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우라늄 계획을 90년대 말에 이미 알았고 원심분리기 이외 우라늄 입출시스템도 구입했다”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개발을 재차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한반도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이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이라크 WMD(대량살상무기) 조작처럼 과장,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과정에 나온 것이어서,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방침에 근본적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美, “北, 90년대말부터 우라늄 계획-우라늄 입출시스템장비 구입”**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명백하고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농축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90년대 말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미국은 2002년 10월 북한이 우리에게 말하기 전에 이미 알았고 그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음을 통보하자 북한이 인정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특사는 방북 이후 “북한이 우라늄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고 주장, 2차 북핵 문제가 불거졌다.
이같은 주장은 “미국의 북한 핵무기 개발 주장은 과장됐다”는 한반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 대한 반박으로, 어럴리 부대변인은 이날 “해리슨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반 이전에 북한이 그러한 은밀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다는 풍부하고 설득력있는 분명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위한 (플루토늄 개발) 대안으로 우라늄 농축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CIA의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서 밝혔다.
그가 밝힌 CIA 의회 보고서는 “북한은 2001년에 상당한 양의 원심분리기 관련 자재를 구하려 하기 시작했으며 북한은 특히 원심분리기 이외 우라늄 입출시스템에 적당한 장비들도 획득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원심분리기 관련 자재로 알루미늄 배관구입시도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나 ‘우라늄 입출시스템 장비’는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으로 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을 집어넣고 빼내는 장비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전문가 해리슨, “美, 이라크 WMD 왜곡처럼 북핵 과장, 왜곡”**
이에 앞서 한반도 전문가로 정평이 난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해리슨은 17일 발간예정인 2005년 1/2월호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글을 통해 “미국은 2년전 북한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얼마나 많은 증거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냐”면서 “6자회담 참가국들에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해리슨은 특히 “부시 행정부는 피상적인 자료에 의존, 최악의 시나리오를 명백한 진실인양 제시했다”면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를 조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위협을 심각하게 과장하고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을 겁줘서 대북강경자세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2002년 9월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방북,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상당히 유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는 이어 “2002년 11월 CIA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를 지지할 만한 분명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CIA는 “북한이 매년 2개 이상의 무기를 생산하는데 충분한 양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플루토늄 문제부터 해결해야, 우라늄은 이후”**
그는 아울러 “미국은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농축능력과 군수용 능력을 구별하지 못함으로써 북한 핵무기 야망을 제거하기 위한 기존의 복잡한 노력들을 훨씬 더 뒤엉키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주장에 의해 미 정부는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유일한 위협으로 알려진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한 조치를 막아버렸다”며 “플루토늄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이, 의심스런 우라늄 프로그램에 의해 제기된 ‘가상 위협’보다 훨씬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기존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우라늄 미스테리’는 북한 비핵화과정속에서 처리돼야 하며 플루토늄 문제부터 먼저 다루고 단계적 상호 양보를 통해 북한과 긴장을 완화한 뒤에야 북한의 우라늄 처리 능력에 대한 완전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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