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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민심이 천심", 이기준 사흘만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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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민심이 천심", 이기준 사흘만에 사퇴

이기준 '거짓말'-청와대 '거짓해명' '오기대응'이 국민 '대분노' 초래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7일 오후 마침내 사퇴했다. 지난 5일 부총리 임명후 사흘만의 일이다. 청와대의 '적극 방어'에도 불구하고 각종 비리 의혹과 잇따른 거짓말에 따라 국민의 분노가 걷잡을 길 없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 파동으로 인해 이 부총리 개인이 큰 상처를 입었음을 물론, 이 부총리를 추천한 인사들과 이 부총리 흠결에 대한 인사점검을 하지 못한 청와대도 커다란 상처를 입게 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준과 청와대의 '거짓 해명'에 민심 대폭발**

이 부총리는 7일 오후 교육부 기자실에서 짤막하게 사퇴의사를 밝히고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실에서 "내 문제로 인해서 대통령과 국민에게 큰 부담을 줘 죄송하다"며 "교육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고민했지만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추진될 교육정책이 안정적으로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서둘러 기자 회견을 마쳤다.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며, 후임자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총리의 사퇴 결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험악해진 국민여론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오후 이기준 부총리 내정직후부터 비판여론은 비등했다. 2002년 서울대 총장 불명예 퇴진의 원인이었던 판공비 편법 과다사용, 불법적 사외이사 겸임,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 등이 재차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가뜩이나 수능부정, 밀양집단성폭행 등으로 '도덕성'이 중시돼야 할 교육부 수장으로 적합치 않은 인사라는 여론이 봇물 터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난여론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기준 부총리 임명 다음날인 5일 오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했던 네티즌 여론조사 결과 83%였던 '부적절 인사'라는 비판여론은 다음날인 6일에는 90%를 돌파하는 등 국민 절대다수가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이처럼 비판여론이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된 데에는 청와대의 '오기대응'과 '거짓해명', 이기준 부총리의 '거짓말' 등 사실을 은폐한 '거짓 대응'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

비난여론이 폭발하고 있음에도 노무현대통령은 이를 묵살하고 5일 이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줬다. 청와대 정찬용 인사수석과 이병완 홍보수석은 또 5일과 6일 잇따라 "이부총리 서울대총장재직 당시 사외이사 겸직은 불법이 아니었으며, 판공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180도 다른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며 이 부총리를 옹호해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기준 부총리 역시 장남의 국적포기 사실과 수원 팔달 건물 은닉 등의 잇따른 폭로에 대해 "국적 포기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수원 건물은 아들 것이다" "아들은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7일 전혀 사실이 아닌 거짓말임이 잇따라 확인돼, 이 부총리에게 결정타를 가했다.

7일 오전까지만 해도 경제장관회의에 불청객으로 참여해 지지를 호소하던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장남이 국내 LG전자에 다니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장남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원 건물은 내것이 아니다"라는 주장하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거짓말'로 눈앞 위기를 벗어나려던 대응이 국민의 대분노를 초래하면서 스스로 무덤을 판 모양새가 된 셈이다.

***정부여권, 씻기 힘든 '큰 상처'**

이기준 부총리 파문은 이 부총리 본인은 물론, 올 들어 국면전환을 도모해온 정부여권에게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이는 노무현대통령이 두차례나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기준 부총리 임명 고수입장을 밝혔고, 정찬용-이병완 등 청와대 수석들이 총동원돼 여론의 흐름을 뒤바꾸려 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태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고 임명 사흘만에 이 부총리 자진사퇴 형식을 빌어 사태를 수습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올바른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 청와대가 보인 '거짓해명'과 '인사시스템 부재'는 청와대의 신뢰에 큰 상처를 입혔고, 향후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

특히 이기준 부총리를 추천한 인사들이나, 이에 대한 사전점검 시스템을 전혀 작동하지 못한 인사관련 파트의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인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게 확실하며,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1.4개각에서 무풍지대였던 청와대부터 대대적 인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이 과정에 보인 '침묵' 또한 향후 우리당에게 적잖은 상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봉주 의원 등 극소수 소신파 의원들은 인사직후부터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회를 주장했으나, 우리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 의원들은 청와대 눈치만 보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히 평소 '개혁'을 주장해온 의원들의 침묵은 향후 이들의 행보에도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의 뜻을 묵살함으로써 눈덩이처럼 커진 이번 파문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만이 위기에 처한 정부여권의 위기 돌파책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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