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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최열, "감시기업에 제품 판매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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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최열, "감시기업에 제품 판매는 잘못"

KBS 보도 파문 일자 에코생협 이사장직 사퇴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기업에 친환경공산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거센 대중적 비난을 받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KBS, "환경운동연합, 감시 기업에 강매해 돈벌이 나서"**

파문은 지난 10일 밤 KBS <9시뉴스>가 '기업 상대로 장사하는 환경단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주)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환경운동연합이 기업 감시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KBS는 "환경운동연합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핵폐기물처리장을 못 짓고 있는 한수원은 환경운동연합이 상전일 수밖에 없다"며 "시위가 있은 지 1년 뒤 환경운동연합이 설립한 에코생활협동조합이 한수원에 자가발전 손전등 1천개를 팔았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또 구매 업체와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회사와 시민단체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사달라고 요청할 경우에는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제품을 사줄 수밖에 없다"며 "감시받아야 될 기업을 상대로 돈벌이를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열 대표, "에코 생협 이사장직 그만두겠다"**

보도가 나가며 파문이 일자 에코생협은 11일 오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사과문을 올리고 "최열 이사장은 물의를 일으킨 생협 사업상의 모든 활동에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을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코생활협동조합은 사과문에서 "감시 대상 기업에게 적절하지 못한 시기에 친환경공산품을 판매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사려깊지 못한 판매, 보급 활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코생협은 '시민단체가 돈벌이에 나선다', '감시 대상 기업체에 강매 의혹' 등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에코생협은 "2만여개의 전 제폼이 기업에 판매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자가발전손전등 총판매수량 2만여개 중 53%는 개인 및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 일반 유통업체가 구매했다"며 "다단계업체에 최열 이사장이 추천장을 써주었다는 보도 내용과 폭리를 취했다는 부분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기업과 거리두기 실패", "시민 참여 부재"가 원인**

한편 이번 파문을 접한 시민ㆍ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10일 KBS 보도를 보면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며 "최열 대표나 일부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기업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 등의 권력이 계속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환경단체 등 시민ㆍ사회단체가 싸워야 할 대상이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과 좋은 일을 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시민들의 '참여 부재'가 초래한 일이라는 지적을 했다. 그는 "시민들이 KBS 보도를 계기로 환경단체와 최열 대표를 많이 질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이 환경단체나 생협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면 기업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ㆍ사회단체 관계자들은 KBS의 보도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우연히 KBS 보도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며 "환경 파괴하는 건설업체 광고 수주에 목을 매고 있는 KBS가 언제부터 '환경 감시자'를 자처했느냐"고 힐난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업에 휘둘리는 것만을 놓고 보자면 KBS를 비롯한 언론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환경단체나 생협 활동이 시민사회에서 갖는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좀더 성찰적인 보도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은 시민단체와 기업간에 '비판적 거리'가 존재해야 함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시민운동에 미칠 여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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