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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한 발 더 나가면 못 헤쳐나온다"

[기고] 한 환경운동가의 정부에 대한 '마지막' 당부

11월10일 전국의 1백7개 환경·사회단체가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대해 '전면전'을 선토하며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출범시켰다. 전국의 모든 환경·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기로 작정하고 모인 것은 환경운동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환경비상시국회의 출범에 맞춰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기획실장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마지막' 당부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박진섭 실장은 지난 6일 고준위 핵폐기물의 운반 기차를 저지하다 숨진 프랑스 청년을 상기하며 "철로 위에서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기차를 세워야 한다는 프랑스 청년의 절박한 심정과 우리의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민적인 환상을 주입하고 온갖 화려한 장식을 꾸며서 일방적으로 달리는 개발 기관차를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우리에게 있다"고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출범시키는 소감을 밝혔다.

박 실장은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막다른 대립국면의 초입부에 서 있다"며 "정부가 계획된 정책을 밀어붙여서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환경단체의 경고를 무시하고)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면 서로가 헤쳐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작년 부안의 교훈"이라며 정부에게 골프장 정책, 기업도시 특별법과 같은 각종 난개발 계획의 재고를 '마지막으로' 촉구했다.

다음은 박진섭 실장의 기고문 전문.

***어느 환경운동가의 죽음과 환경비상시국**

11월6일, 프랑스에서는 세바스티앙 브리아라는 23세의 청년이 고준위 핵폐기물의 운반 기차를 저지하다 달리는 기차에 치여 숨진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비록 국내 언론에서는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인지할 수는 없지만 작년 부안 핵폐기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격렬한 충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프랑스의 젊은 청년의 죽음이 먼 나라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정부의 핵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지속된다면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그런 불행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부안에서 프랑스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번 만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환경문제로 인해 목숨을 내놓고 싸울 만큼 그렇게 절박한 것인가를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젊고 애띤 한 청년이야 말로 '환경'라는 인류가 직면한 공공의 이해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숭고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자연애'를 위한 절박한 호소는 세계 곳곳에서, 환경파괴가 심각한 국가나 지역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숲을 지키려는 나무위의 시위, 댐 반대와 강 보존을 위한 강물속에서의 주민 저항 등이 있었다. 가까이에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 도롱뇽을 위한 단식기도 등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과 생명을 위한 목숨 건 숭고한 투쟁등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젊은 청년이 사망한지 4일이 지난 11월10일, 서울의 한 복판에서 전국 2백여개의 환경단체들이 긴급히 모여 '환경비상시국회의'라는 조직체를 결성하고 시국선언과 함께 향후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의 집권 2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환경과제들에 대한 미해결이라는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서서 이제는 각종 개발정책을 쏟아내고 온갖 환경 규제들을 완화시키는 반환경적인 정책들이 계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한 사안의 개발이 아닌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총체적인 개발 정책이 발표됨으로서 시계가 거꾸로 흐르는 비상상황이 속출하였다. 그만큼 상황은 비상하고 절박하다.

철로 위에서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공포를 느끼기 보다는 기차를 세워야 한다는 프랑스 청년의 절박한 심정과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국민적인 환상을 주입하고 온갖 화려한 장식을 꾸며서 일방적으로 달리는 개발 기관차를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2004년 겨울은 한껏 추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일방적이고 무지한 개발정책에서 비롯된 일촉일발의 환경비상상황이 대립과 갈등의 비상상황으로 연속되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지금 정부는 계획된 정책을 밀어붙여서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의 저항을 불러 일으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계획은 계획으로 끝내고 의제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시도해야 할 때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단기 경기 부양으로 해결하려는 미봉책이 아닌 건전하고 지속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경제 발전을 국민들은 선호한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막다른 대립국면의 초입부에 서 있다. 여기서 한발짝 더 나간다면 서로가 헤쳐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작년 부안의 교훈이다. 정부는 핵폐기장, 새만금 등 지난한 환경문제에 대해 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개발계획에 대한 제고와 함께 '검토위원회'를 두어 민의를 수렴하는 차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부처에 대한 쇄신을 단행하고 국가적 차원의 의지를 다지는 기회를 만들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따뜻한 겨울 지내기를 그리며 프랑스 청년의 명복을 재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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