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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안주민, 악몽에서 깨어난 날"

핵폐기장 후보지 법적자격 종료, "주민 피땀으로 공권력 막아"

부안 주민들이 1년 6개월에 걸친 악몽과 같은 현실에서 벗어났다. 부안군이 11월30일까지 주민투표에 의한 핵폐기물처리장 신청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정부 계획으로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부안 법적으로도 핵폐기물처리장 후보지 자격 종료**

1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부안 지역에 대한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후보지로서 법적 자격이 완전히 종료됐다. 정부로부터 일방적으로 예비신청 지역으로 간주됐던 부안 지역이 지난 30일까지 신청을 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월 산자부가 내놓은 핵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 절차에 따르면 지역 주민의 유치 청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예비신청 이후 주민투표를 거쳐 11월30일까지 본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산자부는 그동안 김종규 부안군수가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을 한 것을 이유로 들어 부안을 유일한 예비신청 지역으로 간주해 왔다.

부안 주민들은 이미 지난 2월 전체 주민의 70%가 참가해 92%가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나 정부는 자체 주민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부안 주민들을 고통과 불안 속에 그대로 방치해왔었다.

이현민 부안대책위 정책실장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횡포가 1년 6개월 동안 부안 주민들을 악몽 같은 현실로 몰아넣었다"며 "하나가 돼 이를 막아낸 부안 주민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부안 주민들을 또 하나가 돼 부안을 생명·평화·자치가 꽃을 피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대안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안 주민들이 피와 땀으로 만든 교훈, 정부가 배워야"**

반핵국민행동도 이날 논평을 내 "이제 부안은 정부의 계획으로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부안 핵폐기물처리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핵국민행동은 "부안의 후보 자격 종료는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생업을 뒤로 한 채 투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부안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정부는 부안 주민들이 피와 땀으로 만든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핵국민행동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핵폐기물처리장 강행은 제2, 3의 부안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원자력 발전과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일각에서는 핵폐기물처리장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지역을 1~3개 선정해 주민투표를 통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주주의와 자치의 승리, 생명·평화·자치의 부안으로 나가자"**

한편 1년 6개월 동안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난 부안 주민들은 1일 오후 '부안군민 승리대회'를 열어 자축할 예정이다. 부안 주민들은 지난 11월25일 1년 5개월에 걸친 촛불집회를 마감하는 마지막 촛불집회를 열었다.

부안 주민들은 앞으로 △김종규 군수 퇴진 운동과 함께 주민 자치 운동을 확장하고, △'태양광 발전 사업'을 포함한 대안 에너지 운동을 군 차원에서 전개하며, △지역 환경과 어울리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모색하는 대안적 개발 모델을 부안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부안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상징적으로 다음 '부안 선언'을 이날 발표했다.

한편 주간 <부안독립신문>은 지난 29일자에서 25일 마지막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부안 주민과 1년 6개월동안 주민들과 함께한 이들의 인상적인 소감을 1면에 실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승리가 부안으로 끝나면 작은 부안의 승리일 뿐입니다. 억울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일어서면 큰 부안이 될 것입니다."(문정현 신부)

"서운하네요. 그래도 백지화되고 빨리 돌아가는 좋죠. 고생한 것 생각하면 아휴, 5시쯤 나와서 지으면 집회 끝나고 9시30분에 철수하는 생활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몰라요. 내 일이니까 했지 돈 받고 했으면 못했을 겁니다."(무대팀 박종엽씨)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만 17개월 동안 그동안 한시도 마음을 놓지 않고 촛불집회로 똘똘 뭉쳤습니다. 한 번도 (부안에) 핵폐기장이 들어올 거라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나은 부안 발전을 위해 우리 마음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김인경 교무)

다음은 12월1일 발표된 '부안선언' 전문.

***부 안 선 언**

2004년 12월 1일 오늘
우리는
핵폐기장 백지화, 부안군민의 승리를 선언한다.
반핵 생명 평화를 선언한다.

