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총리가 1일 새해를 맞아 신년사 형식의 글을 통해 퇴임후 처음으로 현실정치를 비판해, 대권행보를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치권, 기싸움-힘겨루기-제몫챙기기만 골몰"**
고 전총리는 이날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다산연구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선진화의 미래를 기약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 갑신년은 정치.사회적 갈등과 대립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던 한 해였다. 해묵은 지역.빈부.노사.계층갈등에다 이념.세대갈등까지 겹쳐 사회적 대립과 분열은 해방공간의 혼란한 사회상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면서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속에 서민들의 생활은 고달프고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던 공동체적 규범과 공공선에의 관심을 이끌어 낼 기제마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여러 세력들은 21세기 미래전략을 모색하려는 노력보다는 `기 싸움', `힘겨루기', `제몫 챙기기'에만 더욱 골몰했으며 실용주의보다는 이념과 명분의 허상을 쫓느라 분주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래서는 우리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고 현실정치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고 전총리는 "정치적 리더십 쪽에서 미래 비전과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고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민주화 이후의 선진화된 미래를 이뤄내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고 확신한다"며 "우리 국민의 저력은 위대하며,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전에는 '우민' 이메일 보내기도**
이번 글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호를 `우민(又民,于民)'으로 정했다는 사실을 알린 것에 이어 일주일만에 나온 것이어서, 고 전총리가 대권행보를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당시 고 전총리는 다산연구소를 통해 지인들에게 보낸 우민(又民, 于民)의 의미를 새롭게 마음에 새기며'라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호를 `우민(又民,于民)'으로 정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앞으로 우민이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얼마 전 다산연구소 분들이 호를 권해 주셨다"면서 "다산연구소의 안에 제 생각을 약간 가미해 `우민'으로 하되 그 한자 표기는 `또 우(又)'와 `어조사 우(于)'의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자 `우민(又民)'은 `또다시 민초(民草)'라는 뜻으로 부름을 받아 공직에 나갔다가 소임을 다하면 물러나 다시 근본인 민초의 자리로 표표하게 돌아간다는 뜻"이라면서 "일곱 번의 공직과 민간인 신분을 왕복했던 행정가로서의 저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민이 종착점이자 근본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조사 우의 `우민(于民) 역시 `민초로부터, 민초와 함께, 민초를 향해'라는 뜻이어서 제가 한평생 지표로 삼아온, `지성이면 국민도 감동한다'라는 지성감민(至誠感民)'의 제 좌우명과 일맥상통한다"며, 2개의 `우민' 중 어느쪽으로 택할지를 정하기 위해 다산연구소를 통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1천여명이 의견을 보내줬으며 또우 자 `우민'이 다소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하나의 우민은 다른 우민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 둘은 나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편의상 저로서는 또 우자 우민으로 표기를 하겠으나 두 우민을 구분하지 않겠다"며 두 가지 `우민'을 함께 혼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여러분들은 어떤 표기를 하든지 편하신 대로 쓰셔도 좋다"면서 "저는 이 두 `버전'의 우민에 함축돼 있는 의미를 항상 음미하겠다"고 끝을 맺었다.
***정치권 러브콜 잇따라**
고 전총리가 잇따라 글을 올린 다산연구소는 지난해 박석무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으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청와대측 소송 대리인단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용훈 전 대법관 등과 백낙청.변형윤씨 등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다산연구소 고문직을 수락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유엔 산하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회장 피터 아이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의미심장한 행보를 거듭해 왔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반부패 운동을 펼치기 위해 조직된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연방대통령 등 34명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 전총리는 지난해 탄핵정국때 대통령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지휘한 데 이어, 노무현대통령 복귀후 형식적 각료임명제청권을 거부함으로써 그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대통령후보 1순위로 높은 지명도를 유지하고 있다.
본인은 총리직 사퇴후 대통령출마 등 정치현안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회피해왔으나, 지난해말부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민주당 등에서도 고 전총리에 대한 영입작업을 추진하는 등 현실정치권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그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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