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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물러나는 것도 '최고의 결정'일 수 있습니다"

예종석의 'CEO에게 보내는 편지' 〈30〉

K사장님!

오늘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기업은 험난한 창업 과정을 거치고 치열한 성장기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비로소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안정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그 과정에서 중도탈락 하기도 하고, 설사 그 힘든 통과의례를 거치고 안정단계에 접어든 기업이라 하더라도 순탄하게만 그 길을 지나 온 경우는 드뭅니다. 창업과정의 어려움이나 성장단계에서 겪게 마련인 그 많은 위기상황들을 몸소 체험해보신 사장님께서는 그 고통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창업 초창기의 힘든 상황에서 다행히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그때부터는 기존 사업을 더 성장시키느냐 또는 현재의 수준에서 만족하고 유지해 나가느냐, 아니면 신규사업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느냐 하는 등의 새로운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기업성장의 각 단계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난제들은 문제마다 그 해결을 위해 최고경영자에게 그때그때 다른 역량을 요구합니다.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 나가기 위해 경영자는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 주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치밀한 분석력을 필요로 하기도 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단성 있게 양보하거나 후퇴하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기업이 성장해 나가는 단계에 따라 창업경영자는 다른 종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창업 초창기의 최고경영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제품 개발도 직접 해야 하고 사업계획서도 혼자 작성하며 자금을 끌어들이는 일이나 심지어는 영업과 생산까지도 직접 챙겨야 하는 등 일인다역을 해가며 어렵게 회사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지요.

이 시기에 최고경영자는 많은 고난을 겪지만 그 위기들을 불굴의 투지로 헤쳐 나가고 의사결정 시마다 안게 되는 위험부담을 강력한 도전정신으로 하나하나 극복해 나갑니다. 그런 것이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기업가 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창업 기업가들의 성격적 특성은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봉급생활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일 것입니다.

성공적인 창업과정을 거쳐 기업이 성장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업무가 많아지게 되므로 점점 최고경영자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기는 힘들어지게 되고 그 때부터는 필요한 각 분야의 인재들을 외부로부터 영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업이나 재무, 생산 등에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물들을 각 부서의 책임자로 전담시키게 되는 것이지요. 성공하는 경영자들은 이 시기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을 동참시킵니다.

소니의 창업과정에서 영업통이었던 모리타 아키오가 기술자인 이부까 마사루와 손을 잡았던 일이나 또 다른 기술자인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찌로가 경영전문가인 후지사와 다케오를 영입한 것 등이 모범적인 사례이지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모셔오려면 최고경영자는 우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 결점을 메워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사업이 커지고 인원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성장기에는 그래도 최고경영자가 각 부문의 책임자들로부터 직접 보고도 받고, 회사 업무의 전반을 관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과정을 거쳐서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안정기를 맞게 되면 그때부터는 창업경영자가 모든 업무를 직접 세세하게 챙기기가 힘들어집니다.

그 무렵이 되면 각 부문에는 임원이 생기게 되고 또 그들을 총괄하는 전문경영자도 필요하게 됩니다. 후계자 육성 문제나 2세 경영 이슈가 대두되는 것도 바로 이 무렵입니다. 이때 최고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적절하게 권한을 이양한 뒤 부문별 경영자들을 독려하고 자극하여 기업을 조직과 시스템으로 경영해 나가는 관행을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능력 있는 전문경영자 후보를 선별하여 키우거나 외부에서 훌륭한 경영자를 영입하는 것도 이 시기에 창업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고 경영책임을 맡긴 전문경영인들에게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충분한 지원을 하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일도 창업자의 몫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후계구도를 마무리 짓고 은퇴 계획을 구상해야 할 시기도 바로 이 무렵이지요.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은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이렇게 달라져야 할 스스로의 역할과 임무를 자각하여 시기마다 적절한 변신을 하기보다는 성장과정 내내 창업 초창기와 똑같은 자세와 역할로 일하다 독선적인 경영자로 전락해 실패를 겪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대기업이 되었는데도 최고경영자가 중소기업 시절의 업무 처리방식을 고집한다든지 최고경영자가 담당임원이나 하급 간부가 해야 할 일을 직접 챙겨 부문책임자를 무색하게 하고 갈등을 겪는 경우는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사례이지요.

창업자로서 자신의 기업에 대한 애정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나 바뀌어야 할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똑같은 경영방식으로 일관하다 실패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업의 수명은 유한합니다. 피터 드러커도 일찍이 '지금 리더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30년 후까지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설파한 바 있고, 실제로 일본에서 최근 행해진 한 실증연구는 기업의 평균수명을 20년으로 밝힌 바도 있습니다.

흔히들 기업의 수명이 유한한 것은 기업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그 주된 이유는 기업에 앞서 경영자가 적기에 변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고경영자들은 입버릇처럼 자신의 기업과 구성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지만 정작 그런 조처가 필요한 사람은 경영자 자신인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런 점에서 사업의 초창기부터 각 성장 단계마다 때로는 경영전략가로, 때로는 마케팅전문가나 조직구조혁신자로 그때그때 자신의 역할을 적절하게 변화시켜 GM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이끌었던 알프레드 슬로언은 경영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입니다.

다른 경우이지만, 뛰어난 기술자였던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찌로는 신차에 공랭식 엔진을 채택하느냐 수랭식 엔진을 채택하느냐의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자 미련 없이 은퇴의 길을 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는 후계자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다시는 회사에 발길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최고경영자이자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스스로 깨닫고 물러날 줄 아는 것도 다른 측면에서 귀감이 되는 사례이지요.

금주에는 사장님께서도 자신의 경영자로서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역할변화에 대해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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