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의 한 무장단체가 15일(현지시간) 한국인 1명을 살해했다고 주장, 정부가 즉각 사실 여부 확인 작업에 나서면서 쿠웨이트 여행 경보도 2단계인 ‘경고’로 격상시켰으나 여러 정황상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무장단체의 한국인 살해 주장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쿠웨이트 무장단체, "한국인 1명 살해" 주장**
로이터 통신은 이날 “잘 알려지지 않은 무장단체인 ‘쿠웨이트 무자헤딘’이 인터넷 사이트에 성명을 발표, 한국인 한 명과 미군 3명, 쿠웨이트 군인 여러 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무장단체는 “조직원들이 쿠웨이트 움 알 하이만에 있는 군사기지를 공격, 전투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통신은 이와 관련 “성명의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정부 당국자들도 접촉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에 앞서 쿠웨이트 내무부 성명을 인용, “이날 움 알 하이만에서 이슬람 저항단체로 보이는 무장세력과 당국간 교전이 발생, 사우디 국적의 무장세력 한 명이 사망하고 쿠웨이트 경찰관 2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전 당시 무장조직원 1명이 체포됐고 이후 2명이 더 생포됐으며 6명 가량의 무장세력은 도주했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고도의 경계태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사관은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인들에게 “움 알 하이만 지역을 피하고 수상한 활동이 감지되면 경찰에 신고하며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고 게재했다.
***정부, "확인중". 가능성 낮게 보나 쿠웨이트 여행경고 2단계로 격상**
정부는 이러한 로이터 통신 직후인 16일 오후 2시부터 쿠웨이트에 대한 여행경고 수준을 1단계인 ‘주의’(신변안전 주의)에서 2단계인 ‘경고’(신변안전에 특별 유의하고 여행 필요성 신중 검토)로 상향 조정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비공식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 쿠웨이트 정부, 미국 정부 등을 통해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어떤 정황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보도된 움 알 하이만이라는 지역은 쿠웨이트 남측이며 이 곳은 통상적으로 한국인이 가지 않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문제의 ‘쿠웨이트 무자헤딘’이란 단체가 인터넷에 올린 성명서를 직접 확인한 결과 이들은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군’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쿠웨이트 현지 우리 ‘다이만’ 부대원 전원은 무사하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미군기지에 있는 공군 다이만부대(제58항공수송단)는 조종사와 정비사 등 1백50여명과 C-130 수송기 4대로 편성돼 있으며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파병된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장병과 물자 공수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당국자는 또 “외신도 성명의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만큼 관련부처가 공조해 신빙성 여부를 신중히 알아보고 있다”면서 “쿠웨이트 교민의 안전 여부도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쿠웨이트에는 4백50여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장기 체류자는 1백50여명이고 나머지는 상사와 건설사 직원 및 가족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에 대해 “쿠웨이트 교민 확인작업은 대부분이 자이툰 부대 영내에 있는 이라크와 달라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아직까지 교민 희생이 보고되지 않았고 만일 이상이 있었다면 지금쯤 연락이 왔을 텐데 그런 것이 없다”면서 “해당 지역 인근 미군 부대에서 한국인 10여명이 차량정비 등의 일을 하고 있지만 모두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근 무장단체들의 한국인 공격 경고 잇따라 **
그러나 이러한 무장단체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 하더라도 최근 한국 및 한국인에 대한 공격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한국이 이들 무장단체의 주요 타깃으로 대두되고 있는 우려스런 모습이다.
지난 6일에도 이라크 알지하드라는 무장단체가 “한국인 2명을 인질로 잡았다”며 72시간내 이라크 철수를 요구하고 나서 정부가 초긴장상태 속에서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나선 바 있다.
이후 이렇다할 피해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난 연말에는 이라크 수니파 저항단체인 안사르 알 순나가 연말연시를 이용 자이툰 부대에 대한 차량폭탄공격을 지시했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실제로 지난 5일에는 자이툰 부대가 주둔중인 아르빌 시내에서 미군들의 소탕작전으로 저항세력 용의자 여러 명을 체포한 바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파병규모로 미-영 다음의 3위인 한국에 대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파악하는 분위기지만, 파병국 가운데 상당수가 철군 및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데 따른 경고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에는 1천6백50명의 병력을 파병한 우크라이나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로 철군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37개 파병국 가운데 스페인, 태국, 필리핀, 뉴질랜드, 싱가포르, 도미니카,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8개국은 이미 철군을 단행했으며 헝가리,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등도 감축과 철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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