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일대에서 4대강 사업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준설 작업이 진행 중인 남한강 3공구 내양지구에서 죽은 물고기들을 확인한 결과,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인 꾸구리가 발견됐다고 23일 밝혔다.
▲ 준설 공사 현장에서 폐사된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 꾸구리. ⓒ4대강범대위 |
꾸구리는 한강, 임진강 일부 유역에만 서식하는 희귀 민물고기로, 최근 골재 채취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멸종 위기종이다. 특히 이번에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내양리 일대는 원래 물살이 빠르고 자갈이 깔려 있어, 맑은 하천의 중상류 여울에만 서식하는 꾸구리·돌상어 등이 다수 발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 물고기가 폐사한 내양지구는 남한강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의 구간으로, 이곳에서는 현재 가물막이로 남한강의 물을 막은 뒤 물을 퍼내고 모래 200만 세제곱미터를 파내는 준설 작업이 진행 중이다.
4대강 범대위 관계자는 "물고기 집단 폐사의 원인은 준설 과정의 배수로 인한 물 부족과, 준설 공사에서 나온 흙탕물의 부유 물질이 물고기의 아가미에 부착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야생동식물보호법 제68조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 2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최용철 한강유역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서식하던) 300~400마리를 대부분 방사하고 죽은 것은 30마리인데, 확인해보니 잉어과의 누치가 대부분"이라며 꾸구리의 폐사 사실을 부인했다. (☞관련 기사 : 정부, 4대강 '물고기 떼죽음' 사태 호도…"30마리 폐사")
▲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남한강 내양리 공사 현장. 준설 공사로 인한 웅덩이의 흔적이 보인다. ⓒ4대강범대위 |
'단양쑥부쟁이' 이어 '꾸구리'도 …'졸속 환경영향평가' 논란
한편, 4대강 사업에 앞서 작성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준설로 인한 꾸구리의 개체수 감소를 언급하면서도, 제대로 된 보호 대책을 내놓지 않아 '부실 환경영향평가'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의 '어류 대책'을 보면, "단기간에 남한강 전 구간에서 본 사업이 시행되면 꾸구리의 불가피한 개체 수 감소가 예측되며, 공사 단계의 영향을 피해 상·하류 지역과 지천으로 회피·이동할 것으로 예측·판단된다"라는 '대책 아닌 대책'이 명시돼 있다.
또 평가서는 "보 건설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여울지는 곳이 감소될 것이고, 꾸구리의 서식 영역의 축소가 예측된다. 따라서, 꾸구리의 생태 특성을 고려한 대체 서식지 조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하상에 유기물 및 모래가 퇴적되거나 유속이 빠른 여울이 사라지게 되면 본 종의 서식지는 소멸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준설 공사로 인한 꾸구리 개체 수 감소를 사전에 예측하고 있었음에도, 정작 공사는 어떠한 대책이나 보호 조치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주장이다.
4대강 범대위 관계자는 "이미 환경영향평가에서 이 지역에 꾸구리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시공 업체는 준설 및 배수 과정에서 법정 보호종이자 멸종 위기종에 대한 서식 확인 및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상황이 이런데도, 공사업체 관계자들은 '멸종 위기종이 나타나면 공사에 방해가 된다'는 발언을 하며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공사장 밖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라며 "산란기에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고, 특히 멸종 위기종이 죽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공사는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날 4대강 범대위는 ""꾸구리는 물의 속도가 빠르고 자갈이 많은 하천 상류의 여울에서 서식하는데, 현재 진행되는 준설은 하천의 다양한 구배 및 하상고를 인위적으로 파헤쳐 깊은 수심의 단순 지형으로 변화시키는 토목 사업이기 때문에, 향후 하천 어류의 종 다양성이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멸종 위기종 어류에 대한 현황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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