해서 해결할 것”이라며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라이스 미 국무 지명자, “북한, 폭정 전초기지”**
라이스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세상에는 분명히 폭정의 전초기지들이 남아있다”면서 쿠바, 미얀마, 북한, 이란, 벨라루스, 짐바브웨 등을 거론했다.
라이스는 이들 나라를 '폭정의 전초기지'로 꼽은 이유로, 나탄 샤란스키의 ‘마을광장 시험’ 이론을 인용했다. 샤란스키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유대인으로 구 소련내 반체제 활동으로 사형선고까지 받는 등 9년간 복역한 후 이스라엘로 이주, 장관이 된 이스라엘의 강경 우익 정치인이다. 샤란스키는 “사람들이 마을 광장의 한 복판에 걸어나가 자신의 견해를 체포나 투옥, 신체적 가해 등의 공포 없이 말할 수 있다면 그는 자유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폭정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라이스가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한 것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으로, 라이스 지명자의 부정적인 대북 인식을 그대로 노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부시 2기 대북정책이 1기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강력 반발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의 반응에 따라서는 차기 6자회담 개최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1기 정부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라이스 지명자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비교했다.
***라이스, 체제변형도 시사**
라이스의 부정적 대북 인식은 ‘폭정의 전초 기지’ 발언 이외에도 이날 인준청문회 내내 드러났다.
라이스는 상원의원들과의 북한 관련 질문에 “북한은 분명히 매우 위험한 국가”, “북한은 대량파괴무기 특히 핵무기를 만들려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 “북한은 매우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사회” 등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 “굶주림과 억압이라는 차원에서 북한 주민만큼 더 절망적인 국민은 없다”면서 “미국은 북한 사람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북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규모 식량지원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라이스는 이밖에 “북한 주민과 접촉하는 것은 실제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 접촉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서 “북한 국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북돋아줄 수 있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대북공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북한은 이런 길을 갈 필요가 없으며 다른 길이 있다"고 말해, 북한의 체제변형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미 정부가 북한 인권법을 제정, 북한 정부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북한 정권에 대한 또다른 자극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라면 북한으로서는 강력 반발할 소지가 있다.
***라이스, “북핵문제 6자회담으로 해결, 북한에 다자간안전보장해줄 수도” **
그러나 라이스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6자회담이라는 외교력을 사용할 것이며, 북한을 선제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또다시 분명히 밝혔다.
라이스는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매우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를 혼자서 하길 원하지 않으며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더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의 목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있어서 6자회담 기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희망컨대 이 위험한 체제를 관리하는데 보다 폭넓은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이 기제를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해 북핵 문제 이후에도 6자회담을 통해 북한에 관한 제반 문제를 다를 뜻임을 시사했다.
라이스는 아울러 “부시 대통령이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범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입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포기할 준비를 한다면 다자간 안전보장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는 특히 “국제사회는 이란과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 야망을 포기하고 대신 평화의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 이란과 북한 핵무기를 부시 2기 정부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뜻임을 시사했다.
***라이스, “지금은 외교의 시대”**
라이스는 이박에 부시 2기 정부에서는 ‘소원해진’ 동맹관계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임을 밝혀, 미국이 일방주의에서 다자주의로 외교정책을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라이스는 “더욱 안전하고 보다 자유로운 세상에 알맞은 힘의 균형을 창조해내기 위해서 미국의 외교를 이용해야만 한다”면서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친구들을 돕는 데에 힘을 쏟을 것이며 지금은 외교를 위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라이스는 아울러 “현 시기에 미국과 미국 외교는 커다란 임무를 가지고 있다”면서 ▲공통 가치와 법규범에 기초한 국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민주국가들의 단결 ▲공동의 안보 위협에 대해 싸우고 테러를 조장하는 절망을 해소하기 위한 민주국가들의 강화 ▲전 세계에 걸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 등을 미국 외교의 3대 과제로 꼽았다.
***라이스, “한국 핵심 파트너, 기대하지 않던 이라크 지원도 받아”**
한편 라이스는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규정한는 등 한국을 중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라이스는 “아시아에서 미국은 모든 아시아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가정을 뛰어넘었다”면서 한국과 일본, 호주를 “핵심 파트너(key partners)”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동의 위협을 억제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이들 국가들은 핵심 파트너”라면서 “미국의 대아시아 동맹은 더 이상 강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이며 이를 이용해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는 이어 “미국은 한국과 매우 강력한 동맹, 기술적으로 매우 정교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어떠한 행동이나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억제력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라이스는 “미국은 이라크전에서 27개 국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들의 기여 가운데 일부는 작은 규모이지만 이들 소규모 국가들에게는 중요한 공헌”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는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곳으로부터도 기여를 받았다“면서 ”이러한 공헌에 감사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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