돌이켜보니 어느덧 17개월이 지났다.
7만 부안군민 한 몸 되어
미래를 그리며
희망을 노래하며
매수와 폭력, 거짓과 분열을 물리치고
폭염과 태풍, 눈보라를 헤치며 달려온 길
이제
핵폐기장이라는 지독한 악령을 물리쳤음을
그리하여
생명과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함을
만천하에 선포한다.

산, 들, 바다가 어우러져
뭇 생명과 더불어 살기 좋은 고장 생거부안
주민의 삶을 산산조각내고
오순도순 지내던 공동체를 파괴하고
자손만대 죽음의 땅에서 살 것을 강요했던 자 누구이던가?

부안은 투쟁하였다.
농민은 논, 밭에서 뛰어나와 아스팔트를 누볐고
어민은 그물을 내던지고 해상시위를 벌였다.
상인은 가게 문을 닫고 반핵민주광장을 지켰으며
기사들은 택시를 내버려둔 채 고속도로를 막았다.

어머니는 삭발로
학생들은 등교거부로
할머니는 촛불로

의사들이 가운을 입고 나섰다.
선생님이 국회 앞에서 108배를 하였다.
신부님이 교무님이 목사님이 스님이
한 달이 넘는 단식을 하였다.

부안은 하나였다.
남녀노소
능력 있는 자 없는 자 구분이 없었고
가진 자와 없는 자도 따로 없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투쟁하였다.

곤봉과 방패, 군화발이 춤추는 경찰 계엄아래에서
촛불 하나로 맞섰다.
삼보일배 낮은 자세로
대지에 입 맞추고, 탐욕과 이기심과 나태함을 버렸다.
어깨를 함께한 이웃에게서 참사랑과 믿음을 배웠다.
흐르는 눈물 닦아주고
얼어붙은 몸뚱이 보듬으며
가슴속 맺힌 설움과 한을 함께 나누었다.
조상의 지혜와 영혼이 깃들고
후손들이 만대를 누려야 할 이 땅을 반드시 지키자고
마음 속 깊이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우리는 외쳤다.
핵폐기장 결사반대!
대한민국 어디에도 핵폐기장 결사반대!
에너지 정책 전환하라!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하라!

우리의 아픔이 단지 부안만의 것이 아니기에
영광이 달려왔고,
울진이 함께 했다.
고창에서 전주에서
서울에서 부산에서
이 나라의 모든 양심이 함께 했다.
눈길을 헤치며 마침내 이루어낸 2.14 주민투표 승리!
92%의 반대를 확인하며 목매이던 순간.
오만과 폭력, 강압과 독재는 더 이상 힘 못쓰고
핵폐기장 악령은 소리를 죽였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부안 핵폐기장은 영원히 끝났음을
다시 한 번 명명백백하게 선언한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길을 간다.
저 아름다웠던 핵폐기장 반대 투쟁만큼이나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
반핵, 생명, 평화의 부안 공동체 건설이다.

함께 하였던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나누어 주는 길
전국의 양심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 길
우리가 흘린 피 한 방울 결코 헛되이 만들지 않는 길
소중한 꿈 활짝 꽃 피우는
반핵, 생명, 평화의 부안 공동체 건설이다.

주민 자치 운동이다!
핵폐기장 원흉 김종규 퇴진이다!
주민 스스로 권력으로 우뚝 서는 일이다!

부안 에너지 독립선언 하자!
핵 전기 가장 적게 쓰는 부안 만들자!
부안이 희망이다. 태양광 발전, 대안 에너지 운동이다!

권력으로부터 자치를
돈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위선이 아닌 진실한 언론을
에너지의 독립을
그리하여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마음
넓은 들과 깊은 산,
그리고 바다와 갯벌을 지키고 가꾸는 일
사람이 사람답게
뭇 생명과 더불어 함께 사는
반핵!
생명!
평화!
부안 건설하자!

위대한 부안 군민 만세 !
핵폐기장 투쟁 승리 만세!

2004년 12월 1일
대한민국 부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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