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가 황우석 교수에게 2005년 한 해에만 수백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정치권 일부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문제 삼을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과기부, "2005년에 황우석 교수에게 2백65억 지원"**
과기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05년도 과학기술진흥기금 운영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최고 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을 신설해 2014년까지 모두 5백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고 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은 사실상 황우석 교수를 위해 만들어진 사업으로, 계획대로라면 2005년 한 해에만 황우석 교수에게 2백65억원이 지원된다.
과기부는 2005년에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 건립을 위해 1백억원, 무균 미니복제 돼지 사육관리 시설에 80억원, 영장류 실험ㆍ수술 시설 설치에 40억원, 소 실험 목장 설립에 30억원, 복제 및 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1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황 교수에 대한 이와 같은 지원은 기존 과학기술 연구 지원 액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것으로, 개별 연구자에게 지원되는 액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과기부는 이미 1998년부터 황 교수에게 총 83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과기부는 예산요구서에서 "황우석 교수가 매우 비좁은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등 연구 환경이 열악해 새로운 연구실을 건립할 필요가 있고, 무균 미니복제 돼지 연구는 이종간 장기 이식을 위해 꼭 필요한 연구이기 때문에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심의도 없이 황 교수 연구에 수백억원 예산 배정"**
한편 황 교수에 대한 이런 '파격 지원'에 대해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 일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한재각 과학기술 담당 정책연구원은 "이번 사업의 경우 지원 대상을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낸 국내외 과학자'라고 밝히고 있으나, 지원 대상에 대한 공식적인 선정 과정도 없이 황우석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더구나 이종간 장기 이식 연구나 체세포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연구는 생명윤리 논란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 1월에 발효될 예정인 생명윤리법에 따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할 연구"라고 지적했다. 연구 허용 여부에 대한 심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3백억에 가까운 예산부터 배정했다는 것이다.
한재각 연구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꽤 있는데, 황우석 교수의 정치적 영향력과 국민적 지지 또 개인적 친분 관계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이기 전에 절차의 투명성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수백억원대의 혈세를 지원할 때는 그에 맞는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황 교수 외에도 <사이언스>, <네이처>, <셀>과 같은 최상급의 저널에 연구 논문을 발표한 국내 과학자들은 적지 않은데, 황 교수에게 이렇게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데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과학계 내에서도 황 교수를 특별 대접하는 것에 대해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우석 교수 연구, 이제 검증이 필요할 때"**
실제로 생명과학계 내에서도 과기부의 황우석 교수에 대한 '파격 지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면역학을 전공한 한 의대 교수는 "이번에 중점적으로 지원되는 이종간 장기 이식 분야는 윤리적 논란을 떠나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검증이 안 된 분야"라며 "특히 면역 거부 반응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보다 수십년 앞서 연구를 시작한 선진국에서도 회의적으로 보고 연구를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과연 여러 가지 것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연구비 지원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하다"며 "황 교수의 유명세만 믿고 수백억원을 지원했다 나중에 별 성과가 없을 때 그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척추 마비 환자에 대한 임상 실험에서 일부 성과를 보여 화제가 됐던 성체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더 할 말이 많다.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한 의대 교수는 "탯줄혈액 줄기세포 등 성체 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고, 최근 보도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 활용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황우석 교수가 주장하듯이 난치병 환자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오히려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좀더 국가적 관심을 쏟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언론이 황우석 교수 연구에 심취해 진짜 필요한 과학기술 연구는 오히려 뒷전으로 미뤄두고 잇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는 과기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과기부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부터 정치권, 언론 모두 황우석 교수를 띄어주는 분위기에서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영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다 '역풍'을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기부, "황우석 교수 폄훼하지 말라"**
그러나 과기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단호하다. 장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폄훼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과학기술 분야 중에서도 생명공학(BT) 분야는 특히 리스크(실패할 위험)가 큰 분야"라며 "이번에 중점적으로 지원되는 이종간 장기 이식 연구도 면역 거부 반응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성공했을 경우에 그 연구가 우리나라에 가져다 줄 경제적 부가가치는 매우 크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그 성공 가능성을 보고 황우석 교수에게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황우석 교수가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는 것은 다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에 지원되는 2백65억은 대부분 인프라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며 "황우석 교수도 그 시설을 이용하겠지만, 관련 연구자들도 이용하는 시설을 정부가 마련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특혜 시비는 딴죽걸기"라고 정당성을 역설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11일 2005년 예산안을 검토해, 황우석 교수에 대한 연구비를 전액 삭감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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